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함께] 콩팥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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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콩팥은 주먹만 한 크기지만 하는 일은 거대하다. 하루에 150리터의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내고, 몸에 필요한 물과 전해질은 다시 흡수해 균형을 맞춘다. 혈압을 조절하고, 적혈구를 만들도록 신호를 보내며 비타민 D를 활성화해 뼈 건강에도 관여한다.
콩팥은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기능이 80~90%까지 떨어져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붓기, 피로, 식욕 저하 같은 신호가 나타날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성콩팥병은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만성콩팥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34만여 명이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가파른 증가세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환자'다.

대한신장학회 등 여러 기관의 추정치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성인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8~10%에 이른다. 약 350만~430만 명이 가볍든 무겁든 콩팥 기능 저하를 겪고 있지만 이들 중 10% 수준만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L/min/1.73㎡) 미만으로 떨어져 당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만 해도 성인의 3~5%로, 약 200만 명에 이른다.
이하정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치료율이 낮은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인지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키우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방치하면 투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심뇌혈관질환, 암 등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상당수는 정상 회복 또는 장기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구체질환 신장이식 등 중증 콩팥병 환자를 많이 진료한다. 사구체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의 국내 연구들을 주도하고 있으며 사구체신염과 신장이식 관련 중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만성콩팥병 바로 알기
① 침묵의 장기… 모른 채 병 키우는 경우 많아
② 초기에 치료 시작하면 정상 회복 가능
③ 고혈압, 당뇨병, 사구체신염이 주요 원인
④ 방치하면 투석에 이식까지… 심장병, 암 위험도 증가
⑤ 소변에서 단백질 검출되면 전문의 진료 받아야
⑥ 이부프로펜 등 소염진통제 복용 조심해야
⑦ 저염‧저단백 식사, 금연, 적절한 운동이 중요해

주요 원인은 당뇨‧고혈압‧비만
단백뇨 나오면 경각심 갖고 정밀검사해야
만성콩팥병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당뇨병, 고혈압,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 질환자가 늘어난 점입니다. 이들 질환이 만성콩팥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두 번째는 고령 인구 증가인데, 나이가 들면 콩팥 기능이 감소합니다. 여기에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 만성콩팥병이라고 진단하나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콩팥 손상의 근거로 ▲사구체여과율 60 미만이 지속되거나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알부민뇨) 또는 혈뇨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산(酸) 배설 혹은 전해질 이상 등 기능적 이상이 지속되거나 ▲초음파나 CT 검사와 같은 영상 검사 혹은 조직 검사에서 구조적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에 만성콩팥병이라고 진단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은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데, 이들 질환은 어떤 기전으로 만성콩팥병을 일으키나요?
당뇨병은 고혈당이, 고혈압은 높은 압력이, 사구체신염은 면역 반응이 사구체를 공격합니다. 원인은 달라도 결국 사구체 혈관 내피세포와 기저막을 손상시키는 건 동일해요. 사구체가 손상되면 그 영향이 주변으로 퍼져 세뇨관과 간질 조직까지 손상되면서 콩팥 전반에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사구체신염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데 기전이 밝혀지고 있나요?
과거에는 잘 몰랐던 질환의 기전들이 최근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사구체신염인 IgA(면역글로불린 A) 사구체신염은 장 점막 면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장에서 비정상 형태의 IgA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자가항체가 결합하면서 면역복합체가 생겨 콩팥에 침착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사구체여과율과 미세알부민뇨 수치를 보라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크레아티닌도 중요
만성콩팥병은 투석과 이식을 걱정하지만 주의해야 할 합병증도 있다고요?
1순위는 심뇌혈관 합병증입니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심근경색, 뇌졸중 합병증은 일반인보다 10~40배 높다고 관찰됩니다.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혈압이 오르고 혈관 손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요독(몸에 쌓인 노폐물)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면 전신 염증과 대사 이상이 생기면서 일부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빈혈과 뼈 질환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 지표가 왜 중요한가요?
사구체여과율은 콩팥의 기본 처리 능력을 점수처럼 보여주는 지표예요. 1분에 얼마나 많은 혈액을 걸러낼 수 있는지 추정하는 거죠. 미세알부민뇨는 사구체 필터가 느슨해졌다는 신호입니다. 초기에는 알부민 같은 비교적 작은 단백질만 새다가, 더 진행되면 더 큰 단백질도 빠져나오는 '단백뇨'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어떤 항목을 유심히 체크해야 하나요?
혈액검사에서는 크레아티닌을 기반으로 사구체여과율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변검사에서는 알부민(단백)과 혈뇨 여부를 봅니다. 혈뇨는 단순히 피가 소변에 섞여 있다는 것보다 현미경 검사에서 실제 적혈구(RBC)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해야 정확합니다.
크레아티닌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성되어 콩팥을 통해 배출되는 대사 부산물로 대략 남성은 1.2 mg/dL까지, 여성은 1.0 mg/dL까지를 정상 범위로 봅니다. 남성은 근육량이 많아 크레아티닌 생성량이 더 많아요. 다만 개인의 근육량, 나이, 체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사구체여과율과 함께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
초기에 대응하면 정상 회복 가능성 높아져
만성콩팥병 치료는 완치보다 악화 지연이 목표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오해입니다. 조기에 발견해 원인을 제대로 잡으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늦게 진단돼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입니다. 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만성콩팥병 치료에 일부 혈압약과 당뇨약을 중요하게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혈압약으로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AS) 차단제를 최우선으로 사용합니다. 이 약은 혈압을 낮출 뿐 아니라 사구체 안의 압력을 줄여 필터 손상을 완화하고,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당뇨약은 SGLT2 억제제가 대표적입니다.
SGLT2는 신장의 세뇨관에서 당과 나트륨 재흡수하는 수용체인데, 이 수용체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몸 속 염분을 줄여 체액을 줄이고 신장 내 압력을 줄임으로써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목받는 신약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입타코판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중 '보체(complement) 시스템'이라는 염증 반응을 조절해 콩팥을 공격하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으로, 특히 희귀 신장질환인 IgA 신병증 등에서 단백뇨와 콩팥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트라센탄은 혈관과 콩팥 조직에 작용하는 '엔도텔린(endothelin)'이라는 물질의 작용을 차단해 콩팥의 압력과 염증을 낮추고 단백뇨를 줄여 콩팥 기능 악화를 늦추는 약입니다. 두 약물 모두 IgA 신장염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 의미 있는 치료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의 당뇨‧비만약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지만, 최근에는 심장과 콩팥을 보호하는 효과까지 확인되면서 중요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실험 연구들에서 콩팥의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구체 내 압력을 낮추며, 섬유화와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대표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이 당뇨병 환자에서 만성콩팥병 진행과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되어 콩팥병 치료의 중요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소염진통제 복용 주의
이부프로펜 주의, 타이레놀은 괜찮아
만성콩팥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약물과 음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약 자체가 콩팥 독성이 있어 콩팥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약이 콩팥을 통해 배설될 때,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을 경우 약이 몸에 축적돼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피해야 할 약은 피하고, 꼭 써야 할 약은 용량을 콩팥 기능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엔세이드(NSAIDs)라고 불리는 소염진통제를 특히 조심하라고 하는데요.
엔세이드 계열의 진통제는 신장 미세혈관의 압력을 조절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차단해, 사구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탈수‧당뇨가 있을 경우 엔세이드 진통제를 사용하면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이 대표적인 엔세이드 계열 약이에요.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항생제와 조영제도 주의해야 합니까?
경구 항생제는 대개 콩팥을 직접 손상하지 않지만 용량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주사 항생제는 더 주의해야 하므로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투여 여부와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아요. CT 촬영 시에 사용하는 조영제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역시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 섭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요?
저염식이 1번입니다. 염분이 많으면 혈압이 오르고 체액이 늘어 콩팥과 심혈관계에 부담이 됩니다. 단백질은 필요하지만 과다 섭취는 단백뇨를 악화시키고 사구체 부담을 키울 수 있어, 만성콩팥병 환자는 하루 동안 정상인의 1kg당 1g보다 적은 0.8g의 단백질을 섭취하라고 권고해요.
또 인 또한 섭취가 과하면 혈관과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인은 육류에도 있지만, 탄산음료‧소시지‧햄 등 가공식품의 첨가제에 많이 들어 있으니 이들 식품은 줄이는 것이 좋아요.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조금 더 안전한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동물성 단백질에만 들어 있는 필수 아미노산들도 있기 때문에 식물성 위주로 드시되 동물성도 일부 섭취해 골고루 드시는 걸 권고합니다. 이 외에도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비타민 등을 복용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이외의 건강 보조 식품들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복용하기를 권고합니다.

