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열화에 무너지는 건강..."70만 명 조기 사망 우려"

정도영 기자 2026. 3. 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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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오를수록 사람들이 덜 움직여 매년 최대 70만 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냉방 인프라가 부족한 저·중소득국과 고령층 및 여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더워지는 세상에서 신체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도시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온이 오를수록 사람들이 덜 움직여 매년 최대 70만 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Unsplash)

매년 70만 명 조기 사망, 5조5천억 생산성 손실 전망

아르헨티나 가톨릭대 등 남미 4개국 공동 연구진이 156개국의 22년(2000~2022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Lancet Global Health)' 2026년 4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월평균 기온이 27.8°C를 초과하는 달이 한 달 늘어날 때마다 성인 신체 비활동률은 전 세계 평균 1.44%p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저·중소득국에서는 이 수치가 1.85%p로 더 높았다.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주당 운동량(중강도 150분 또는 고강도 75분)에 미달하면 신체 비활동으로 구분했다. 
시나리오별 2050년 추가 조기 사망 전망. 기온 상승으로 인한 신체 비활동 증가에 의해 추가로 발생하는 사망자 추정치 (데이터 출처: García-Witulski et al., Lancet Global Health, 2026) (인공지능 생성 그래픽)/뉴스펭귄

이러한 신체 비활동 증가는 2050년까지 매년 47만~7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추가 유발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기준 신체 비활동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652만 명)의 7~11%에 달하는 수치다. 생산성 손실은 연간 24억~37억 달러(약 3조5700억~5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50년 전망치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진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는 전 세계 신체 비활동률이 0.98%p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중간 시나리오(SSP2-4.5)에서는 1.22%p,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서는 1.75%p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은 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 동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적도 동남아시아로, 이 지역에서는 비활동률이 4%p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소득국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는 연간 기온분포와 성인 신체 비활동률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기후변화(기후위기) 시나리오와 결합해 2050년 전망치를 도출했다.
시나리오별 2050년 신체 비활동률 상승 전망 (데이터 출처: García-Witulski et al., Lancet Global Health, 2026) (인공지능 생성 그래픽)/뉴스펭귄

저소득국·고령층·여성에 피해 집중

기온 상승은 신체 활동을 어떻게 제약할까? 기온이 오르면 피부 혈류량과 땀 분비(발한)가 증가하면서 심혈관 부담이 커지고 체감 운동 강도가 높아진다. 야외 활동 자체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높은 습도와 초미세먼지(PM2.5)가 겹치면 외출과 야외활동을 더욱 기피하게 된다. 

고소득국에서는 냉방 인프라, 실내 운동시설, 계절에 맞는 대체 활동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저·중소득국에서는 이러한 적응 수단이 부족해 기온 상승이 곧바로 신체활동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야외노동자, 노점상 판매자, 농업종사자는 더 시원한 시간대로 활동을 미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 수석저자인 크리스티안 가르시아-비툴스키(Christian García-Witulski) 아르헨티나 가톨릭대 연구원은 "냉방기기를 사용하기 어렵고, 이동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적으며, 일정을 조정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더위가 신체활동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계층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고온 구간에서 비활동률 상승 폭이 1.69%p로 남성(1.18%p)보다 0.5%p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발한 효율이 낮아 열 발산 능력이 떨어지는 생리적 요인과 함께 냉방 운동시설에 접근이 어려운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도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2.75%p). 

가르시아-비툴스키 연구원은 "기후 이야기인 동시에 불평등 이야기"라며 "기후로 인한 신체 비활동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적응자원이 가장 부족한 곳"이라고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적응자원이란 냉방시설, 그늘진 공공 공간, 실내 운동시설 등 더위 속에서도 신체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 조건을 뜻한다.

신체 비활동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연구는 현재 전 세계 성인의 약 3분의 1이 WHO의 주당 운동 권고량(중강도 150분 또는 고강도 75분)을 채우지 못하고 지적한다. 신체 비활동이 전체 성인 사망의 약 5%를 차지하고 기후변화(기후위기)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연구는 경고한다.

"냉방비 지원만으론 부족…도시설계로 접근성 높여야"

연구진은 기후변화(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신체활동 정책으로 도시 내 가로수와 그늘망 확충, 투수성·고반사 도로면 적용, 저소득층에 냉방 체육시설 보조, 운동지침에 폭염위험 정보 통합 등을 제시했다. 가르시아-비툴스키 연구원은 "더워지는 세상에서 활동적으로 지내는 것은 개인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도시설계, 인프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라고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도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정책이 "집 안에만 머물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전기요금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은 당장의 요금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아 사회적 관계가 고립되고 신체활동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과 가까운 곳에 숲이나 공공도서관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에너지 복지를 기후돌봄 관점에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냉방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염 속에서도 밖으로 나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응답자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모델 예측치다. 여가·이동·직업 활동을 구분하지 않았고 홍수·사이클론 등 기온 외 기후 요인이 미반영돼 실제 신체활동 감소폭은 이번 연구 추정치보다 클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WHO의 2030년 신체 비활동 15% 감축 목표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열 스트레스만으로도 전 세계 노동시간의 약 2.2%(전일제 일자리 약 800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신체 비활동 경로는 이러한 노동생산성 손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신체 활동을 개인의 선택적 생활습관이 아닌 기후에 민감한 공중보건 필수 요소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