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다 갖추려면 60만원…진짜 ‘등골 브레이커’
겨울 정장형 교복만 30만원 안팎
생활·체육복 합쳐 50만~60만원
4대 브랜드 시장점유율 70~80%
담합 등 불공정행위 점검 필요성

올해 3월 서울 마포구 소재 고등학교에 입학한 황모(16) 양은 교복 가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겨울용 정장형 교복만 구매했는데 20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황 양은 “재킷과 조끼, 와이셔츠, 치마, 리본 등 동복 가격이 거의 30만 원에 달했다”며 “이 외 체육복과 여름용 교복까지 살 경우 교복값이 배로 뛰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등골 브레이커’라고 언급한 교복값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형지엘리트·아이비클럽·스마트학생복·스쿨룩스 등 이른바 ‘4대 교복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70∼80%로 알려지면서, 교복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교육계와 교복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고교 749곳 중 가장 교복 가격이 높은 곳은 6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복은 2000년대까지 개인이 자율로 구매해오는 방식이었다가 가격 인하와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2015년부터 학교 주관 구매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학교장이 입찰 공고를 내면 교복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에도 특정 업체가 낙찰되도록 다른 업체들이 일부러 비싼 가격을 써서 들러리를 서는 방식의 담합이 꾸준히 적발돼 논란을 빚어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 시내 중고교 749곳 중 216곳 교복 가격이 입학 지원금 3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금액은 평균 3만7878원이었다. 교복값은 서울 강북구 A 고등학교가 60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성북구 B 중학교 57만9000원, 양천구 C고등학교 57만4000원, 서초구 D 고등학교 55만4000원, 도봉구 E 고등학교 54만9000원 등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일부 학교는 이 같은 교복값에 대해 선택 품목인 ‘생활복’ 가격을 포함한 금액으로, 필수 품목인 ‘정장형 교복’만 따지면 30만 원 내외라고 해명했다. A 고교 관계자는 “교복값 60만8000원 가운데 필수 품목인 정복은 34만2000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26만6000원은 야구 점퍼나 후드집업 등 편히 입을 수 있는 선택 품목”이라고 말했다. C고교 관계자도 “총금액 57만4000원 중 선택 품목이 23만8000원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교복업계는 “제도적으로 정복 상한가가 34만 원으로 책정돼 있으며, 학교마다 입찰을 통해 경쟁하므로 가격을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구조”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선택 품목을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 품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다수 교복점에서는 정복 외에 후드집업 등 선택 품목을 구매하는 학부모가 쉽게 눈에 띄었다. 고교 2학년생 딸을 둔 차모(여·54) 씨는 “학교에선 아이가 정장형 재킷보다는 후드집업을 입고 다닌다”고 구매 이유를 설명했다. 고교생 안모(17) 양은 “학교 야구점퍼를 다들 사는 분위기여서 덩달아 구매했다”며 “학생들이 모두 평등하게 같은 옷을 입는다는 교복 취지를 생각하면 선택 품목을 따로 두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김모(50) 씨는 “아이가 활동량이 많아 불편한 정복 대신 거의 생활복만 입는다”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정장형 교복 폐지 유도 및 생활복 전환 방침에 호응 입장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교복값 논란과 관련해 4개 교복 제조사와 40개 대리점에 대한 담합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형지엘리트·아이비클럽·스마트학생복·스쿨룩스 등 4대 교복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70∼80%대에 달하다 보니 불공정 행위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공정위는 교복업체들이 학교가 주관하는 공동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북 구미 소재 4대 교복 브랜드를 포함한 6개 대리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9000만 원을 부과했다. 일각에선 형지엘리트의 경우 최근 3년간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교복값을 꾸준히 인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4대 교복 브랜드는 모두 중소기업이고 각 대리점은 영세업체인 만큼, 대기업들의 담합과는 다르다”며 “시장 점유율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소기업·소상공인만 교복을 납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해진 가격에 질 좋은 교복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업체가 몇 곳 없는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복값을 판단할 때 원재료 외에 물류비나 인건비 등 전체 원가가 줄어들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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