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人터뷰 14] 김영아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 “그림책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장선영 기자 2026. 3. 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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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선영 기자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

독서가 개인의 삶을 바꾸고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그 중심에는 '마음을 이해하는 독서'가 있다. 독서치유심리학자이자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인 김영아 교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인물이다.

안면기형이라는 신체적 고통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 수많은 삶의 역경 속에서도 그는 책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길을 선택했다. 현재 김영아 교수는 한국그림책심리협회장으로서 그림책 심리 지도사 양성과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역경 속에서 길을 찾다

김영아 교수의 삶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생후 45일 무렵 지독한 감기로 인해 코 연골이 녹아내리며 안면기형을 겪게 되었고, 이후 약 4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친 재건 수술 끝에 갈비뼈 연골로 코를 재건하는 긴 시간을 지나야 했다.

어린 시절 그는 외모와 건강 문제로 인해 많은 조롱과 멸시를 경험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와 교회 장로들의 격려 속에서 공부에 몰두했고, 학업은 그가 세상과 맞서는 유일한 무기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하며 서울대학교 진학을 꿈꾸었지만, 대학입시 당일 시험 도중 쓰러지면서 그 꿈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삶에는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기차 통학을 하던 중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골반과 척추, 두개골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8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고통을 단순한 불행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설명한다.

국문학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공부하며 고 이어령 교수의 직제자로 학문적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김 교수의 인생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혼 후 남편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학자의 길을 잠시 내려놓고 사교육 현장에서 논술 강사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대치동과 송파 지역에서 논술 1타 강사로 이름을 알리며 교육 현장에서 많은 학생을 만났지만, 그는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보게 되었다.

특히 일곱 살 딸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절반가량 빠지는 경험을 겪으면서 그의 삶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아이의 고통을 보면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국문학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이후 석·박사 과정을 통해 독서치료와 심리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연구는 결국 '독서치유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이어졌다.

그림책, 마음을 비추는 도구

김 교수는 특히 그림책이 가진 치유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그림책은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저항감 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림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이야기 속 인물과 상황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해석하게 된다. 그는 이를 '3쿠션 기법'에 비유한다. 목표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다른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집단 활동에서도 큰 효과를 보인다. 같은 그림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그 다양한 해석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 교육, 교사 연수, 조직 구성원의 관계와 소통을 돕는 다양한 사회정서학습(SEL)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독서를 통해 확장되는 개인과 조직

김영아 교수는 독서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서를 통해 개인이 자기 인식과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입니다. 조직 안에서 어떤 태도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타인과 협력하느냐가 결국 조직의 성과를 결정합니다. 독서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기업 임원 대상 독서경영 프로그램을 연재하고, 교원연수원과 교육청, 도서관, 기업, 문화재단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를 진행해 왔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감정 소진과 관계 갈등을 다루는 심리 치유 강연으로 큰 공감을 얻으며 '교사들의 오은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삶을 바꾸는 독서의 힘

김 교수는 인생 도서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꼽는다.
사진=교보문고
그는 "시간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책"이라며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사진=교보문고

그에게 독서는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과정이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새로운 교육

현재 김영아 교수는 한국그림책심리협회장으로서 그림책 심리 지도사 양성과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사회정서학습이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는 불안과 관계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심리학을 활용한 교육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그는 그림책과 심리학을 접목한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 부모, 기업 조직, 공공기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삶의 통찰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자를 양성하며 독서와 심리학을 접목한 교육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아 교수는 마지막으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말 힘들 때라도 아주 작은 힘을 내서 한 발만 내밀어 보세요. 그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 손을 잡아 줄 것입니다."

그의 삶 자체가 그 말의 증거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아주는 도구가, 그에게는 바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