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압박’ 안 통하자 격노한 트럼프 “나토 필요 없어…한국, 일본도”
측근 “그렇게 화난 것 본 적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지원 요청을 거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설 필요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연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동맹국을 향해서도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평생 그가 그렇게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유럽 동맹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중 기자들에게 “모든 나토 동맹국이 우리가 한 일에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우리를 돕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며 “나토는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해 “그들 모두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인정했고, 아무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작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후속 지원에는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거기 있었어야 했다”며 이번 사안을 미국이 동맹의 실질적 의지를 시험한 사례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오래전부터 나토가 과연 우리를 위해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번은 훌륭한 시험대였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으로서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꽤 충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동맹국들의 태도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토 탈퇴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나토에 수조 달러를 써왔다. 그들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분명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며 “그 결정을 위해 의회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써는 구체적으로 염두에 둔 것은 없다”고 덧붙여 수위를 일부 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별도로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도 불만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중동의 테러 정권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나는 놀라지 않는다. 나토는 늘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애초에 필요 없었다”며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이날 백악관 발언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향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대행위가 끝날 때까지 호르무즈 관련 임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는 매우 곧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선 “우리가 사실상 승리한 뒤 항공모함 2척을 보내겠다고 했다”며 “나는 그를 좋아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측근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엑스에 “방금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 유지를 위해 유럽 동맹국들이 자산 제공을 꺼리는 문제에 대해 대화했다”며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작동 가능하게 유지하는 일은 미국보다 유럽에 훨씬 더 큰 이익이 된다”며 “핵무기를 가진 이란이 별문제가 아니고, 아야톨라의 핵폭탄 보유를 막기 위한 군사행동은 미국의 문제일 뿐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동맹 태도는 불쾌함을 넘어선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 대이란 핵억지 접근은 처참한 실패였다”며 “이런 진짜 시험의 순간에 동맹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느끼는 상원의원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기능 유지에 지원이 거의 제공되지 않을 경우 유럽과 미국 모두에 광범위하고 심대한 파문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에 대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해안과 바다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시점에 대해선 “아직 떠날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매우 가까운 미래에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문제가 중국보다 더 큰 외교 우선순위냐는 질문에는 “이란은 내게 군사작전일 뿐”이라며 “중국과는 좋은 실무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예정됐던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회담 일정을 다시 잡고 있고, 약 5주 또는 6주 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도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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