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산길…'꾼'들의 조망 백화점 [지도 위를 걷다 창원·함안 광려산 화개산]

신용석 기획위원 2026. 3. 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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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은 광려산-대산-무학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풍경이 멋지게 내다보이는 조망점이다. '응봉, 매봉산, 침대봉' 등 여러 이름을 쓰고 있어 통일이 필요하다.
대산에서 굽어보는 왼쪽 무학산, 오른쪽 마산 앞바다와 진해만, 그 너머의 거제도.

말馬의 해에 경남 마산馬山의 산으로 간다. 마산의 산! 무학산(761m) 건너편에 광려산과 화개산이 있다. 무학산 명성에 가려 이름을 내지 못하고 있는 광려산(752m)이 9m가 더 낮다.

창원 시내에서 가까운 무학산이 가벼운 등산 코스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큰 집'이라는 뜻의 광려匡廬산은 거친 산길을 좋아하는 '꾼'들의 '외곽 산'이다.

무학산에서 마산만과 진해만, 거제도로 이어진 남해 풍경을 본다면, 광려산은 그런 무학산과 남해 바다, 창원과 함안을 바라보며 남도의 산과 바다, 도시를 방어하는 수호산守護山이다.

화개지맥은 낙남정맥 '광려산 삿갓봉(723m)'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와 낙동강으로 떨어지는 34km 산줄기다. 그중에서 지맥의 명칭인 화개산(454m)으로 올라, 지맥의 최고봉인 상투봉(704m)과 경희봉(725m)을 찍고, 마산시 회원구 내서읍으로 하산하는 13km의 산길을 간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약 3.5km 떨어져 있는 '거의 원점회귀' 산행이다.

창원시와 함안군의 경계인 마루금 전체는 500~700m의 고도로, 산행하는 내내 왼쪽으로는 마산 무학산을 비롯한 남해안 산들을, 정면으로는 광려산과 대산 등 낙남정맥 줄기를, 오른쪽으로는 함안의 산들과 멀리 지리산 산줄기를 조망한다.

화개지맥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부 등산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비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산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야무지게 가팔라 체력 소모가 크고, 낙엽으로 뒤덮여 스틱을 팍팍 박으며 바닥을 확인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험로가 많다.

"지역의 야산 아닌가?"라며 얕보고 갔다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긴장할 정도의 고생길이다.

1. 3개 봉 오르는 "쪼매 된(경상도 사투리로 조금 힘든)" 산행, 경치는 최고

대산(727m)~광려산(752m)~삿갓봉(723m) 8km

광려산은 광산사를 기점으로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마루금에서 사방팔방의 산하와 바다를 조망하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지다. 체력에 따라 4~5시간 걸리는 짧은 산행이지만, 된비알과 나뭇가지가 우거진 소로가 많아 경상도 사투리로 "길이 되다(힘들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광려산-대산-대곡산-무학산으로 이어지는 굽이치는 능선에는 드넓은 진달래 군락과 갖가지 야생화가 흐드러져 꽃산행 적지이기도 하다.

광산사의 아침. 고요하고 단아하다.

광려산은 낙남정맥의 산이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갈라져 남해안 기슭을 타고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장장 200km의 산줄기 후반부에 700m급 봉우리들로 돋아난 여항산-광려산-무학산-천주산 라인에 위치해 있다. 정상에 서면 산과 강, 바다와 섬, 도시와 평야 모두가 내다보이는 '조망의 산 백화점'이다.

특히 북쪽과 서쪽 방면으로 둥그런 파도가 겹겹이 다가오듯, 남도를 종단하고 횡단하는 산그리메 풍경이 독보적이다. 서쪽으로 지리산과 무등산 스카이라인이 아련하게 조망된다.

