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최대 11억·이자 월 1500만원”… 강남 재건축도 입주 막혔다

장혜원 dalgu@ekn.kr 2026. 3. 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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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PF 1700억 중단·연 15% 지연금리 적용
대치 에델루이 20여 가구 열쇠 못 받아… 사실상 최후통첩
청담 르엘도 공사비 1280억 미정산… 강남 재건축 갈등 확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 전경. 공사비 정산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입주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강남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폭발했다. 공사비 미지급과 금융 부담이 겹치면서 조합과 건설사 간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공사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 입주까지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서는 시공사 현대건설이 약 17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를 중단하고 채권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두 차례 열었지만 추가 분담금 인상안이 잇따라 부결되면서 PF 만기 연장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연 15% 지연 가산금리 적용 방침을 통보했으며 현재 조합과 개별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납부를 요청한 상태다.

이 단지는 8개 동, 282가구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됐지만 공사비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입주 차질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열쇠를 받지 못한 가구가 20여 세대에 달한다. 사안을 잘 아는 건설사 관계자는 본지에 “준공 시점에는 공사비 분담금이 납부돼야 열쇠를 지급할 수 있지만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입주를 허용해왔다"며 “관리처분 총회가 두 차례 부결되면서 더 이상 사업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납부를 요청한 상태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 회수 등 법적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갈등의 핵심은 추가 분담금 문제다. 관리처분 변경안에는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을 기존 약 2억원에서 최대 11억7000만원까지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조합원 반발로 총회에서 부결됐다.

조합 측은 실제 예상 분담금이 이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정산 기준으로 보면 조합원 분담금은 약 3억원 수준"이라며 “단지 내 근린생활시설을 운동시설로 변경해 매각하면 분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해당 체육시설을 운영할 사업자와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며 계약 체결만 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비상대책위원회가 “현대건설 연대보증 없이도 PF 상환 대안이 있다"는 주장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면서 관리처분 변경안이 부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은 제시되지 않아 조합 내부에서도 뚜렷한 '플랜B'가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강남 재건축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사업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코로나19 이후 공사비와 금리가 크게 올라 사업 여건이 악화됐다"며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재건축 단지는 단지 내 근린생활시설을 일반 분양해 사업비를 정산하는 구조인데, 이 단지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근린생활시설을 운동시설로 변경해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이 때문에 일반 사업장보다 정산 시점이 늦어지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PF 연체 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추가 분담금과 금융비용이 겹치면서 일부 조합원의 부담이 월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대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아파트 전경. 공사비 정산을 둘러싸고 시공사 롯데건설과 조합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강남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발생한 것은 이 단지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청담 르엘)에서도 시공사 롯데건설이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조합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며 갈등이 불거졌다.

본지가 입수한 롯데건설 안내문에 따르면 회사 측은 “2025년 10월 준공 후 올해 1월 입주가 완료됐지만 계약상 공사비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미지급 공사비는 약 1280억원이고, 지연이자는 약 11억7000만원(2025년 12월 기준)이다. 하루 약 23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조합에 자금 확보 방안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공사비 회수를 위해 법적 절차 착수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 법적 대응안은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11일 롯데건설이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공지문. 회사 측은 공사비 약 1280억원과 지연이자 확보를 위해 법적 절차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독자 제공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정비사업 갈등이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2020년 대비 약 33% 상승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는 “재건축 초기에는 조합원들이 환급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 원 단위로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시공사가 제시하는 공사비가 3.3㎡당 수백만 원씩 오르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2억~6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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