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헛갈리는 트럼프의 '진의'…'전략적 모호성' 현명했나

정윤영 기자 2026. 3. 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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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요청 두고 트럼프 발언 '오락가락'
전문가 "아직 파병 요청 철회로 보기 일러…실용적 접근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을 사실상 거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에게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2026.03.17.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향해 군함 파견을 강하게 요구하다가 돌연 "필요 없다"라며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호응도, 거절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파병 요청을 거둬들인 것이 아니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신중한 태도로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18일 제언했다.

트럼프 "군함 보내라→필요 없다"…나흘간 미 행정부 '공식 요청'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과 언론 인터뷰, 백악관 브리핑 등 각종 계기에 한국·일본·중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을 특정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14일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은 이 해협을 통해 석유를 얻으면서 왜 우리가 공짜로 보호해 주길 바라느냐"며 "각국이 스스로 군함을 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병 요청 대상을 캐나다, 독일, 호주 등으로 늘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엔 "우리는 누가 돕고, 누가 돕지 않는지 정확히 지켜보고 있으며 이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협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보복성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주한미군 등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은 반드시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호르무즈 협력'에 속도를 냈다.

그는 이에 앞서 15일엔 3월 31일로 예정된 중국 방문을 한 달 연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호르무즈 일대의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인 17일 "우리는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애초부터 필요 없었다. 일본, 한국, 호주도 마찬가지"라고 밝히면서 상황을 '급반전' 시켰다. 이번 요구가 '누가 진정한 동맹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대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란 전쟁 국면에서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가 1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인도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03.16. ⓒ 로이터=뉴스1

트럼프 '진의'는 확인 안 돼…정부, 여론 반발·트럼프의 '분노' 빗겨가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군함이 수심이 얕고 폭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진심으로 동맹의 참전을 필요로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론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동맹국들이 받을 타격을 미국이 막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트럼프의 오락가락 발언을 낳았다는 관측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국무부나 국방부(전쟁부) 등 미국의 행정부로부터 한국에 제기된 '공식 요청'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사태에 다수 동맹국의 '참전'을 공식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미 행정부 내의 반대 여론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입장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진폭이 크게 달라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인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를 공식 요청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공식 요청'의 기준에 대해 "문서를 수발하든가, 수발 전이라도 양국 장관끼리 협의하든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절차와 요청이 없었다는 말을 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 자체는 '파병 요청'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역시 공식 요청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조현 장관이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의 현재 스탠스가 "(파병)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파병 요구를 '검토' 수준으로라도 호응할 경우 과거 이라크 파병 때처럼 여론의 큰 반발을 사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경우 발생할 파열음도 감안한 결과가 '모호한 대응'이었다는 종합적 평가도 나온다.

실제 나토 주요국과 캐나다 등이 공개적으로 파병 요청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한국을 비난의 주요 대상으로 삼진 않았다. 정부의 상황 관리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평가도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파병 요구를 완전 철회하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정부가 계속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볼 수 없다"며 "(파병 요구를) 완전히 거둬들였다고 보기에도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스타일로 일단 '던진 것'"이라며 "정당성에 대한 설명 없이 군사적 목표만 제시된 상황에서 선뜻 동참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정부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계속 모호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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