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수수료 노린 ‘반복 인출’… 대법 “기계 조작 넘어 ‘직원’ 속인 것”

오유진 기자 2026. 3. 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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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카카오뱅크 ATM 수수료 면제 제도를 악용해 수만 차례 현금을 반복 인출하며 수수료를 챙긴 일당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기계에 정상적으로 정보를 입력했더라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산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속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마사지업소 업주 A씨 등 3명에게 벌금 400만~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5~6월 자신들이 운영하는 마사지업소 등에 설치된 ATM 기기를 이용해 수천~1만회에 걸쳐 현금을 반복 인출하며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체크카드 이용 시 ATM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대신 카카오뱅크가 VAN(결제대행망)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A씨 등은 이 점을 노리고 VAN 업체와 계약을 맺은 자신들의 업장 내 ATM에서 인출이 이뤄질 때마다 1건당 약 400원의 수수료를 배분받는 구조를 이용했다.

이들은 약 한 달간 1만원씩 반복 인출해 총 인출 횟수가 8000~1만회에 달했다. 결국 카카오뱅크가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을 포착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이후 재판에서는 “ATM 기기에 정상적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돈을 인출했을 뿐 기계를 조작하거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은 카카오뱅크의 수수료 정산이 컴퓨터로 100% 자동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직원이 거래 내역을 확인·대조한 뒤 지급하는 구조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수수료 이익만을 취득하기 위해 반복 인출을 한 행위는 피해 회사의 정산 입출금 및 수수료 정산 업무 담당자에게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컴퓨터 등 정보 처리 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처분 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A씨 등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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