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은행에 맡긴다 [규제 틀 벗은 가상자산][H-EXCLUSIVE]
거래소 가상자산 보관 기능 분리도 논의

금융당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발생한 가상자산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가 중개·결제·보관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현행 구조에 대해서도 수탁 기능 분리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완화 기조에 따라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회사의 수탁 시장 진입이 확대될 경우 디지털자산 시장과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은행,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관리 주체 부상=18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위원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가격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을 은행이 보관·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금융위는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 디지털자산 이용자 예치금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한 사례 등을 참고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관리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허용 방식과 범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2단계 입법 논의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규제와 함께 준비자산 보관·관리 주체 또한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당 1원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 물량만큼의 준비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그간 당국은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 참여에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 국내 거래소의 자산 관리 사고를 계기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본력과 내부통제, 규제 준수 역량을 활용해 가상자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면서다.
여기에 일부 수탁 전문 사업자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자본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국 역시 “금융회사의 보관(수탁) 업무 참여를 통해 금융권의 자본력과 규제 준수 역량을 활용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신뢰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여부는 2단계 입법과 연계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중개·보관 일체 구조’도 손본다=아울러 당국은 2단계 법안에서 가상자산 수탁 시장 전반에 대한 재편 방안도 함께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법인의 코인 투자 허용이 가시화되면서 수탁시장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당국은 국내 거래소가 중개·보관·결제를 모두 수행하는 구조에서 수탁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독립 수탁기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현재 보관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존재하는 점과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인 MiCA(미카)에서 보관업을 독립된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보관업 도입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내에도 수탁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자가 존재하고, 글로벌 규제 역시 보관업 분리를 전제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전문가들도 디지털자산 중개·보관·결제를 한 조직이 모두 담당하는 현 구조에서는 외부 견제가 어렵다고 보고 ‘수탁’ 기능만큼은 거래소 밖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금융감독원도 공유하는 대목이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빗썸 오지급 사태 관련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현행 제도는 수탁재산의 80%만 분리 보관돼 20%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유럽의 MiCA 규제 등을 참고해 2단계 입법에서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MiCA는 수탁 서비스를 별도의 인가 대상 사업으로 규정해 자본 요건과 공시 의무 등 금융업 수준의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코인 시장 ‘빗장’ 풀리나=전통 금융사의 수탁업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금융지주의 가상자산 관련 투자·출자를 제약해온 이른바 ‘금가분리’ 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선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에 보다 원활하게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논의가 2단계 입법과 맞물리면서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업계에선 지분 투자 완화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수탁 사업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당국은 ▷금융지주사가 가상자산 수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지분 보유 한도를 수탁사에 한해 완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금융권의 구체적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확대 방안은 2단계법 등과 연계하여 검토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다. 유혜림·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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