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에게 손 내밀어준… 내게 세상을 선물한 친구야 고마워[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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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유현아.
마음속에 꾹꾹 담아 뒀던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꺼내 볼게.
바로 그때, 네가 이미 다른 친구와 짝이었는데도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나에게 달려와 내 어깨를 툭 쳤어.
유현아, 모두가 익숙함을 선택할 때, 외톨이였던 나에게 손 내밀어 준 너의 용기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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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감賞 - 서대전초 김율곡

나의 첫 친구, 유현이(가명)에게
안녕, 유현아. 나야, 너의 오랜 친구 율곡. 컴퓨터 앞에 앉아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마음속에 꾹꾹 담아 뒀던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꺼내 볼게.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두 살 때, 어린이집 병아리 반에서였지? 엄마가 앨범을 보여 주셨는데, 네가 넘어지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사진이 있더라.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항상 네가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유치원에서도 우리는 최고의 단짝이었잖아.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다른 길을 걷게 됐어.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네 번이나 옮겨 다녀야 했어.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의 문을 열 때마다 나는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었어. 이미 자기들끼리 단짝이 있는 아이들 틈에서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어.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꼭 나만 빼고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렸어.
그러다 너희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기쁜 마음보다 걱정이 산더미처럼 컸어. ‘유현이는 나를 기억이나 할까? 혹시 나를 보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며칠 밤을 설쳤는지 몰라. 전학 첫날,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지만 교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어.
드디어 교실 문이 열리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자리를 찾아갔어. 어색한 공기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지. 그런데 바로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 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지. “김율곡! 너 김율곡 맞지? 나 기억나? 유현이야!”
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꽉 막혀 있던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았어.
나를 기억해 주는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았어. 하지만 진짜 고마운 순간은 그 후에 찾아왔어. 가장 두려웠던 체육 시간, 선생님께서 두 명씩 짝을 지어 등을 맞대고 스트레칭을 하라고 하셨을 때였지. 아이들은 익숙하게 짝을 찾았고,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어. 넓은 체육관 한가운데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그 창피함에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졌어.
바로 그때, 네가 이미 다른 친구와 짝이었는데도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나에게 달려와 내 어깨를 툭 쳤어. 그러고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지. “야, 투명인간! 나랑 짝하자! 네 등이랑 내 등이랑 딱 맞을 것 같은데?”
유현아, 네가 내 어깨를 감싸고 등을 맞대었을 때, 나는 꼭 차가운 얼음 동굴에 갇혀 있다가 따뜻한 햇살을 만난 기분이었어.
그날 이후, 너는 나에게 세상을 다시 선물해 줬어. 쉬는 시간마다 “율곡아, 같이 놀자!”라며 나를 이끌어 줬고, 점심시간에는 네 친구들을 소개해 주며 “얘, 내 가장 친한 친구야”라고 자랑해 줬지. 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유현아, 모두가 익숙함을 선택할 때, 외톨이였던 나에게 손 내밀어 준 너의 용기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나의 어두운 세상에 가장 밝은 햇살이 되어 줘서, 다시 웃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지금처럼 게임도 같이하고, 비밀 이야기도 나누면서 최고의 단짝으로 지내자. 그래서 6학년 졸업식 때 꼭 나란히 서서 함께 웃는 거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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