광려산 들머리는 광산사匡山寺다. 마산 시내에서 광려산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시내버스인 51번 종점 신목마을에 내려, 300m 걸어가면 광산사 일주문이 있다. 주변의 숲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깊은 산에서 사는 서어나무와 노각나무가 섞여 있다. 아침의 광산사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고, 널따란 마당은 빗질 자국도 없이 먼지 한 톨 없는 듯 깨끗하고 고요하다. 광산사는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광려산은 광산사를 기점으로 둥글게 돌아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오르막이 조금 더 부드러운 왼쪽 루트로 간다. 일주문 왼쪽으로 임도를 15분쯤 걸으면 옹벽 위로 가느다란 소로가 나온다. 그곳으로 올라서라고 가느다란 로프가 매달려 있다. 광려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지름길인데 이정표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5분쯤 더 걸으면 정자가 나오고, 임도가 구부러지는 코너의 오른쪽으로 여러 개의 리본과 작은 표지판이 안내하는 오르막이 나온다. 대산을 경유해서 광려산으로 가는 등산로다.

초입부터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잔뜩 쌓여 있어 진행이 쉽지 않다. 금방 등이 촉촉해져 패딩을 벗고, 꾸역꾸역 올라가다 10분에 한 번쯤 쉰다. 그만큼 계속되는 된비알이다. 노각나무 숲, 굴참나무 군락, 소나무 숲을 차례로 지나, 진달래의 하얀 나뭇가지들이 무성한 지점을 통과하는데, 바람이 휘몰아치며 공기가 싸늘해진다. 정상에 가까이 온 것이다. 다시 패딩을 꺼내 입고, 낑낑 올라서니 갑자기 시야가 확 터진다. 낙남정맥의 마루금에 솟은 대산大山(727m) 정상이다.

가고픈 남쪽 바다, 마산 앞바다

정상에 서니 한겨울 찬바람이 쌩~하며 몰아치고, 정상을 에워싼 진달래 가지들이 풀처럼 흔들린다.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몸은 오싹한데 기분은 상큼하다. 주변이 온통 산이지만, 눈은 바다를 향한다. 아! 저 바다가 '가고파'의 바다구나! 이곳 출신 이은상 선생이 "내 고향 남쪽 바다, 가고파라 가고파"라 했던 마산 앞바다. 호수처럼 잔잔한 은빛 수면에 지붕 같은 섬들이 얌전하게 박혀 있다. 풍경이 아늑해서 저절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시구詩句가 저절로 읊어진다.

대산에서 바라본 광려산. 왼쪽은 낙남정맥, 오른쪽 둥근 봉우리는 화개지맥.

고개를 천천히 돌려 사방팔방의 풍경을 바라본다. 학이 날개를 벌린 듯한 무학산을 향해 바람재와 대곡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울퉁불퉁하다. 무학산 오른쪽에 펼쳐진 바다는, 섬과 섬 사이로 육지의 안쪽으로 깊게 들어온 해강海江이다. 수많은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어떤 태풍이 몰아쳐도 이곳만은 무풍無風일 곳에 마산이 자리하고 있다. 고개를 반대로 돌려 낙남정맥의 광려산과 삿갓봉, 더 멀리 여항산 산줄기를 바라보고, 삿갓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개지맥을 조망한다. 멀리서 보면 큰 붓으로 두껍게 그은 한 획이지만, 가까이 보면 울룩불룩한 요철凹凸이 분명한 산세다.

광려산까지 2.5km의 능선길을 간다. 거리는 짧지만 서너 번의 오르내림을 해야 하고, 중간에 급경사 암릉과 소로 옆 절벽을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등산로 일대와 사면은 진달래 천지다. 좁은 길에 나뭇가지들이 우거져 얼굴을 때리고 옷을 잡아끄는 지점도 많다. 지금은 하얀 가지들만 앙상하지만, 춘삼월이 오면 분홍빛 꽃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대산-광려산은 진달래 꽃밭. 왼쪽은 2월 현재, 오른쪽은 4월의 진달래 꽃길. 사진 창원시 홈페이지-셰인의 미소산행기 블로그.

