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이 맞았다고?”전세계 도박꾼들에게 위협 받은 기자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사일이 시 외곽 때렸다” 보도
’불발’에 내기 걸었던 도박꾼들, “기사 고치라”며 기자에게 위협 메시지 쇄도
폴리마켓은 최종적으로 ‘타격 성공’으로 판정
3월10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외곽 베이트셰메시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란 미사일이 한 주택 지역에서 500m 떨어진 숲에 떨어져 폭발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imes of Israel)’의 군사 전문 기자인 에마뉴엘 파비안(28)은 폭발이 미사일 탄두에 의한 것임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미사일 한 개가 베이트셰메시 외곽의 공터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전쟁 중 발생한 비교적 사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5일간 왓츠앱(WhatsApp)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괴롭힘과 살해 협박이 그에게 쏟아졌다.

처음 온 메시지는 ‘정중한’ 수정 요청이었다. 베이트세메시 시청에서 떨어진 것이 ‘요격미사일 잔해’라고 정정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비안은 “이스라엘방위군(IDF) 정보와 폭발 영상을 종합하면 이는 탄두 미사일에 의한 것이지, 단순 파편이 아니다. 영상에서는 수백 ㎏ 탄두의 폭발이 확인된다. 일반 파편으로는 이런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 또 다른 사람이 “당신의 잘못된 보도가 연쇄적인 오류를 초래하고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하임’이라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는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너 때문에 90만 달러를 잃게 됐다. 너를 파멸시키는데 같은 금액을 쏟겠다” “너와 부모, 가족이 어디 사는지 안다” “네가 거짓말을 고칠 시간은 정확히 30분 남았다”며 이후 분 단위로 메시지가 왔다. “이스라엘 시간으로 3월15일 오전1시까지 고치지 않으면, 상상조차 못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왓츠앱뿐 아니라 X 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이용자들이 그에게 “인도의 경제지가 당신 기사를 인용했지만, 대부분 요격됐다고 하던데” “실제 폭발 동영상이 있느냐” 등등 질문을 이어갔다.
파비안은 처음엔 사람들이 왜 이 ‘사소한’ 사건에 집착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 확인을 통해 이들이 모두 온라인 베팅 웹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3월10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타격할까’에 내기를 건 도박꾼이라는 걸 알았다. 폴리마켓은 전세계 최대 규모의 예측 시장 중 하나로, 이용자들은 미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놓고 내기를 한다.
이번 내기에는 모두 2300만 달러(약 340억 원) 이상이 걸렸다. 규칙상 이란이 드론ㆍ미사일ㆍ항공기로 타격하면 ‘예스’, 그렇지 않으면 ‘노’였고, 요격된 공격은 ‘예스’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비안의 ‘이란 미사일, 개활지 타격’ 보도는 이 내기에서 ‘노’에 베팅한 이들에게 손실을 안긴 셈이었다.

타 언론사 기자의 한 지인은 파비안에게 “보도를 수정해주면, 자기 수익의 일부를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변호사’라는 한 사람은 전화를 걸어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당신이 폴리마켓의 베팅 조작에 가담했는지 조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비안은 협박 때문에 보도를 수정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원래 보도를 유지하고 경찰에 위협 사실을 신고했으며,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웹사이트에도 자신이 겪은 일을 상세히 공개했다. 플리마켓 측도 “파비안에 대한 협박을 강력히 규탄하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관련 계정 모두를 정지하고 정보를 사법 당국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선 전쟁을 놓고 이런 도박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 6월에도 이스라엘ㆍ이란 전쟁을 앞두고 IDF 예비군과 민간인이 습득한 기밀 정보로 내기를 걸었다가 지난달에 기소되기도 했다.
파비안은 3월10일 폭발이 IDF로부터 받은 구두 확인과 폭발 규모를 토대로, 실제 이란의 미사일 탄두에 의한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폴리마켓 측은 최종적으로 이란의 이스라엘 타격(‘예스’)로 판정했다.
폴리마켓에선 지난 1월에도 한 이용자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40만 달러를 걸어 승리했다.

지금도 3월 31일까지 ‘이란 정권이 붕괴될까’(4% 예스), ‘원유 가격이 105달러 이상 오를까’(54% 예스), ‘미 군사작전이 끝날까’(2% 예스) ‘지상군 병력 투입할까(29% 예스)’ 등 이란 전쟁을 둘러싼 여러 사안을 놓고 각각 수천만 달러짜리의 내기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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