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아직 ‘재앙의 전면전’이 아닌다…시장이 놓친 세 가지 신호

권순우 기자 2026. 3. 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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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갈등은 왜 아직 ‘재앙의 전면전’이 아닌가 시장이 놓친 세 가지 신호ㅣ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여의도 인사이트]

중동발 충격이 금융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유가는 뛰고 환율은 불안해졌고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과 미국의 대응 수위만 바라보는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 갈등을 곧바로 전면적 파국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를 두고 본질은 전쟁의 확대보다 전략적 허세와 협상 게임에 더 가깝다고 봤다.

그의 핵심 논지는 단순하다. 지금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먼저 넣고 가격을 매기고 있지만 실제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끝장 대결이 아니라 더 많은 실리를 얻어내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발언이 아니라 원유가 실제로 얼마나 통과하고 있는지 또 유가가 어디에서 안정되려 하는지다. 말의 전쟁과 물류의 전쟁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가 이번 갈등을 전략적 허세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전쟁 당사자 모두 장기전의 대가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가량 봉쇄되면 평균 유가가 105달러에서 110달러 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두 달 정도 이어지면 미국 소비자물가는 다시 3퍼센트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세 달 이상 이어져 유가가 150달러 안팎으로 치솟는다면 그때부터는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이란에도 미국에도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라는 점이다. 이란은 이미 누적된 피로가 크고 미국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상대를 압박하려는 유인은 있어도 모두가 함께 벼랑 아래로 뛰어내릴 유인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둘째 이유는 유가가 공포에 비해 아직 완전히 통제 불능의 궤도로 올라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 물량이 줄어들면 계산상 공급 부족은 분명 커진다. 시장은 더 폭발적으로 반응해야 맞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선물 가격의 움직임이 오히려 중요한 힌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원유 트레이더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들이 보는 것은 헤드라인이 아니라 실제 통과 물량과 보험료 변화와 우회 수출 가능성이다. 만약 시장 내부의 전문 플레이어들이 진짜 완전 봉쇄와 완전 파국을 확신했다면 가격은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았어야 한다. 가격이 불안정하긴 해도 공포 서사만큼 일방향으로 폭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 역시 일정 수준에서는 허세와 협상 가능성을 함께 보고 있다는 의미다.

셋째 이유는 이 갈등의 구조가 치킨게임이라기보다 거래를 동반한 전략게임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서로 핸들을 묶어 놓고 돌진하는 전형적 치킨게임과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봤다. 현실에서는 충돌의 수위를 높여 상대에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이 더 자주 작동한다. 실제로 유조선 통과가 완전히 끊긴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우회 경로와 예외적 통과의 여지도 남아 있다면 이는 끝장 승부가 아니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신호일 수 있다. 강경한 발언과 실제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기서 중요해진다. 시장은 대체로 발언에 먼저 반응하지만 가격의 장기 추세는 결국 물량과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여의도 인사이트]

 

안심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지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봤다. 이 갈등이 4주에서 6주 안쪽에서 관리되느냐 아니면 그 선을 넘기느냐에 따라 거시 변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 봉합되면 유가는 급등 뒤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넘기면 물가 충격이 후행적으로 본격 반영되고 에너지 조달 비용과 운송비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연쇄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때는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경기 경로 자체를 바꿔 놓는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

연준의 역할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전쟁 변수 앞에서 통화정책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갈등이 짧게 끝나고 유가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면 연준은 하반기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를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유가가 길어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면 25bp 인하 한 번으로는 시장을 붙잡기 어렵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너무 깊어져 자이언트 스텝 수준의 인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그때는 이미 시장이 크게 상한 뒤일 수 있다. 결국 이번 국면의 열쇠는 금리가 아니라 호르무즈와 유가라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금 수준의 불확실성만 유지돼도 원달러 환율은 쉽게 1450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봤다. 만약 유가가 두세 달 동안 120달러에서 13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원화 약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극단적인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1600원대 이상도 비현실적 숫자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것 역시 결국은 호르무즈의 통과 정상화 여부에 달려 있다. 환율 역시 공포의 독립변수가 아니라 유가와 물동량의 함수라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가 변수로 남는다. 그는 외국인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매도를 늘린 배경을 한국 자체의 구조적 불안보다는 큰 폭으로 오른 시장에 대한 차익실현과 리밸런싱으로 해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고 4월 초에서 중순 무렵부터 정상화 시그널이 확인된다면 외국인이 무차별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또 한국 시장의 중심축인 반도체는 여전히 가장 뿌리 깊은 나무로 평가했다. 결국 에너지 충격이 완화되고 공포가 가라앉으면 가장 먼저 시장의 중심을 잡는 것도 실적과 경쟁력을 가진 핵심 업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낙관론이 아니다. 오히려 비관론에도 질서가 있다는 점을 짚은 데 가깝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분명 존재한다. 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 경제도 신흥국도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은 최악의 가능성과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를 구분하는 일이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당장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자극적인 수사보다 실제 유가 흐름과 해상 운송 정상화의 속도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데이터는 아직 완전한 파국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중동 갈등의 분기점은 명확하다. 서로가 허세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국면에서 멈추느냐 아니면 정말 핸들을 꺾지 못한 채 충돌하느냐의 문제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전자에 더 높은 확률을 두고 있다. 그 근거는 도덕적 기대가 아니라 냉정한 이해관계다. 이란도 피곤하고 미국도 선거가 있다. 유가가 오래 높게 유지될수록 모두가 더 크게 다친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모든 강경 발언을 그대로 현실의 미래로 직선 연결하는 습관일지 모른다. 공포는 늘 가장 빠르게 움직이지만 실리는 대개 더 느리고 더 계산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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