광려산 정상은 작은 언덕 끝에 돋아난 돌무더기다. 바다 방향으로 대산에서 바라보았던 비슷한 풍경을 조망하다가, 반대편의 낙남정맥 방향으로 여항산 너머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산줄기를 한참 바라본다. 지리산 능선이다. 카메라로 당겨보니 노고단에서 촛대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부드러운 산평선山平線을 이루고 있다. 노고단 남쪽으로 산그리메를 따라가다가 무등산의 사다리꼴 실루엣도 반갑게 만난다. 더 밑에는 월출산 라인이다. 산들이 만나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광려산 정상에서 비탈길을 700m 내려서면 삿갓봉이다. 봉우리라고 말하기 어려운 밋밋한 바위 사이에 '광려산 삿갓봉 720m'라고 쓴 비석이 있다. 지도에 표기된 722.6m와는 차이가 있다. 삿갓봉은 낙남정맥과 화개지맥의 분기점이다. 직진해서 계속 가면 지리산 영신봉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화개지맥 능선을 바라보며 광산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낙엽이 두껍게 쌓인 내리막을 러셀 하듯이 20분쯤 하산하다가 '광산사 0.7km' 이정표를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여기부터 500m는 낙엽이 바다처럼 덮인 급경사 비탈이다. 스키장만큼이나 미끄럽다. 길 자국이 보이다가 사라지다 하는 지그재그 소로에서, 스틱을 팍팍 찍고 종아리에 힘을 주다 보니 온몸에서 땀이 샘솟는다. 패딩, 비니, 버프, 장갑 다 벗고 악전고투하다가 드디어 평편한 숲길에 이르고, 개울을 건너 광산사 일주문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총 8.4km, 휴식 시간을 빼고 4시간 30분 걸렸다. 버스 종점과 광산사 경내를 오고 간 거리까지 합하면 10km 길이다.

광려산은 북쪽으로 함안 여항산, 동쪽으로 마산 무학산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두 산의 중심에서 묵직하게 앉아 있는 낙남정맥의 '큰 산'이다. 사람들이 바글대고 계단이 많은 산을 피해서, 거칠지만 자연 그대로의 길을 호젓하게 걷고 싶은 산꾼에게 딱 맞는 길을 다녀왔다. 땀 흘려 몸이 가벼워졌으니, 마음도 절로 가볍다.

어디가 광려산인가? 시급하게 고쳐야 할 지명

광려산 정상에는 초라한 표지판에 '광려산 정상 752m'라고 쓰여 있다.

왜 굳이 '정상'이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확인을 해보니 ① 국토지리정보원의 국토정보플랫폼, 산림청의 산림공간정보서비스, 창원시의 행정지도에는 이곳의 지명 표기 없이, 이곳에서 700m 떨어진 722.6m 봉우리를 '광려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② 산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앱 램블러에는 이곳과 722.6m 봉우리를 모두 '광려산'이라 표기하고 있다. ③ 창원시에서 설치한 안내판과 함안군에서 설치한 이정표, 그리고 블로그에 나오는 대부분의 등산안내도에는 이 지점을 '광려산'으로, 722.6m 봉우리를 '삿갓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④ 심지어 창원시 홈페이지에는 '삿갓봉 옆의 산봉이 정상들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삿갓봉이 높다'는 오타인지, 오기誤記인지 모를 글이 쓰여 있다. ⑤ 함안군의 행정지도에는 광려산 정상이 '광려산 722.6m'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이렇게 한 장소에 대해 지명과 높이를 혼용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문제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산행길잡이

광산사 일주문에서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광려산 정상을 찍고 반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오른쪽으로 가면 곧 화개지맥으로 올라서는 급경사 된비알을 만난다. 왼쪽의 임도를 따라가서 대산으로 올라 광려산으로 가는 코스가 좀 더 수월하다. 8.4km에 4~5시간 걸린다. 광산사 경내를 둘러보고 신목마을 버스종점까지 포함하면 약 10km 길이다.

