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꺾고 미국과 ‘마두로 더비’도 승리한 베네수엘라, 사상 첫 WBC 우승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유니폼까지 입고 등장했지만, 사상 첫 우승을 향한 베네수엘라의 각오 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에 성공했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2026 WBC 결승전에서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미국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3-2로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던 베네수엘라는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사상 첫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쁨을 맛봤다. 특히 8강에서 지난 대회 우승국 일본을 꺾은데 이어 결승에서는 3회 연속 결승에 오른 ‘종주국’ 미국마저 제압하며 위용을 떨쳤다.
반면 2017년 4회 대회 때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은 2023년 5회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으나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미국은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으나, 베네수엘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를 팬들은 ‘마두로 더비’로 부르며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미국이 지난 1월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것에 빗댄 것이다.
심지어 미국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 ‘관세 더비’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이 유니폼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때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것이다.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달 23일 열린 캐나다와의 남자부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이겨 46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야구 대표팀도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기운을 이어 받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가자 미국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운드에 꽁꽁 묶여 6회까지 단 2개의 안타만 치는 빈공에 시달렸다. 베네수엘라 역시 공격이 시원스레 터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마다 점수는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3회초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안타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볼넷, 그리고 폭투로 1사 2·3루 찬스를 만든 베네수엘라는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가 미국 선발 놀런 매클레인(뉴욕 메츠)를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쳐 1-0 리드를 잡았다.

베네수엘라는 5회초 추가점을 냈다. 선두 타자 윌리어 아브레우(보스턴 레드삭스)가 매클레인의 2구째 96.2마일(약 154.8㎞) 패스트볼을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쳤다
미국은 3회초 1사 후 브라이스 투랑(밀워키 브루어스)의 안타로 침묵을 깼지만, 좀처럼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6회말에도 2사 후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안타가 나왔으나, 그 이상의 진루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저력은 결국 막판에 나왔다. 8회말 2사 후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가 베네수엘라의 안드레스 마차도(오릭스 버펄로스)를 상대로 볼넷으로 걸어나간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다음 타자 하퍼가 볼카운트 1B-0S에서 한복판에 몰린 93마일(약 149.7㎞)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홈런을 쳤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결국 베네수엘라의 편이었다. 베네수엘라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의 다섯번째 투수 개럿 휘트록(보스턴)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대주자 하비에르 사노하(마이애미 말린스)가 2루 도루를 성공, 무사 2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다음 타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신시내티 레즈)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려 3-2 리드를 잡았다.
추가점을 내지 못해 일말의 불안함을 남긴 베네수엘라였지만, 9회말 마무리 대니얼 팔렌시아(시카고 컵스)를 올리면서 끝내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팔렌시아는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로만 앤서니(보스턴)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베네수엘라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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