이란전 종전 막으려 라리자니 암살? 강경파 입지만 강화되나

김지훈 기자 2026. 3. 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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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의회 대변인과 회담한 이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알리 라리자니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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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실권자 알리 라리자니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68)이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그의 사망으로 이란 지도부가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더 강경한 인사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18일(현지시각) “알리 라리자니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이 미국·이스라엘 적들의 비열한 암살로 순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날 이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적이며 통찰력 있는 관리자 중 한 명”이라며 “매우 안타까운 손실이지만, 순교자들의 순수한 피의 축복은 반드시 이란의 승리와 지속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그가 지난 2주간 끊임없이 여러 비밀장소로 이동했다며, 이스라엘의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막대한 자원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테헤란 모처에 있다가 이스라엘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라리자니의 암살로 이란 정권은 전쟁 능력에 수행에 일부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권 수뇌부 사이에서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소통이 줄어들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것이다. 라리자니는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생전 국정 운영을 맡을 실권자로 지명한 정권 핵심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조사평가부서를 이끌었던 시마 샤인은 이런 점을 짚으며 수뇌부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 누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것보다 이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죽음이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라리자니의 역할을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의 모하메드 베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 더 강경한 인사가 대체할 수 있단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라리자니는 비교적 실용적이었고 안보와 안정에 중점을 두었다”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어쩌면 알려지지 않은 강경파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외무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는 알리 라리자니(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라리자니는 온건파와 강경파 군부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혁명수비대의 신뢰를 얻고 있으면서도, 강경파를 억제할 수 있는 인사였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서방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초강경파는 아니란 것이다.

라리자니는 지난 1월 시위 유혈 진압을 이끌었지만, 중도적인 행보도 보여왔다. 2005~2007년 미국 부시 정부와 핵협상 당시 수석 협상가로 활동하고,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등 개혁파와 연계로 한때 지도부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2021년과 2024년에 라리자니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달 초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에서도 혁명수비대가 옹호했다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대신 온건개혁파로 꼽히는 하산 호메이니를 지지했다고 전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라리자니는 이란 정계에서 4대째 활동해온 유력 가문 출신으로 임마누엘 칸트를 전공해 테헤란대에서 서양철학을 가르쳤다는 독특한 이력도 있다. 라리자니의 딸은 미국 에모리대학교 의대 조교수로 일하다, 이란 정권 반대 세력의 청원 끝에 해임됐다.

시마 샤인은 라리자니 사망 이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며 “이는 전쟁을 지속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계속 고수할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이 조기에 끝나는 걸 막기 위해 라리자니를 제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의회 이란 전문가는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가 이란과 휴전과 후속 협상하는 길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라리자니는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이었던 야권 유력 인사 아미 아얄론(80)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말대로 (고위 인사 암살로) 이란 국민이 정권을 전복하는 조건을 조성하는 데는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이 전복되면) 현 이란 정권에 의존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숙청당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계속 싸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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