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팔팔혀~" 노묘 사료 거부하는 묘르신… 이대로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15세 묘르신을 모시는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고양이는 체구에 비해 네프론1 수가 적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을 때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연자님의 고양이 역시 신장 수치가 약간 높아서 걱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노묘를 위한 사료가 존재하는 이유
① 영양 재구성 ② 신장 수치의 배신

신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령묘 사료 급여는 여러모로 이점이 있습니다. 노령묘 사료는 인(Phosphorus) 함량을 낮춥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인 배출 능력이 떨어져서 이런 배합은 신장 기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배뇨를 잘 농축하지 못해서 소변량이 늘고, 이 과정에서 소변과 함께 수용성 비타민도 소실되는데, 노령용 사료에는 이를 보충할 수용성 비타민이 더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또한 세포 손상을 줄이는 비타민 E, C 와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 등이 풍부합니다.
더군다나 신장 수치의 경우 전체 기능의 약 75%가 소실될 때까지도 정상 범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치가 약간 올랐더라도, 이미 신장 기능 상당 부분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단백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단백 불내성'(Protein intolerance) 상태라면 단백질의 양도 일부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선호되지만, 단백질을 처리할 수 상태에서는 신장 처방식 등 단백질을 더욱 줄인 식이를 선택해야 할 수 있습니다.
호락호락하게 먹어줄 냥이가 아니다…
시니어 사료만이 정답일까?

하지만 고양이는 음식에 있어서도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집사가 바꿔 준 사료를 쉽사리 먹어주지 않죠. 특히나 노령묘 사료는 기존에 먹던 영양이 풍부한 사료에 비해 기호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집사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고양이가 잘 먹지 않더라도 반드시 시니어 사료를 고집해야만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니어 사료 급여가 건강 관리의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니어 사료는 노령묘의 대사율 저하와 장기 부담을 고려해 설계된 훌륭한 도구이지만, 반려묘가 지속적으로 거부하여 체중이 줄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노묘는 체중 감소 시에 근육을 먼저 소실하기 쉽고, 근육량 소실은 노묘의 건강 상태 및 수명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급여량이 줄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기호성에만 초점을 맞춰 사료를 고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 든 고양이가 식욕이 떨어졌을 때 기호성이 좋은 키튼 사료를 급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자묘용 사료는 성장기의 폭발적인 에너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단백질, 칼슘, 인 함량이 극도로 높은데, 이는 노화된 신장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니어 사료 없이 '잘 먹는 법'
①수분 공급 ②보조제 투여

그렇다면 시니어 사료 없이 신장을 잘 관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집사님도 잘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음수량을 늘이는 것입니다. 현재 집사님이 책임지고 있는 하루 200㎖(약 46㎖/㎏)는 고양이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수분량 40~60㎖/㎏를 충족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희석뇨를 통해 수분을 많이 잃게 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음수량에서 수분을 더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습식사료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또 급수대를 여러 곳에 두고, 정수기-생수-수돗물 등 고양이가 좋아하는 물을 다채롭게 준비해 주거나, 정수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됩니다.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치의와의 상담 하에 피하수액 등을 시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이 경우 아이의 심장 상태, 전해질, 빈혈 등의 항목을 반드시 체크하며 시행해야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 피하수액을 장수의 비결로 생각하셔서 임의로 피하수액을 하던 고양이에서 폐부종이 확인되어 위험했던 경우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보조제인 '인 흡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 신부전 관리에서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 · FGF-23) 검사 등을 통해 체내 인 수치 상승을 조기 관리하는 게 트렌드인데요. 인은 뼈나 '단백질이 많은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고단백 식이를 먹는 경우 필연적으로 인을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 흡착제를 복용하면 음식 속의 인이 혈액으로 흡수되기 전에 장에서 미리 붙잡아 배출시켜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체내 인 수치가 너무 낮아지는 경우 적혈구가 깨어지는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마찬가지로 신장 질환이 의심되는 노묘의 경우에는 인 외에도 신장 수치, 그리고 SDMA, UPC 검사 등을 6개월마다 시행하는 걸 권장합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둔감하게 변화하는 신장 수치를 보완해 주는 기능을 가집니다.
그럼에도 시니어 사료는 '꾸준히' 도전해보세요
한편 고양이가 다른 사료를 먹지 않는 것은 오로지 기호성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새로운 것을 경계하는 네오포비아(Neophobia)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료를 경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바로 사료를 먹지 않는 경우에는 조금씩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경우, 결국 낯설던 사료도 먹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희망을 놓지 마시고 계속 노출해 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실제로 제가 키우던 고양이 역시 이런 방법으로 습식 사료를 먹게 된 경험이 있으니, 보호자분도 꾸준히 시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15세 노령묘가 지금까지 큰 건강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 점은 집사님의 관리가 매우 훌륭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신장 수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오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노령인 고양이가 스트레스 덜 받고 행복한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진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순순히 파병할 줄 알았나… "트럼프가 그렇게 화내는 것 처음 봐" 측근 전언-국제ㅣ한국일보
- 아빠 손 대신 혼자 걷는 신부…40대도 놀란 MZ세대 맞춤 결혼식-오피니언ㅣ한국일보
- 119 신고했지만… '골든타임' 놓친 30대 공무원 비극, 뒤늦게 지침 바꾼 대구소방-지역ㅣ한국일보
- 명상 배운 후 연 매출 30억… 그가 사업 포기하고 스님 된 이유-문화ㅣ한국일보
- 엄마 몰래 환각 파티… 청소년 'OD' 유행 뒤엔, 캐묻지 않는 '창고형 약국'-사회ㅣ한국일보
- SK하이닉스 직원 평균 연봉 1억8500만원… 삼성전자보다 2700만원 높다-경제ㅣ한국일보
- "농협이 이러면 되나" 대통령 한마디에… 기름값 올린 농협주유소 즉각 가격 인하-경제ㅣ한국일
- "한국인들 기밀 유출?"… 美 오스카 시상식, '신라면 뽀글이' 등장한 이유-문화ㅣ한국일보
- 빌라에 '엑스터시 공장' 차린 일당… 챗GPT로 제조법 검색했다-사회ㅣ한국일보
- 'K팝의 왕' BTS가 돌아온다... 스위프트 넘어서는 수십 조원 경제 효과-문화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