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전액 변제 카드 꺼낸 '동성제약'…회생 해법 될까

임태균 기자 2026. 3. 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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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전 M&A 기반 ‘일괄 정상화’ 시나리오 주목
CB·회사채 구조 두고 재무 지속가능성 논쟁 지속
동성제약 본사 전경. 동성제약 제공

동성제약 회생절차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투입 규모를 넘어 회생 구조의 적정성과 향후 재무 지속가능성, 그리고 권리자 간 형평성까지 쟁점이 다층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관계인집회를 기점으로 '인가 전 M&A' 방식의 회생계획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회생계획의 핵심은 태광산업-유암코 컨소시엄이 제시한 총 16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이다. 해당 자금은 유상증자 700억원, 전환사채(CB) 500억원, 회사채 400억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안은 이 자금을 활용해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전액 현금 변제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회생절차에서 채권 일부를 감액하는 방식과 달리, 채권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액 변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동성제약 측은 이를 '재무구조의 일괄 정상화'로 규정하고 있다. 채무를 감액하지 않고 전액 상환하는 대신 신규 자금을 유입시켜 재무구조를 한 번에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회생신청 이후 공익채권 등을 감안할 때 약 9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상회하는 1600억원을 투입하는 구조는 단기 유동성 해소 측면에서 확실성을 확보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자금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전체 자금의 절반 이상이 CB와 회사채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이자 부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계획안에 따라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경우 동성제약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기존 약 61억원에서 54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회생 초기 단계에서 현금 유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회생 초기에는 유동성 확보와 현금 흐름 안정이 핵심인데, 일정 기간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는 기업 정상화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CB 역시 향후 전환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순 부채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자본 확충 수단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컨소시엄 방안은 태광산업의 인프라와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성제약의 글로벌 뷰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단순히 채무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시너지까지 함께 제시된 점은 회생계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라며 "회생 이후 성장 스토리가 함께 제시돼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해당 구조가 오히려 새로운 재무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500억원 규모 CB에 표면금리 6%와 만기수익률(YTM) 10%가 적용되는 점 등을 근거로 장기 부담 확대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EBITDA 적자 구조에서 추가적인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분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700억원 규모 신주 발행과 CB 전환 시 추가 주식 발행 가능성으로 인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감자 여부와 별개로 실질적인 가치 희석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적 쟁점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안 인가 요건으로 적법성, 공정성, 형평성, 수행 가능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 권리자 집단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계획을 인가할 수 있으나 이는 예외적 절차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관계인집회에서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권리자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과 관련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회생 신청 당시 재무 상태와 유동성 상황을 둘러싼 검토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회생 절차 전반에 대한 확인 요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신청의 접수 여부와 구체적 진행 상황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회생절차의 정당성 논란은 일정 부분 정리된 상태다. 대법원이 회생개시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회생개시결정의 적법성과 필요성은 최종 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부채 초과와 감사의견 거절 등을 근거로 회생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로써 논의의 중심은 회생절차 자체의 정당성에서 회생계획의 구조와 실행 가능성으로 이동한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채권 전액 변제와 경영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컨소시엄 방안은 수행 가능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되며, 관계인집회 결과에 따라 향후 인가 전 M&A 구조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