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출신이 대구 얼마나 안다고”…공천 갈등에 호남 비하 논란까지 벌어진 국민의힘

이보라·김병관·이예슬 기자 2026. 3. 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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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6·3 지방선거 공천 방침에 반발하는 당내 일부 인사들이 18일 이 위원장의 출신 지역을 문제 삼으면서 호남 비하 논란이 일었다. 광역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역 비하 논란까지 더해져 당내 파열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위원장을 향해 “호남 출신인 당신이 대구를 얼마나 안다고, 대구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기에 이런 식으로 대구의 중진들을 짓밟고, 대구를 떠났다가 40여 년 만에 돌아온 사람을 낙하산처럼 꽂으려 하나”라고 적었다. 이 위원장이 당 쇄신을 위해 대구시장에 공천 신청한 중진 의원들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려는 계획을 보이자 중진인 주 의원이 이 위원장의 출신 지역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의원은 “부산에서는 지역 정치 현실과 민심에 부딪혀 컷오프를 철회해놓고, 왜 유독 대구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어디서 이런 망나니짓으로 대구 민심을 짓밟으려 하나. 대구의 미래는 외부 세력의 입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으로 재선 가도에 급제동이 걸린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항의 방문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지사 공천을 신청했다 지난 16일 컷오프된 김영환 충북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충북 선거를 왜 지역 정서를 1도 모르는 전라도 출신 공관위원장이 좌지우지하는가”라고 했다. 공관위가 전날 공천을 신청한 김수민 전 의원을 충북지사 후보로 내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이 위원장의 출신 지역을 들며 반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김수민을 등록시켜 후보를 만드는 야바위 정치를 공관위가 하고 있다”며 “충절의 고향, 충북에 이런 일은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도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이 이어졌다. 충북지사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페이스북에서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공천심사도 끝난 후 새치기 접수 등 며칠간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지금의 이 당은 더 이상 제가 사랑하던 그 당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으로 등록한 충북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탈당을 시사했다.

충북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덕흠(오른쪽)·엄태영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충북도지사 공천과 관련해 장동혁 대표와 면담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지역 의원들은 이날 장동혁 대표와 면담하고 충북지사 후보를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뽑아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엄태영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충북 의원들의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천 내정설 당사자인 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공관위를 향해 “경선을 통해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 지역 의원들도 이날 장 대표와 면담하고 이 위원장의 중진 의원 컷오프 방침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낙하산식으로 보이는 공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후보로 나간 분들과 협의해 (안을) 가져오면 (장 대표가) 대표로서 고민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인신공격성 비난에 대해 피하지 않겠다”며 출신 지역 비하 발언을 맞받았다. 그는 “수없이 모욕을 당해도 호남에서 보수를 지켜왔다”며 “그런 제가 영남 공천을 말하면 안 되고, 특정 지역 출신만 특정 지역 공천을 말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맞느냐”라고 했다. 그는 “지역감정을 방패 삼아 혁신을 막는 정치와 싸우겠다”며 공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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