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조법 시행 일주일, 노동위 사용자성 판단 ‘곧’

어고은 기자 2026. 3. 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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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쿠팡CLS 교섭단위 분리 여부 판단도 … 원청사용자들, 민간도 공공부문도 ‘눈치보기’ 계속
▲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이 17일 청와대 앞에서 공공부문 사용자의 원청교섭 회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원청사용자는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며 철회한 사업장도 있다. 노조법 시행에 대비한 일부 공공기관들의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을 두고 조만간 노동위원회에서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향후 원·하청교섭 지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HD현대삼호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 '23일 판단'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달 23일 오후 3시 HD현대삼호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을 판단한다.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10일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는데, HD현대삼호는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하지 않고 교섭요구 의제, 교섭 대상 조합원 소속 협력사 현황, 교섭 대상 조합원 현황 등을 보완해 달라고 답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구체적인 조합원수를 기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는 행위는 노조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즉각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요구했으나, 원청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13일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는 다음달 3일 포스코 원청을 상대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고 접수된 사건을 결정한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포항·광양)와 플랜트건설노조는 각각 상급단체와 직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로 노동위에 신청했다. 노동위의 사용자성 여부 판단이 주목된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심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지노위는 11일 CLS와 택배노조에 공문을 보내 "택배노조가 우리 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신청했다"며 사건접수를 통지했다. 또 원청은 하청노조가 이 사건 접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공문을 관련 하청 전체에 게시하고 교섭단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하청노조에 전달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했다.

현행 법령상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며칠 안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 다만 노조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다르게 공고하는 경우 노동위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노동위는 원청사용자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서는 '10일+10일' 범위에서 사용자성 판단과 함께 시정 여부를 결정을 해야 한다.

CJ대한통운 교섭요구 사실공고
현대제철, 백화점·면세점은 '아직'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6시 기준 원청 사업장(기관) 248곳을 대상으로 노조·지부·지회 453곳 총 1만6천897명이 교섭을 요구했고, 한화오션·포스코·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대방건설 6곳(2.4%)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에게 교섭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공고 자체가 사용자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셈이어서 대부분의 원청사용자가 공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은 이날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CJ대한통운은 공고문에서 "당사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교섭의제에 대해 추후 관계법령상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서초터미널과 남양주터미널 등 주요 터미널에 공고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법원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업장 가운데 교섭절차를 개시한 곳은 두 곳이 됐다. 한화오션은 1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금속노조는 "2026년 단체교섭을 노조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 이전에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로 파행해 온 2025년 단체교섭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18일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지만 한화오션쪽은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문으로 답했다.

현대제철과 백화점·면세점은 아직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춰 서울 종로구 노조 사무실에서 교섭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10개 원청사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공고를 붙인 곳은 아직까지 없다"고 전했다.

"사용자성 인정 판단부터 받아오라"는 건설사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가 공고를 철회한 사업장도 있다. 대방건설은 1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가 철회했다. 대방건설쪽은 13일 "당사는 개정 노조법 시행령 14조의3 1항을 준수하기 위해 교섭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고를 했던 것뿐이었으며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해당 공문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요구한 원청 86곳 중 대방건설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공고를 붙인 원청은 7곳(8.1%)"이라며 "86곳 중 25곳은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인정을 받아오라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계룡건설은 16일 '단체교섭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노조법상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계약 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현 단계에서는 교섭요구 사실공고 등의 절차 진행이 어렵다"며 "노조에서 당사와 교섭하고자 하는 안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을 받은 뒤 다시 교섭을 요구하면 이후 절차에 대해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조만간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노동위에 접수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교섭요구 잇따르는데 대부분 '신중 모드'

공공부문에서도 진짜 사장과 테이블에 마주앉기 위한 하청노동자들의 교섭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공공기관은 교섭요구 사실공고도 하지 않은 채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연구용역 결과도 일부 공개되면서 '사용자성 지우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여러 공공기관들이 개정 노조법 대응을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도로공사·전기안전공사의 경우 원청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리스크'로 보고, 사용자성을 최소화 또는 축소하라는 취지로 결론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사용자성을 지우기 위해 자회사 과업지시서를 대폭 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계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경우 5개 자치구와 공공기관 등에 공문을 보내 자회사가 있는 기관은 노무자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관련 지침과 매뉴얼을 근거로 원청교섭 요구시 사용자성 인정이 어렵다고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국세청·우정사업본부 등은 민간위탁 노동자의 교섭요구에 대해 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고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노동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정부는 모범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지원한다는 국정 기조하에 관계부처와 상시적 협업체계를 통해 노동계 요구를 충분히 수렴해 소통·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일부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 자문을 의뢰하는 것은 단체교섭 회피가 아니라 그동안 노사협의 등을 통해 정한 합리적인 제도적 틀 내에서 노동계와의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어고은·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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