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최초’ 타이틀 경쟁…마케팅 도구로 전락한 배타적사용권

홍승해 기자 2026. 3. 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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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 110건 신청·77건 승인…협회, 심의·부여 절차만 운영
/연합뉴스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승인율이 90%를 웃돌고 있지만, 정작 상품의 흥행 여부나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사후 관리 체계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을 독려한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업계 최초’ 타이틀을 따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 업권에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0건의 배타적사용권이 신청됐다. 이 중 77건이 승인됐으며, 승인율은 약 70%다.

생명보험 업권의 승인율은 더 높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총 44건이 신청됐고 41건이 승인됐다. 승인율은 약 93%다. 올해만 8건이 신청돼 7건이 승인되고 1건은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배타적사용권 심의와 부여 절차만 운영하고 있으며, 이후 상품의 판매 실적이나 시장 반응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배타적사용권은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보장 구조나 담보를 개발했을 때 일정기간 독점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협회 측은 기존 상품 대비 보장 효과 개선 여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반영 정도, 소비자 편익 제고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승인 이후 시장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없어 제도 실효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상품 가운데 일부는 출시 이후 수년 내 판매가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이 실질적인 상품 경쟁력 지표라기보다 보험사 간 마케팅 경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가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할 경우 ‘업계 최초’나 ‘혁신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도 배타적사용권 여부가 상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고객들은 배타적사용권 여부보다 보장 내용이나 보험료 수준, 보험금 지급 조건 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이 보험사 간 ‘최초’ 타이틀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혁신성 입증보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신청이 늘어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이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는 긍정적인 기능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해당 상품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사후 관리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