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속박… 활짝 풀어헤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베개를 끌어안고 허공을 응시하는 여자, 한복 치마끈을 풀어헤치고 신나게 웃는 여자, 살림과 육아의 난장 속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자. 한국 여성 사진의 대모 박영숙(1941∼2025) 작가의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1999∼2019)'다.
그 시작을 알린 '미친년들'은 총 7점으로, 1999년 6월 18일 작가의 작업실에 모인 7인의 여성 예술인이 진행한 치유적·제의적 퍼포먼스의 기록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습 균열 낸 ‘미친년 프로젝트’
나체에 사물 입힌 ‘포토 몽타주’
영상 복원 ‘자궁의 노래’ 첫 공개
가수 한영애 ‘구음’ 기묘함 더해
40년 아우르는 작품 42점 전시
내달 18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베개를 끌어안고 허공을 응시하는 여자, 한복 치마끈을 풀어헤치고 신나게 웃는 여자, 살림과 육아의 난장 속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자…. 한국 여성 사진의 대모 박영숙(1941∼2025) 작가의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1999∼2019)’다. 렌즈를 뚫고 나올 것 같은 기세. 사회적 억압에서 탈피해 스스로 재탄생한 여자들이 전시장에 소환됐다. 박 작가 별세 후 첫 개인전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박영숙의 사진에 포착된 ‘여자’의 주체성을 회고적으로 성찰한다. 박 작가는 한국현대사진사 및 페미니즘 미술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사진으로 관습에 균열을 내고, 부조리한 권력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의 화면은 대상화돼 온 여성을 자기 서사의 저자이자 발화의 주체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작품 세계를 되새기는 전시로, 제목은 김혜순이 박 작가에게 선물한 시 ‘꽃이 그녀를 흔들다’의 시구로부터 왔다.

1963년부터 2005년까지, 40년을 아우르는 42점의 출품작이 소개된다. ‘미친년’과 ‘마녀’의 전성기, 즉 박영숙 사진의 정수를 만난 후 그들의 원형을 좇을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지하 1층과 1층에서는 ‘육체 그리고 성’, ‘미친년들’, ‘상실된 성’,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내 안의 마녀’, ‘꽃이 그녀를 흔들다’ 연작이 전시됐다.
멸칭을 과감하게 내건 ‘미친년들’에 가장 먼저 눈과 마음이 쏠린다. 작가는 남성 위주의 사회적 관습에 의해 인내와 침묵을 강요당해 온 역사 속 모든 여인들을 위해 1990년대 말 ‘미친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 시작을 알린 ‘미친년들’은 총 7점으로, 1999년 6월 18일 작가의 작업실에 모인 7인의 여성 예술인이 진행한 치유적·제의적 퍼포먼스의 기록이다. 가부장적 정상성에서 배제된 ‘미친년들’은 작가의 화면 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따라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는 정체성과 서사를 되찾으려는 강력한 외침이 된다.
중년 여성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육체 그리고 성’도 흥미롭다. ‘미친년 프로젝트’의 등장을 예고한 작품으로, 나체 사진에 사물 사진을 덧입힌 포토몽타주 기법이다. 얼굴 부분에 다리미, 사과 등이 올라가 있다. 가사 노동, 욕망, 한시적 찬란함 등으로 읽힌다.

3층에선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작가의 주제의식이 태동한 초기 궤적을 좇는다. ‘광기’ 어린 여자의 원형을 목격할 수 있는 ‘장면’ 연작과 ‘마녀’ 등 1960∼1980년대 흑백 사진이 주를 이룬다. 사진 여섯 장을 이어붙인 포토콜라주 ‘마녀’ 왼쪽 아래에 작가의 손글씨가 눈길을 끈다. “중세, ‘마녀사냥’에 충격받아 페미니스트가 되다.” 김혜순의 시 ‘그곳2-마녀 화형식’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선언했다.
한쪽 공간에선 사람의 말인지, 짐승의 울음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상 작품 ‘자궁의 노래:이제 크신 어머니 자고 깨니’다. 1994년 슬라이드 필름 영사 방식으로 만든 것을 디지털 판본으로 복원해 처음 공개했다. 기묘한 ‘소리’는 가수 한영애의 구음으로, 그 전개를 구상한 노트도 걸려있다. 박 작가의 영상, 윤석남의 설치, 한영애의 소리, 목사 김영이 글을 맡았던 공동 프로젝트였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박동미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부산서 항공기 기장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경찰, 용의자 추적
- 트럼프 기뢰제거 소해함 요구에 軍 “먼바다 작전 힘들고, 중동 가는 데만 4주 이상 걸려”
- “40년 보호해줬다”…트럼프, 한국에 ‘에너지 영토 사수’ 파병 재촉
- 항공사 기장 살해 男 “3년 준비했다, 4명 죽이려했다”
- [속보]김영환 충북지사 ‘3천만원 수수 혐의’ 구속영장…일부 뇌물죄
- 차량 5부제 의무화땐 외환위기 이후 29년만에 처음… 호르무즈 봉쇄에 ‘비상플랜’
- 가장 비싼 아파트는 에테르노청담 325.7억원…1년 만에 공시가 125억1000만 원↑
- 국민 절반 “부자, 세금 덜낸다” 실제론 상위 1%가 42% 내
- [속보]“이란 최고안보책임자 라리자니 사망”…이스라엘 국방 발표
- [속보]트럼프 파병 요청에 靑 정무수석 “일·영·프는 부정적, 우리도 상당한 숙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