교통

승용차의 경우 신목마을 끝에 있는 공영주차장, 또는 광산사 일주문 옆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시내버스는 마산 시내에서 51번이 유일하다. 배차간격은 약 1시간이고, 시내 중심에서 신목마을 종점까지 1시간 넘게 걸린다. 다른 도시에서 고속버스로 올 경우 내서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해 800m 떨어진 동신아파트에서 51번 버스를 타면 된다. 택시의 경우 광산사까지 약 20분 소요, 요금은 약 1만2,000원 나온다. 서울역에서 KTX를 탈 경우(3시간 소요) 마산역에서 하차해 51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환승을 해야 한다.

택시의 경우 약 30분 소요, 요금은 약 2만 원 나온다.

맛집(지역번호 055)

광산사 입구의 신목마을과 진입도로 주변에 여러 음식점과 카페가 있다. 신목마을 버스종점의 빨강휴게소 식당(반계탕 정식 010-6420-5299), 산가든(한식 231-4866), 산수야(오리요리 231-3878), 순흥골(돼지고기 232-9209), 우리가(고기정식 283-0567), 건강하새우(새우요리 0507-1404-1577).

신목마을 종점 '빨강휴게소 식당'의 반계탕 정식. 갖은 약재를 넣은 육수에 전복, 인삼, 대추, 찹쌀을 넣어 끓여낸다. 13가지 반찬을 곁들인 보약 요리다. 1인분 1만5,000원.

* 등산 지도 _ 특별부록 지도 참조

2. "무사히 하산할 수 있을까?' 빡센 지맥의 맛화개산(454m)~응봉(530m)~상루봉(704m) 12km

화개지맥 정상 상투봉에서 바라보는 무학산. 우리의 산하 구석구석 어느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내서읍에서 화개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는 동신2차아파트 뒷길, 창원교회, 상곡마을 총 3개 코스가 있는데, 이 중 접근성이 좋은 창원교회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청아병 원 오른쪽 도로로 들어가면 곧 창원교회 앞 어린이공원이 나온다. '화개산 2,5km'라고 표시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는 초입부터 급경사 계단과 비탈길이 이어져, 곧 숨이 차고 땀이 솟는다. 새똥 이 하얗게 깔린 평상에서 패딩을 벗고, 거친 비탈길을 올라 철탑 과 체육시설, 산불초소를 지나면 화개산 정상이다.

전망 없는 화개산, 춘삼월엔 야생화 꽃밭

밋밋한 평지의 중간에 작은 정상석(454m)이 외롭게 서 있고, 올 풀어진 태극기와 '산불조심' 깃발만 펄럭이고 있는 이곳은 전망 도, 정상다운 분위기도 없다. 지금은 한겨울이지만, 봄여름에는 야생화 꽃밭일까? 꽃으로 뒤덮였다는 화개華蓋산이다.

길을 재촉한다. 이곳부터의 능선은 창원시와 함안군의 경계인 데, 길게 내려가는 산길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400m쯤 내려 서면 왼쪽으로 상곡마을로 가는 하산로가 있고, 마루금은 이제부 터 본격적으로 산꾼들만 다니는 거친 길이다.

낙엽이 무더기로 깔려 길을 덮은 구간에서 이정표 없는 길은 불안하다. 희미한 길 자국이 사람이 낸 것인지, 멧돼지가 낸 것인 지 헷갈린다. 이따금 나타나는 리본과 쓰레기 봉지, 고라니가 뿌 린 배설물과 발자국이 나를 안심시킨다. 고라니도 걷기 쉽고 천적 을 잘 살필 수 있는 등산로를 좋아한다.

등산로 옆에 패인 깊은 동굴을 들여다보니 짐승이 머물고 간 쾨쾨한 냄새가 난다. 사람의 비박 장소로도 그만이다.

수직 오르막과 수직 내리막이 자주 나타난다. 걷기 쉽게 옆으 로 낸 길은 없다. 오르막에서는 나무뿌리를 부여잡지만, 내리막에 서는 몸이 앞으로 쏟아진다. 스틱을 팍팍 박아 몸을 지탱하고, 발 바닥에 브레이크를 걸며 살금살금 엉거주춤 내려간다. '품위 있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저기가 응봉인가? 시선의 끝에서 가까이 보였던 봉우리가, 내 가 가면 저도 물러나서 얼른 닿아지지 않는다. 헉헉거리며 간신히 올라서니 조망은 없고 이정표와 정상석만 있는 삼자봉이고, 5분을 더 가니 드디어 응봉이다. 화개산에서 4.7km, 3시간쯤 걸렸다.

