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암흑 천지’ 된 쿠바…트럼프도 “이란 다음 쿠바”
[앵커]
미국의 봉쇄 속에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에서 전국적인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전력망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접수하겠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국제사회가 새로운 분쟁을 우려하게 됐습니다.
오늘 뉴스인뉴스에서 황동진 기자와 함께 이 소식 자세히 알아봅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쿠바를 경제 제재했는데, 현재 쿠바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이 쿠바를 경제 제재한 지도 60년이 넘었습니다.
오바마 정부 때는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한때 무역과 여행이 이뤄지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재집권 이후 최대 압박 정책이 시행되면서 쿠바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인데요.
밤이 깊었지만, 거리는 온통 암흑 상태입니다.
전기나 가스가 없어 식사는 장작불로 준비합니다.
신호등도 꺼졌고, 상수도 시설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메드 구즈만/아바나 시민 :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에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그제는 쿠바 전국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는데요.
수시로 정전이 되는 건 전력망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전력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부품도 부족하고 최근엔 원유 공급이 악화되면서 상습적으로 정전이 발생합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은 멈춰 섰고 학교 수업도 단축 운영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진 건 미국의 제재가 더 강화됐기 때문인가요?
[기자]
올해 들어 이뤄진 미국의 경제제재가 쿠바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쿠바는 자국 에너지의 3분의 2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올해 들어 원유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미국은 올해 초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체포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차단했습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로부터 국내 사용 원유의 약 절반을 받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1월 말에 내려진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이 결정적 타격을 가했습니다.
쿠바에 원유를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제3국 기업과 국가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쿠바의 주요 우방인 멕시코마저 1월 말부터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앵커]
주민들의 불만이 클 텐데, 지난 주말에는 주민들이 공산당사를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에너지난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주에는 공산당 당사에 불을 지르는 반정부 시위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른 새벽 거리에서 주민 십여 명이 공산당사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졌습니다.
공산국가에서 시민들이 공산당사를 공격하는 건 이례적인 일인데요.
쿠바 당국은 에너지 공급 문제와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이번 시위에서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주에서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주변 아메리카 국가들의 원조는 없나요?
[기자]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주변국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지렛대로 해서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니카라과는 쿠바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최근 전면 중단했습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정부도, 쿠바가 의료진을 파견해 외화를 벌던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에콰도르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달 초 자국 내에 있던 쿠바 외교관 전원을 추방했습니다.
현재는 좌파 정부로서 쿠바의 우방인 멕시코만 인도적 지원을 늘려가는 상황인데요.
지난달 2차례에 걸쳐 2천 톤가량의 의약품과 생필품을 군함에 실어 보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눈엣가시였던 국가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데, 쿠바를 접수하겠다는 표현까지 썼네요?
[기자]
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접수하겠다고 했는데요.
이틀 전 열린 기자회견에선 아예 점령한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어떤 형태로든 쿠바를 점령하는 것. 쿠바를 해방시키든, 점령하든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가 에너지와 자금도 없는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쿠바계 미국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면서 그 조건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헌법을 개정하거나, 쿠바 현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심각한 위기에 빠진 쿠바가 체제 교체를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숩니다.
[앵커]
미국의 쿠바 압박에 국제사회도 우려하고 있지만,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반발한다고요?
[기자]
쿠바의 전통적 맹방이자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이 특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 정부까지 바꾸려는 것은 남미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쿠바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불과 150km밖에 안 떨어진 데다 60년대 쿠바 핵 위기 경험이 있다 보니 쿠바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데요.
2년 전에는 쿠바에 중국의 도청기지가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쿠바 체제 전복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나온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는 "외부 세력이 서반구, 즉 아메리카에 병력을 배치하거나 전략 자산을 운용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미국의 앞마당 지배권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인데, 미국의 이런 전략이 쿠바에서 현실화될 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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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기자 (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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