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깜빡, 당연한 것 아냐”…평생 또렷한 인지능력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손효림 기자 2026. 3. 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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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휴대전화, 자동차 열쇠를 챙기는 걸 깜빡한다. 집을 나섰는데 어디에 가려고 했는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이런 현상을 겪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가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 전문가 데일 브레드슨(74)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출간된 ‘늙지 않는 뇌’(원제 ‘The Ageless Brain‘·심심)에서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고 발병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늙지 않는 뇌’ 저자 데일 브레드슨. 푸른숲 제공
듀크대 의대 의학박사인 브레드슨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신경학과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UCSF,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 스탠퍼드 번햄연구소에서 발달·노화·재생 연구 사업을 총괄했고,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인지 연구분과의 의료 부문 총책임자다. 

●“뇌 검사 35세부터 정기적으로 해야” 

브레드슨은 치매는 치료할 수 없으며 약물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만 가능하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뇌를 건강하게 관리하면 나이가 들어도 또렷한 인지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증상을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발병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가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결과 이를 확인했습니다. 말기 치매 환자를 온전하게 되돌리는 건 어렵지만 초기 치매나 경도 인지 장애 환자의 경우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늙지 않는 뇌’ 책표지. 푸른숲 제공

치매는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초기 신호를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읽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뭔가를 해 내는 집행 능력이 떨어지고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죠.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멍한 ‘브레인 포그’를 겪기도 합니다.”
그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가운데 35~50세가 늘고 있습니다. 20대에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이들도 있고요. 의료 기술이 발달해 증상을 빨리 포착하게 된 것도 있지만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큽니다.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오염된 공기, 미세 플라스틱 등 독소가 늘어나고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 대사 기능 이상이 증가하고 있어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전자기장 노출도 영향이 있다고 보지만 이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뇌 건강을 위해선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 . 현대그린푸드 제공

그는 뇌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 호르몬 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뇌 건강 검진은 35세부터 시작해 5년마다 하고, 60세 이후에는 2년마다 하라고 권했다.  

“혈액 검사를 하면 뇌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타우 단백질의 217번째 아미노산에 인산화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방법(p-tau217)이 있습니다. 인산화된 타우 단백질 농도가 높으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앞서 혈중 신경아교원섬유 산성 단백질(GFAP) 농도가 치솟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두 검사는 상호보완적이어서 둘을 주기적으로 받아보면 됩니다.”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대사 이상이나 독소로 인한 경우도 있고 염증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보다 포괄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듯이 뇌 역시 주기적으로 검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라” 

뇌 건강을 위해선 낯선 자극이 필요하다. 가 본 적 없는 카페에 가서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음료를 주문하는 방법이 있다. 평소와 다른 시각에 일을 시작하고 끝낸다. 잘 읽지 않던 장르의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게임이나 운동을 해 볼 수 있다. 생소한 문화권의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이탈리아어 배우기처럼 훨씬 더 큰 노력이 드는 일을 일 년에 한 번쯤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매일, 매달, 매년 단위로 낯선 걸 하면 뇌의 영역별 기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능력이 커집니다. 핵심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는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방식 전반을 개선해야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식단, 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이 모두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라고 강조했다. 운동은 필수다. 

운동을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뇌 건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 아디다스 제공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산소 공급이 늘어납니다. 뇌 수명을 보존하고 새로운 신경 세포가 생기려면 산소가 꼭 필요하죠. 일주일에 최소 세 시간은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근력 운동과 함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 더 좋아요. 달리기, 자전거 타기, 축구 등 어떤 운동이든 좋습니다.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요.” 
잠은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낸다.보스 제공

잠은 뇌에 쌓인 노폐물을 처리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매일 최소 7시간은 자야 합니다. 다만 8시간 반은 넘기지 않는 게 좋아요. 9시간 이상 자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렘 수면 시간은 1.5시간 이상이어야 하고요. 기기를 이용해 총 수면 시간, 렘 수면 시간, 심박변이도, 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관리하면 효과적입니다.”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까지 모두 장수하고 인지 기능이 또렷했다면 후손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될까.

“아닙니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독소에 노출되고 더 많은 가공 식품을 섭취하는 등 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유전자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방법을 통해 74세인 지금도 또렷한 정신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치매는 지금처럼 흔한 질환이 아니라 드문 질환이 돼야 합니다. 소아마비처럼 치매도 ‘과거의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 예방과 치료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천한다면 개인과 그 가족의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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