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리포트] 기후변화로 지구가 느려진다…‘하루는 24시간’도 바뀔 수 있다
자전 느려져 하루 길이도 늘어나
초정밀 시계 측정값과 오차 벌어져

지구의 하루는 언제나 24시간으로 고정돼 있을까. 인류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것 만큼이나 하루의 길이 자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고체 지구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 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360만 년 중 가장 빠른 변화 속도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지구의 질량이 적도 방향으로 이동하는 '바리스태틱(barystatic)' 과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는 감소한다.
이는 회전하는 물체에서 질량이 바깥으로 이동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른 결과다. 결국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하루의 길이(LOD)가 길어지게 된다.
이번 연구는 '물리 정보 기반 확산 모델(PIDM)'이라는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약 360만 년 전 후기 선신세(Late Pliocene)부터 현재까지의 자전 변화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제4기 빙하기 동안에는 대륙 빙하의 확장과 후퇴에 따라 하루의 길이가 약 10~30밀리초(ms. ms=1000분의 1초) 범위에서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60만 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시간 규모에서 보면,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 자전에 미친 영향은 대기 순환이나 육상 수자원 변화보다 약 300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현재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경우, 하루 길이의 증가 속도가 21세기 전체로 100년 당 약 1.5±0.35ms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나아가 세기 말 마지막 20년에는 이 수치가 가속화돼 100년 당 약 2.62±0.79ms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됐다.

◇시간 체계에 균열…윤초의 딜레마
지구 자전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시간 체계는 지구 자전에 기반한 세계시(UT1)와 원자시계 기반의 국제원자시(TAI)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자전 속도가 느려질수록 두 시간 체계 간의 오차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후기 선신세 이후 누적된 시간 차이는 약 250초에 달하며, 1900년 이후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약 40ms의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윤초(閏秒, leap second)' 제도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자전 속도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윤초를 언제 추가해야 할지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는 위성 항법, 우주선 궤도 계산, 초정밀 통신망 등 밀리초 단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기술 분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는 점점 더 정밀한, 이른바 '초정밀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온난화를 막을 것이냐, 윤초를 도입할 것이냐"
결국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를 완화함으로써 지구 자전의 변화를 늦출 것인지, 아니면 윤초 도입과 초정밀 시계 기술에 의존해 점점 커지는 시간의 오차를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후자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초는 자전 변화로 발생한 결과를 보정하는 기술적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 지구 자전의 속도를 고정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전 속도가 변하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지금 지구의 온도와 해수면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까지 바꾸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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