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이스라엘, 이란 민중봉기 촉구하면서 속으론 ‘학살’ 예상”

조문희 기자 2026. 3. 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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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텔아비브 키리아 군사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란 국민들의 봉기를 공개 촉구해 온 이스라엘이 물밑에서는 시위 발생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해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민들이 학살당할 것”이라고 미국 당국자들에게 말했다.

WP는 “이는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민중 봉기를 촉구하는 상황과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의 주력 군사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우위를 점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학살이 예상된다고 봤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그럼에도 이란 내 민중 봉기가 일어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시위대를 지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미국에 촉구했다.

주예루살렘 미국 대사관에서 나온 이 전문은 지난 11∼12일 미국 당국자들과 이스라엘 국방·외교 고위급 관계자들 간에 이뤄진 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 전문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있으며 “끝까지 싸울 의지가 있다”는 이스라엘 측 평가도 담겼다.

앞서 이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으며, 당시 이란 정권 ‘유혈 진압’에 의해 최소 수천명의 시위 참여자가 목숨을 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이란 군사작전 첫날 “테러 정권에 강력한 타격을 가하고 용감한 이란 국민이 이 살인적인 정권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까지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 왔다.

중동 전문가인 나르게스 바조글리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해당 전문에 드러난 메시지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의 생명을 무심하게 대하고 착취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많은 사람이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내 시위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나 네타냐후 총리와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란전 초기엔 이란 국민들에게 “정권을 장악하라”고 촉구했으나, 최근에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설 경우 살해될 위험이 있다고 말하는 등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이란 정권의 군사적 능력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란 국민들은 지난 1월을 포함해 수차례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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