'콩팥은 알고 있다'
단백뇨 등 작은 신호를 소홀히 여겨선 안돼
칼륨이 많은 과일‧채소도 주의하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진 일부 환자에서만 칼륨 제한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칼륨 함량이 낮은 식품을 선택하고, 물에 하루 동안 담그거나 데치는 조리법으로 칼륨을 줄일 수 있어요.
어떤 강도의 운동이 좋은가요?
운동을 하면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간다고 오해해서 누워만 지내는 분도 있는데, 일상적인 운동 수준으로 인해 크레아티닌 수치가 크게 뛰진 않아요.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겠지만 적절한 유산소와 근력운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만도 주의해야 하는데, 체중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바람직한가요?
BMI 25(kg/m²) 이상을 비만이라고 하지만 원래 BMI가 25였다면 굳이 정상 BMI(18.5~22.9)까지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최근에 체중이 급격히 늘면서 평소에 비해 혈압이 올라가는 등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에는 원래 체중으로 되돌리라고 권고합니다.
환자들의 대표적인 오해는 무엇인가요?
'만성콩팥병은 치료가 안 된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달라요. 초기에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되돌릴 수도 있고,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꼭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은 무엇인가요?
저염식, 금연, 절주나 금주, 적절한 운동입니다. 특히 흡연은 콩팥병을 만들고 악화시키며 합병증도 키우기 때문에 꼭 피하셔야 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Nobody knows, kidneys know.'(아무도 모를 때 콩팥은 알고 있다) 콩팥은 혈관의 미세 손상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장기 중 하나입니다. 미세알부민뇨 같은 작은 신호도 무시하지 말고, 이상 신호가 있을 경우 빨리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하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에서 의학석사,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전임의를 거쳐 신장내과 조교수, 부교수(2020~현재)로 재임 중이다. 대한신장학회, 국제신장학회, 대한이식학회, 미국신장학회, 미국이식학회 등 국내외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사구체신염 및 중증 콩팥병 환자를 주로 진료하며 국내 글로벌 신약 임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취재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대표기자)
사진 임준선 기자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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