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뭐길래...극한 갈등에 제동 걸린 코인 기본법
“지분 나누면 꼼짝없이 외자·사모펀드 제물될 것” 우려

가상 화폐를 제도화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 화폐 2단계 입법안)’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고집하는 가상 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갈등이 커진 탓이다. ‘공공 인프라’인 거래소를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독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금융 당국 주장이지만, 업계에선 거래소 지분을 억지로 쪼개면 되레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지고 해외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잡아먹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헌 논란 불거진 거래소 지분 제한
18일 가상 화폐 업계와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당정 협의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중동 전쟁으로 연기한 뒤 좀처럼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9일 당정 협의회를 열기는 하지만,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안건에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은 가상 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가상 화폐 거래소 개인이라면 20%, 법인이라면 34%까지만 거래소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가상 화폐를 거래하려면 거래소를 통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거래소를 필수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거래소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꿔 공공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높아진 거래소 지위에 맞게 지배 구조를 어떻게 하는 게 맞겠느냐 하는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사유 재산을 국가가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 지분을 쪼개서 금융 당국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은행이나 연기금 등에 뿌리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선 “당국 말을 듣는 은행이 거래소를 장악하고, 금융 당국은 전관들을 위한 감사나 사외 이사 자리 하나씩 꿰차는 관치 구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지분을 법으로 무조건 팔게 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거래소 지분 제한과 관련해 “재산권과 직업·기업 활동 자유, 소급 입법 문제에서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형 거래소는 비싸고 소형 거래소는 적자
법안대로 가상 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이 제한될 경우 국내 5대 거래소 모두 대주주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1위 거래소인 업비트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지분의 25.52%를 보유하고 있다. 공동 창업주인 김형년 부회장 지분(13.1%)까지 합하면 38.62% 수준이다. 지분 제한이 걸리면 지분의 5~10%가량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2위 거래소 빗썸은 법인인 빗썸홀딩스가 73.56%를 보유 중이다. 코인원은 차명훈 회장이 53.44%, 코빗은 법인인 미래에셋컨설팅이 92%, 고팍스는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67.45%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들을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상 화폐 거래소는 비상장 주식이라, 기업 공개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지분을 정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대형 자본을 찾아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자본과 경영권을 노린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가령 1위 업비트는 송치형 의장의 지분을 20%로 제한해야 할 경우 최소 1조원가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같은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관은 은행이나 대형 사모펀드 정도다. 코인원과 고팍스 중소형 거래소는 적자만 누적돼, 사실상 가상 화폐 업계에 속한 해외 거래소나 전투적인 사모펀드 정도만 매수 의지를 내비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자본과 사모펀드 등이 침투하는 걸 막으려면 금융 당국이 거래소 지분 매각 절차를 세세히 규정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진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가령 대주주 ‘우호 지분’을 두고도 명확한 선을 긋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대주주와 안면이 있던 회사에서 지분을 매입할 경우 ‘우호 지분’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 구조가 꼬이면 꼬일수록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지면서 해킹이나 ‘유령 코인’ 사고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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