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 “비트코인, 증권 아냐”…가상자산 규제 첫 가이드라인
고대영 기자 2026. 3. 18. 12:54
가상자산 5개 유형 첫 분류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디지털 상품’ 분류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
SEC·CFTC 역할 분담 시동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공식 규정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규제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편입되는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가상자산에 대한 연방 증권법 적용 기준을 담은 해석 지침을 공개하고 시장을 △디지털 상품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증권 등 5개 유형으로 재편하는 규제 틀을 제시했다.
핵심은 ‘경계선 확정’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XRP(리플) 등 주요 가상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돼 증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주식·채권과 유사한 권리 구조를 가진 토큰은 ‘디지털 증권’으로 규정해 기존 증권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을 상품과 증권 두 축으로 분리하는 기준이 처음으로 명문화된 셈이다.
SEC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투자계약 여부’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토큰 자체가 아니라 발행 구조와 판매 방식이 핵심이며 특정 사업 주체의 노력에 따라 수익을 기대하도록 설계된 경우에만 증권으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이라도 투자 수익을 강조하며 판매될 경우 사후적으로 증권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번 지침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동 참여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상품은 CFTC, 디지털 증권은 SEC가 각각 감독하는 이원화 구조가 사실상 확정됐다. 의회 입법 이전에 감독당국이 먼저 시장 질서를 정리한 것으로, 향후 글로벌 규제 기준의 사실상 ‘표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EC는 동시에 가상자산 기업을 위한 ‘세이프 하버’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프로젝트에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억제하기보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정책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기관투자자 유입을 가로막았던 최대 변수였던 증권성 논란이 해소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 영역을 넘어 제도권 자산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한 가상자산이라도 발행 구조와 유통 방식에 따라 규제 적용이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시장 내 ‘옥석 가리기’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을 규제 대상으로 묶어두기보다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을 지배해 온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가상자산은 규제 이슈가 아닌 가치와 활용성으로 평가받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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