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코인은 주식 아닌 상품”... 10년 규제 족쇄 풀렸다

곽창렬 기자 2026. 3. 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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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경영해서 오르는 것 아니다”라며 바이든 정부 판단 뒤집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7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 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판단하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코인이 주식과 같은 까다로운 증권법의 규제망에서 벗어나 금이나 원유처럼 시장 원리에 따라 거래되는 ‘일반 상품’으로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가상 자산이 증권이라고 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 SEC의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YONHAP PHOTO-2396> FILE PHOTO: A bitcoin light is displayed at the "Bitcoin Treasuries Unconference" cryptocurrency event, in New York City, New York, U.S., September 17, 2025. REUTERS/Joy Malone/File Photo/2026-03-18 07:20:22/<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코인은 증권 아니다 명확히 선 그어

미 SEC는 이날 ‘특정 가상 자산·가상 자산 거래와 관련된 연방증권법 법령해석 지침안’을 발표하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주요 가상 자산은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ies)’으로 명확히 분류했다.

SEC는 지금까지 가상 자산을 연방 증권법상 규제 대상인 ‘증권’으로 간주해왔다. 가상 자산이 사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타인의 경영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 계약’의 성격을 지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SEC는 가상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 투자 상품과 엄격히 구분했다. 그 근거로 전통적 증권의 성립 요건인 ‘타인의 경영 노력에 따른 수익 기대’라는 특성이 가상 자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SEC는 비트코인 등을 ‘암호화 시스템의 프로그래밍 운용과 시장 수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이라고 정의하고, 발행 주체의 경영 활동보다 기술적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이 가격 형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폴 앳킨스 SEC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명확한 용어로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규제 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이는 전임 행정부가 인정하기 거부했던 사실, 즉 대부분의 가상 자산 그 자체는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EC는 또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밈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 화폐) 등에 대해서도 ‘디지털 수집품’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증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미술품 조각 투자와 같이 디지털 수집품을 분할 소유하고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는 여전히 증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YONHAP PHOTO-1111> The seal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 is seen at their headquarters in Washington, D.C., U.S., May 12, 2021. Picture taken May 12, 2021. REUTERS/Andrew Kelly///2026-03-17 06:26:55/<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등록 증권 판매’ 리스크 해소, 규제 느슨해질 가능성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기관의 가상 자산 시장 진입을 가로막던 법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은 가상 자산 시장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가상 자산을 취급할 경우 당국으로부터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적발될 수 있다는 법적 리스크 때문이었다. 미등록 증권 판매란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고 투자 계약 성격의 자산을 유통하는 행위로, 그동안 이를 취급한 기관은 막대한 벌금과 영업 정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SEC의 결정에 따라 이 같은 법적 우려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가상자산 업계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규제해 왔던 SEC에서 규제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넘어가는 점도 반기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향후 가상자산에 특화된 규제 체계가 정립된다면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현물 ETF 승인 요건, 이자 지급 구조화 과제 남아

이번 결정에 따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시세 조종 방지 등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특정 세력에 의해 코인 가격이 조작되지 않는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출시가 가능하다. 현재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 출시돼 있는 가상자산 ETF는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리플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스테이킹(Staking·예치 보상)’ 수익 처리 방식도 쟁점이다. 스테이킹이란 투자자가 코인을 예치할 경우 대가로 주는 일종의 이자인데, 이자를 주는 코인을 ETF로 만들 때 수익을 투자자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증권법을 준수하면서도 스테이킹 수익을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가상자산 금융화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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