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코인논쟁 끝낸 美…가상자산 스타트업에 ‘4년 안전판’ 제공한다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3.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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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EC·CFTC 공동 가이드라인
증권·상품 분류체계 명확히 제시
SEC “스타트업 세이프하버 제공”
최대 4년 등록없이 자금조달 허용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18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다”라며 전임 행정부의 규제 기조를 비판하는 글과 연설 영상을 게재했다. [출처=폴 앳킨스 X]
미국 금융당국이 10년 넘게 이어진 ‘가상자산 증권성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증권과 상품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토큰 분류 체계(token taxonomy)’를 제시하면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규제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시간) 연방 증권법이 가상자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하는 해석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공동으로 마련된 것으로 양 기관이 동시에 규제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핵심은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commodities)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디지털 증권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유사한 디지털 상품,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등은 원칙적으로 ‘증권이 아닌 자산’으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SEC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다”라고 공식화했다. 이는 그간 사실상 대부분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해온 기존 기조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능적인 암호화 시스템의 프로그램 작동 및 수요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디지털 상품’을 비롯해 예술품이나 음악, 게임 아이템 등을 나타내는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s)’은 증권에서 제외됐다.

또한 멤버십이나 신원 인증 배지 등 실용적 기능을 수행하는 ‘디지털 도구(Digital Tools)’와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 따라 허가된 발행자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역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다만 토큰 자체가 아닌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 여부에 따라 규제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프로젝트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약속하거나 사업 성과를 전제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증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당 약속이 이행되거나 종료되면 더 이상 증권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주목해온 에어드롭, 스테이킹, 프로토콜 채굴 등 주요 행위에 대한 기준도 처음으로 제시됐다. SEC는 이들 활동이 자동으로 증권 거래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구체적인 구조와 참여 방식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가상자산을 무상으로 분배하는 ‘에어드롭(airdrops)’ 역시 하위 테스트(Howey test) 상의 ‘금전의 투자’를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해석됐다.

반면, 전통적인 금융 상품이 가상자산 형태로 토큰화(토큰화 증권)된 ‘디지털 증권(Digital Securities)’은 연방 증권법의 규제를 엄격히 받게 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7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자산의 연방 증권법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출처=SEC]
이번 조치는 그간 규제 충돌을 빚어온 SEC와 CFTC가 역할 분담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비증권형 디지털 상품 영역은 CFTC, 증권형 자산은 SEC가 담당하는 ‘이원 구조’가 사실상 공식화된 셈이다.

CFTC는 비증권형 가상자산이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에 따른 ‘상품’ 정의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한 공개행사에서 “우리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증권으로 보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명확한 규칙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SEC는 향후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위한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최대 4년동안 등록 없이도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클래리티 법) 제정에 앞선 선제적 규율 체계 정비 성격도 갖는다. 입법 이전이라도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업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규제 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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