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풀’이 자란다…지구 ‘녹색 중심’, 북동쪽 이동중

곽노필 기자 2026. 3. 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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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북반구 여름엔 3㎞, 남반구 여름에 14㎞ 이동
최북단은 아이슬란드, 최남단은 라이베리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와 집약적 농업 영향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식생의 활력이 가장 높은 ‘녹색 중심’이 점차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4월이 되면 중부유럽의 숲이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녹색 중심이 북상을 시작하는 시기다. 사진은 독일 튀링겐에 있는 하이니히국립공원. 라이프치히대 제공

완벽하게 둥근 지구본을 손에 들고 지구 표면의 모든 지점에 있는 초록 잎사귀를 뜻하는 작은 추들을 매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다음 이 지구본을 잔잔한 물에 살짝 띄우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지구 표면의 질량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 맨 아래쪽에 오도록 지구본이 움직이게 된다.

독일 라이프치히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이 원리를 이용해 지구의 녹색 중심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식생 분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의 녹색 중심은 점차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 중심이란 지구 표면의 녹색 생태계가 가장 밀집된 지역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녹색중심의 이동 방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계절의 변화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초목의 녹색 정도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다시 북쪽으로 마치 녹색 파동처럼 이동한다. 연구진은 이 녹색 파동의 방향과 속도를 추적한 결과, 녹색 중심이 7월 중순 적도에서 북쪽으로 2390km 떨어진 북유럽의 아이슬란드 인근 북대서양과 3월 적도에서 160km 아래쪽에 있는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해안 사이를 오간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특히 1982~2022년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계절에 걸쳐 일관되게 녹색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40년간의 평균 연간 북상 거리는 1.9~2.4km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져 북상 거리가 북반구 여름엔 3.3km, 남반구 여름(2월)엔 14km나 됐다.

이에 따라 계절 변화에 따른 녹색 중심의 남북간 이동 폭이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 연구진은 이는 앞으로 지구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방출하는 과정에 변화가 일어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녹색 중심의 최북단은 북유럽의 아이슬란드, 최남단은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로 나타났다. 라이프치히대 제공

이산화탄소 증가 영향이 전체의 70%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기후 변화로 설명했다. 지구 관측 위성들이 보내오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0여년간 지구의 잎 면적(Leaf Area Index)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식물이 광합성을 더 활발히 하게 된 것을 지구 녹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녹화 현상에서 이산화탄소 증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또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과거 너무 추워서 식물이 자라기 힘들었던 북극 툰드라나 시베리아 등지에서도 녹색 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북쪽으로의 이동과 함께 동쪽으로의 이동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는 주로 중국과 인도의 대규모 조림 사업, 집약적 농업 방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진 현상은 앞으로 21세기 내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식생의 활력과 잎의 밀도를 나타내는 녹색도(greeness)를 추적하는 두 가지 지표, 즉 '비리디스티스'(viridistice)와 '에퀴비리디스'(equiviridis)를 녹색 중심의 이동을 파악하는 데 활용했다.

비리디스티스는 녹색도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을 뜻한다. 비리디스티스는 각 반구에서 하지(또는 동지)가 지나고 한 두달쯤 됐을 때 온다. 예컨대 북반구에선 7월16일 전후에 녹색도가 정점을 맞는다.

에퀴비리디스는 녹색도의 전환이 가장 이른 시점을 뜻한다. 북반구에서는 춘분보다 약 두달 늦은 5월11일 전후, 남반구에선 추분에 가까운 9월14일 전후에 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에 지구의 녹색중심이 어떻게 이동할지를 예측한 그래프. A와 B는 얼마나 북쪽으로 치우치는지, C와 D는 얼마나 동쪽으로 치우치는지를 보여준다. A와 C는 북반구, B와 D는 남반구다.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에선 동쪽으로, 저배출 시나리오에선 북쪽으로의 이동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PNAS

온실가스 배출 줄여도 북쪽 이동은 지속

녹색 중심은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이동 방향과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추세를 유지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3-7.0, SSP5-8.5)에선 동쪽으로의 이동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 SSP2-4.5)에선 북쪽으로의 이동이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가장 낙관적인 미래 시나리오에서도 녹색 중심의 북쪽 이동은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기후 변화가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해준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지난 10년 추세와 미래 시뮬레이션에서 모두 녹색 중심의 변화는 남반구 여름(북반구의 겨울)에 가장 크다”며 “특히 녹화 현상이 매우 강력한 인도와 남미 남동부 지역 사이에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미겔 마헤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엄청나게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북반구의 따뜻한 겨울로 인해 식물 성장기간이 늘어난 것이 지구 전체의 녹화 현상을 유발하는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가설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사용한 녹색 중심 접근법을 응용하면, 지표수 저장량의 변화를 추적하는 ‘청색 파동’, 눈과 얼음 면적의 변화를 나타내는 ‘백색 파동’, 산불 발생 패턴을 추적하는 ‘적색 파동’, 식물성 플랑크톤 주기와 관련한 ‘청록색 파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보기

Accelerated north–east shift of the global green wave trajectory.

https://doi.org/10.1073/pnas.25158351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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