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Pick]인터불고 대구에는 '뭉티기'가 있다
27년째 인터불고 대구 지키고 있는 셰프
대구 특1급 호텔이라는 개성에 맞는 대구 향토 음식

셰프의 요리는 종종 예술작품에 비유되곤 합니다. 셰프는 접시라는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철학과 재료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수만 번의 칼질로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예술가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죠. [셰프의 Pick]은 그들의 이런 노력을 담아냅니다. 국내 호텔 셰프들의 이야기와 요리에 담긴 철학 한 조각을 음미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최고의 셰프들이 전하는 화려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맛 보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출발합니다. [편집자]
요즘처럼 '셰프'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시대가 있었을까. TV를 틀어도, 유튜브를 봐도 가장 잘 나가는 곳에는 어디에나 셰프가 있다.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의 셰프라면 단순히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예술가'로 불린다. 대표적인 3D업종 중 하나였던 '주방 일'이 예술의 영역으로 지위가 올랐다는 이야기다.
셰프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건 대부분 개인의 이름이 돋보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헤드 셰프들이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업장'의 이름에 가려, 눈에 띄는 창작 요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셰프들도 많다. 사실 내로라할 5성급 호텔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받는 곳은 카페도, 미쉐린 레스토랑도 아닌 뷔페다. 하루에 수천명의 손님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인터불고 대구 호텔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 뷔페인 인터불고 대구의 '더 뷔페 앳 인터불고'를 총괄하는 이오희 셰프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60가지가 넘는 메뉴를 관리하는 동시에 다른 호텔에는 없는 차별화된 메뉴까지 고안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본인의 이름보다는 '호텔 이름'을 더 앞세운다. 지난 6일 인터불고 대구에서 이 셰프를 만나 그가 자랑하는 '한 접시'를 만나봤다.
자동차 정비공에서 호텔 셰프까지
이오희 셰프는 흔히 말하는 '스타 셰프'의 길을 걸어 온 사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미쉐린 스타'를 꿈꾸며 이 길로 들어선 요즘 셰프들과도 다르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자동차 정비를 배웠다. 하지만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구장에서 숙식을 하며 미래를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기회가 왔다. 지인에게 '주방일'을 배워보라는 제안을 받은 것. 자동차 정비와 요리. 양 극단에 있는 직업 같지만 '손재주'가 필요하다는 점은 같았다. 우연히 접한 요리였지만 적성에 딱 맞았다. 재미있었다.
이 셰프는 "요리라고 하는게, 해 보니까 예술적인 부분이 있더라"며 "비슷한 레시피로 비슷한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만드느냐, 담아내느냐 하는 창작의 영역이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적성에 맞았던 건 '팩트'였다. 지인의 소개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인상깊은 건 그의 경력 거의 전부가 호텔이라는 점이다. 특히 인터불고 대구에서만 27년을 근무했다. 인터불고 대구가 '파크호텔'이던 시절부터다. 호텔 경력을 발판으로 자기 업장을 차려 이름을 알리는 셰프들도 많은데, 그는 평생을 '호텔 셰프'로 살아왔다.
그는 "스무살 때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의 꿈이 '호텔 셰프'가 되는 것이었다"며 "식재료 하나를 써도 일반 업장과 다른 재료를 쓰고, 고급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명의 셰프가 손발을 맞춰 하루 수천 명의 고객을 받아야 하는 호텔의 주방은 일반 레스토랑과는 또다른 영역"이라면서 "개인의 이름은 덜 알려질 수 있지만 우리 지역 최고의 호텔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크고 많고 싸다
이 셰프가 진두지휘하는 인터불고 대구의 '더 뷔페 앳 인터불고'는 대구를 넘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호텔 뷔페다. 크고 넓다는 게 레스토랑의 미덕은 아니지만, 호텔 뷔페의 경우 규모가 그대로 '퀄리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메뉴를 여유롭게 제공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 뷔페가 제공하는 메뉴 가짓수는 총 160여종에 달한다. 서울의 'n대 뷔페'로 불리는 유명 호텔 뷔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당일 생산·당일 소진 원칙으로 운영한다. 특히 디저트나 베이커리 등 일부 메뉴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리가 라이브 스테이션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셰프 역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 셰프는 "우리 뷔페는 가능한 한 모든 요리를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며 "양갈비부터 랍스터, 너비아니, 스테이크, 갈비찜 등 다양한 육류와 해산물 요리를 바로 조리해 따뜻할 때 제공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메뉴 가짓수 뿐만이 아니다. 와인·맥주·하이볼 등 주류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한 무알콜 칵테일도 구비돼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주말 디너 기준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보다 다소 물가가 저렴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눈에 띄는 가격이다. 서울의 유명 호텔 뷔페들이 최근 몇 년간 수차례 가격 인상에 나서며 1인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값 뷔페'인 셈이다.
'뭉티기' 주는 뷔페 봤니
160여 종의 메뉴 중 이 셰프가 내미는 '셰프의 Pick'은 뭘까. 사실 그는 메뉴 하나만을 고르기 어려워했다. 자신의 손이 닿은 백여가지 요리 중 단 하나만을 추천한다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래도, 멀리서 인터불고 대구를 찾아 온 손님이 뷔페에 왔을 때 테이블에 먼저 내놓고 싶은 음식은 있었다.
이 셰프는 "웬만한 호텔 뷔페라면 육회는 당연히 있을 거고, 육사시미를 내는 곳도 꽤 있겠지만 '뭉티기'를 내는 호텔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대구의 향토 음식이자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인 뭉티기를 내는 전국에 몇 안되는 호텔"이라고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도 뭉티기를 먹어 본 적이 몇 번 있지만 육회, 육사시미와 뭉티기가 그렇게 다른 음식일까. 이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뭉티기는 '뭉텅뭉텅 썰어낸 고기'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소의 사태나 우둔살 등 기름기 없는 살코기 부분을 썰어 사후강직이 일어나기 전 먹는다.
뭉티기의 품질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일 도축해 당일 소비'한다는 점이다. 흔히 뭉티기를 취급하는 집에선 뭉티기 한 점을 접시에 올린 뒤 접시를 뒤집는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그래도 고기가 떨어지지 않을만큼 찰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루만 지나도 찰기가 뚝 떨어져 '그냥 육회'가 된다.

뭉티기가 단순히 '희귀한 요리'가 아니라 대구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라는 점도 의미있다. 대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먼저 대구의 '소울푸드'를 맛보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뷔페에서는 또다른 대구의 대표 음식인 '대구막창'도 내고 있다. 이 역시 다른 호텔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메뉴다.
이 셰프는 "대구 지역만의 고유한 식문화를 호텔 뷔페에 도입해 지역적 특색과 프리미엄 다이닝을 조화롭게 풀어내고자 했다"며 "고객들이 대구의 향취와 정을 오롯이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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