응봉 정상에는 돌탑 2기와 정자가 있고, 주변에는 멧돼지 발자 국이 수두룩하다. 내가 그들의 생활을 방해했나보다. 어서 떠나야 지! 그러나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국립공원급이라 빨리 떠나기 어렵다. 광려산-대산-무학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마루금과 그 뒤의 산그리메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역광이라 몽환적이다.

응봉은 광려산-대산-무학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풍경이 멋지게 내다보이는 조망점이다. '응봉, 매봉산, 침대봉' 등 여러 이름을 쓰고 있어 통일이 필요하다.

응봉의 여러 표기는 나를 헷갈리게 한다. 지도에는 530m 고 지로 표기되어 있는데, 정상석에는 535m로 쓰여 있다. 지도에는 응봉이라 쓰여 있는데. 정상석에는 '침대봉'이라 크게 쓰고 괄호 안에 작은 글씨로 응봉을 써넣었다. 정상석의 제작자는 무슨 초등 학교 동창회다. 어떤 블로그에는 매봉산이라고 적혀 있다. 응봉의 '응'은 곧 매를 가르친다. 응봉뿐만 아니라 화개지맥 전체적으 로 자료마다 봉우리 이름, 고도, 구간별 거리가 조금씩 다 틀리다. 지자체나 산림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서 지명 통일을 하 고, 정확한 고도를 표기해야 한다.

응봉을 내려서고, 다시 올라서면 작은 돌무더기에 용수봉 (571m)이라고 희미하게 쓴 돌덩이가 나온다. 길을 계속 가는데, 낙엽이 넓게 깔려 길이 사라진 곳에 리본 대신 '소주병'이 거꾸로 세워져 있어 화살표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가까운 곳에서 멧돼지 가 "욱, 욱"하고 스트레스를 표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곳은 서 둘러 통과해야 한다.

이어서 '높은 바위'를 우회하는 짧은 데크 계단과 로프가 나온 다, 그곳을 올라서고 내려서서 '확실한' 길 자국과 리본을 따라 5 분쯤 걸었는데, 아무래도 방향이 틀리다. 가슴이 철렁하다. 다시 '높은 바위'로 돌아가서 한 바퀴 돌며 유심하게 살피니 왼쪽의 바 위 기슭으로도 길 흔적이 있다. 그리로 조심조심 돌아가니 능선길 이 나온다. 20분쯤 알바를 했다.

상투봉 바위 끝 첩첩한 산맥 조망

조망이 없는 지존봉(627m) 아래를 통과해서 20분쯤 가니 삼거 리에 '황포봉'이라고 쓴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름도 지도에는 없 는데, 이곳이야말로 화개지맥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며, 오늘의 목적지인 상투봉(704m)이다. 투구봉이라고 쓴 지도도 있다. 멀 리서 보면 상투처럼 보이고, 어딘가에 투구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300m를 더 가면 나오는 725m 고지가 상투봉이 라는 블로그도 많다. 그러나 지도에 그곳은 경희봉이라고 쓰여 있 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지도와 램블러 앱에 표기된 이곳(황포봉) 이 상투봉이다.

