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살쪘다는데...멸종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

우다영 기자 2026. 3. 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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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해빙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북극곰의 상태를 두고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체중이 늘어 몸 상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인 적응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와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 사이 간극 안에서 멸종위기는 왜 계속될까.
(사진 Pixabay)/뉴스펭귄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Ecological Monograph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은 기후변화에 따라 사냥 방식과 이동 경로, 번식 시기 등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유전적 적응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북극 생물의 장기 관측 자료와 유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북극곰의 대응이 주로 개체 수준의 행동 변화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수십 년 사이 북극 해빙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북극곰의 생존 방식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극곰은 얼음 위에서 물범을 사냥해 에너지를 확보한다. 물범이 숨을 쉬기 위해 얼음 위로 올라오는 순간을 노리는 '대기 사냥'이 주요 전략이다. 하지만 해빙이 줄어들면 이 사냥 방식이 어려워진다. 얼음이 사라지면 사냥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사냥 가능한 시간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버티고 있지만 따라가지는 못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먹이 부족 문제를 넘어, 북극곰이 에너지를 얻는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극곰은 1년 동안 필요한 에너지 상당 부분을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확보하는데, 해빙 감소는 이 시기를 단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개체군에서는 서식지 축소로 인해 개체 간 교류가 줄어들고, 그 결과 유전 다양성이 감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유전 다양성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요소로, 감소할 경우 장기적인 적응 능력도 제한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북극곰처럼 수명이 길고 번식 속도가 느린 종일수록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진화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양상도 관찰된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역 북극곰은 해빙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체지방 상태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약 770마리 북극곰을 추적해 체중과 체격을 바탕으로 체지방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연구 결과, 2000년 이후 북극곰의 체지방 상태는 감소하지 않고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해빙이 감소해서 건강이 악화한다'는 흐름과는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기온 상승이나 서식지 감소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살찐 북극곰? "조건이 바뀐 것"

연구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먹이와 행동 변화를 제시했다. 스발바르 북극곰은 전통적으로 물범을 주요 먹이로 삼지만, 최근에는 순록이나 바닷새, 바다코끼리 사체 등 다양한 먹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빙이 줄어들면서 기존 사냥 환경이 변화하자, 먹이 선택이 확장된 것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먹이가 특정 공간에 집중되면서 사냥 효율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빙이 줄어들면서 물범이나 다른 먹이가 제한된 공간에 모이고, 북극곰이 더 적은 노력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도 북극곰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라기보다, 개체 수 대비 먹이 경쟁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빙 감소가 더 진행되거나 개체 수가 증가할 경우, 먹이 경쟁이 심화하면서 체력 상태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두 연구에서 북극곰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지만, 멸종위기 상태를 하나의 방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같은 결론이다. 북극곰은 현재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먹이와 행동을 조정하며 생존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대응이 장기적인 적응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기후위기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북극곰이 진화적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겉으로는 일부 지역에서 건강한 개체군이 관찰되지만, 동시에 서식지 감소와 유전적 변화, 생존 전략 변화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북극곰은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2050년까지 개체 수 30% 이상 감소가 예상되는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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