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만프레드 하러 “중앙집권식 R&D 한계...중국·인도 등 글로벌 연구소서 연구개발 추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6. 3.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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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취임 후 첫 임직원 행사
한국 중심 R&D 탈피...글로벌 R&D 재편 가속
R&D·AVP 협력 본격화...SDV 전환 속도전
품질 경쟁력 승부수...결함 제로 체계 구축
각 세그먼트 1위 도달해야...중장기 추진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 R&D본부장(사장)이 글로벌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한국 중심의 중앙집권형 연구개발(R&D) 체계를 전면 재편하고 지역 거점 기반의 글로벌 연구개발 시스템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러 사장은 18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첫 타운홀 미팅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생산이 이뤄지는 지역에서 개발과 제조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더 이상 단일 국가 중심의 R&D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하러 사장이 올해 1월 사장 취임 후 가진 첫 임직원 행사다.

그는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는 비용 경쟁력과 현지화 요구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 정부와 시장 역시 현지 소재·부품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며 “하나의 접근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지역별 맞춤 전략과 분산형 개발 체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어프로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향후 유럽, 인도, 중국 등 주요 해외 연구소에 더 큰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필요에 따라 연구개발 기능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기술 로드맵을 재편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시장 특성과 규제 환경에 최적화된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동시에 전체 R&D 조직의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하러 사장은 “이미 미국과 중국 연구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직접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며 “글로벌 R&D 네트워크 기반의 협력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R&D본부와 AVP본부 간 전면적 협력도 강조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 체제 전환과 품질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직 간 갈등을 넘어선 협업을 기반으로 고효율 차량 플랫폼과 세계 최고 수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러 사장은 “SDV 기술과 선진 시스템을 확보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SDV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리더십 워크숍을 통해 R&D본부와 AVP본부 간 협력 기조를 재정립했다고 밝혔다.

3월 중 추가 합동 워크숍을 통해 실행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력은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매일 선택하는 방식”이라며 “양 본부의 결집이 목표 달성을 넘어 성과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기본 성능 경쟁력 강화도 병행한다. 주행성, 안전성, NVH, 승차감 등 차량 본질 성능에서 각 세그먼트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하러 사장은 “평균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며 “모든 모델과 분야에서 1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변화의 중턱에 서 있다”며 “글로벌 리더로 가는 길은 쉽지 않지만, 엔지니어링 엑설런스를 통해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R&D 조직의 역량과 잠재력을 믿는다”며 “협력을 통해 자랑스러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품질 경쟁력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품질은 생존의 문제”라며 “가격 경쟁만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고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평가에서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언급하며 “보증은 강하지만 비용 부담이 큰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결함 제로(Defect-Free) 문화’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테스트 강화가 아니라 아키텍처, 공급망, 의사결정 전반을 포함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의 증상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지름길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는검증 체계 강화, 협력사 품질관리 고도화, 필드 클레임 대응 속도 개선 등 3대 실행 과제를 제시했다. SOP 이후 실도로 테스트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전 R&D 조직과 동기화해 개발 품질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협력사와의 품질 협업을 개발 초기부터 양산 이후까지 확대하고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설계에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도 강화한다.

디지털 엔지니어링 전환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하러 사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상 개발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시뮬레이션 기반 개발을 통해 전체 개발 기간을 최소 5개월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CAD·시뮬레이션·데이터를 통합하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구축과 클라우드 기반 관리 체계 확립, AI 엔지니어링 도입 등을 추진한다. 그는 “데이터가 분산된 현재 구조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통합된 디지털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2026~2027년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우 현대차 AVP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SDV 시대와 자율주행의 미래는 특정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며 “플랫폼과 차량 모두 R&D의 통합적 시각이 있어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VP본부의 역할에 대해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는 R&D본부가 설계·검증한 아키텍처와 양산 과정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현실화된다고 설명했다. 양 조직 간 관계를 단순한 조직 구분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한 파트너로 규정했다.

박 사장은 조직 간 경계를 넘어 초기 단계부터 협업하고 빠르게 학습하는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그는 “AVP본부와 R&D본부는 이른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빠르게 학습해야 한다”며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 R&D본부장(사장)이 18일 경기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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