이정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바위봉우리가 있어 그곳에 오르 니 기가 막힌 전망이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무학산과 그 뒤에 남해의 섬들이 아련하게 바라보인다. 북쪽으로 는 여항산 너머 지리산까지 바라보이는 첩첩한 산맥들이 줄을 잇 는다. 우리의 산하 구석구석 어느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이제 하산이다. 상투봉 삼거리에서 북동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데, 이곳도 급경사에 낙엽이 깊게 묻혀 있어 쉽지 않은 길이다. 급 한 내리막이 계속되자 발가락 끝에 체중이 실려 발가락을 계속 오 므려야 했다.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정표도 전혀 없다. 하산 후에도 몇 개의 짧은 오르막을 통 과해서야 마지막 갈림길이 나왔다. 램블러 앱을 확인해 선이 굵은 왼쪽 길을 택했다. 그러나 훤하던 길의 끝은 펜스 문으로 막혀 있 었고, 지나가는 사람이 펜스 고리를 풀어 문을 열어 주었다. 끝까 지 빡센 산행이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화개지맥 길을 거의 8시간 걸었다. 이정 표로 12.4km, 램블러 앱으로(알바를 포함해서) 14.7km 거리다. 울룩불룩한 봉우리 오르내림을 10번 이상 반복한 고된 여정이었던 만큼, 산행자의 가슴에는 '무언지 모를' 비움과 채움이 오고 갔다.

여기는 마산이다. 이은상 선생의 탄생지다. 선생은 '산악인의 선서'를 쓴 산악인이기도 하다. 오늘 나의 산행기에 '감히' 선생의 문장을 붙여본다.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 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백두대간보다 정맥과 지맥이 더 빡세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산줄기 체계는 1대간(백두대간) - 1정간(장백정간) - 13정맥으로 크게 구분하고, 정맥에서 갈려 나온 산줄기를 지맥으로 부른다. 그런데 지맥에 대해서는 분류하는 기준이 딱히 정해진 게 없어 지방마다 남발된 경향이 있다. 대략 150개의 지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산의 체계로 보았을 때 가장 하위이고 고도가 낮은 '지맥'이 등산하기 가장 쉬운 산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어렵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의 산들은 높고 험준하지만 등산로와 안전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어 고속도로를 타는 기분이다. 그러나 정맥과 지맥은 대부분 자연 그대로의 거친 길이 많고, 이정표는 거의 없고, 도로나 경작지로 끊긴 곳도 많다. 길을 찾아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 할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대신, 갑자기 커다란 짐승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거친 산행과 모험심리가 산행의 묘미를 주기도 한다. 예측 불가한 상황을 맞이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것은 등산의 원초적 목적이다.

산행길잡이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청아병원에서 하차해 옆길을 올라가면 창원교회 앞 어린이 공원이 나온다. 여기서 화개산까지 2.5km를 올라가서, 계속 능선길을 따라간다. 도중에 내서읍으로 내려가는 3~4개소의 하산로가 있다. 산길에서 만나는 이정표와 정상석의 이름과 고도가 지도와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화개지맥의 정상인 상투봉(투구봉)이 지도에는 704m 고도의 삼거리(이정표에는 황포봉)로 되어 있는데, 현지에서는 여기서 300m 떨어진 725m 고지에 상투봉(지도에는 경희봉)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삼거리에서 삼계회관까지의 하산로는 험하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화개지맥에 샘이 없어 충분한 물을 가져가는 게 좋다.

교통

승용차의 경우 중리 1049-2에 위치한 공영주차타워나 인근의 주차장을 이용한다. 시내버스는 마산 시내에서 15개 노선이 있다. 청아병원, 또는 동신아파트에서 하차하면 된다. 부산이나 진주에서 경전선(부산-광주) 기차를 타고 오면 중리역에서 내려, 약 900m를 걸어 동신아파트 뒷길이나 창원교회 앞으로 오면 된다.

맛집(지역번호 055)

날머리인 삼계리 일원에 음식점과 카페가 많다. 어느 주민이 알려준 맛집은 다음과 같다. 1985닭발(닭요리 010-3937-4109), 달인막창(막창 0507-1419-5050), 통뼈감자탕(232-9992), 완미족발(232- 2329), 남촌칼국수(231-0370).

마산 부림시장의 '6.25 떡볶이'. 마산에 여행 온 사람은 꼭들른다는 맛집으로, 쫀득한 떡과 어묵, 그리고 매콤한 국물이일품이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아 먹는 모습이6.25 때 피란민 같아서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전화 247-4830

* 등산 지도 _ 특별부록 지도 참조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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