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용 전고체 배터리 논의 ‘솔솔’…新전력시장 열리나

김창수 기자 2026. 3.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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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달기지 확대에 전력 저장 기술 중요성 부각
美 NASA·日 등, 우주용 전고체 배터리 경쟁 본격화
삼성SDI·이수스페셜티케미컬...토종 기업 잠재 수혜 기대
삼성SDI가 'IAA 모빌리티 2023' 부스에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우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기업들 간 전력 저장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위성 통신과 우주 데이터센터, 달 기지 등 인프라 구축 논의에 태양광 발전과 맞물린 전력 저장 장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극한 우주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원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 기술적 과제와 경제성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글로벌 우주 산업 성장세를 타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우주산업 성장에 태양광 발전 이어 전고체 배터리 논의 활발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우주 환경에서 배터리는 단순 보조 장치가 아닌 핵심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한다. 위성은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하지만 지구 그림자 구간 등 태양광이 차단되는 시간에는 배터리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최근 저궤도 위성 대형화와 데이터 처리 능력 확대가 이어지며 필요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단일 위성 기준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향후 100~200kWh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주 환경 자체가 지상과 비교해 훨씬 가혹하다는 점이다. 우주는 진공 상태여서 배터리 내부 전해질 누액이나 기화가 발생하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도 또한 영하 100도~영상 150도까지 변동 폭이 큰데다 강한 우주 방사선은 배터리 소재 열화 가속 요인이 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도 두꺼운 하우징을 통해 일부 우주 공간 적용 사례가 있었지만 안정성 확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고체 구조를 적용, 가스 발생이나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누액 가능성도 적다. 

또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고 경량화 설계에도 유리, 우주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미 글로벌 주요 기관 및 배터리 기업들은 우주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건식 전극 공정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2028년까지 에너지 밀도 500~550Wh/kg 수준 고성능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고출력 방전을 뜻하는 10C 성능(배터리 용량 10배에 달하는 전류 방전 기술)과 영하 80도~영상 80도까지 작동 가능한 내환경성 구현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일본 역시 우주 플랫폼 실증 시험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일본 연구진은 앞서 우주 환경에서 434일 동안 배터리를 노출하고 562회 충방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용량 감소가 5% 미만에 그쳤다는 실험 결과를 확보했다. 현재 2027년 표준화, 2030년 달 기지 적용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 충방전 사이클·높은 제조원가 아직 '부담'…"안정성 확보 관건" 

다만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황화물-탄화규소(SiC) 구조는 약 500~800회, 황화물 무음극 구조는 300~500회 수준 사이클 수명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장기간 반복 충방전이 필요한 우주 환경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의 보완을 위해 요오드화 리튬 도핑 기술이나 3차원 구조 집전체 설계, 건식 전극 공정, 가압 구조 설계 등 다양한 방식의 수명 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성 역시 또 다른 중요 변수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는 황화물 전해질과 관련 장비 등 밸류체인이 아직 구축되지 않아 가격이 높다. 시장에서는 우주용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오는 2027년 약 700달러/kWh 수준에서 시작, 2030년 210달러/kWh, 2035년에는 112달러/kWh 가량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위성 수요와 생산 규모 확대가 활발히 이뤄질 경우 비용 하락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은-탄소(Ag-C) 음극과 스테인리스 집전체 구조를 통해 계면 열화 문제를 줄이는 접근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주용 배터리 응용 가능성 제고 요소로 평가된다. 

소재 분야에서도 관련 밸류체인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황화물 전해질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Li₂S) 전구체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유니드 계열 솔리비스는 고체 전해질 소재 분야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주 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경우 전력 저장 기술이 새로운 산업 축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 둔화와 경쟁 심화로 전략 조정에 나선 글로벌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 우주 산업을 새로운 수요처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위성 통신과 우주 데이터 인프라 확대, 달 기지·심우주 탐사 계획 등이 현실화될수록 안정적 전력 저장 장치 필요성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용 전고체 배터리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우주 전력 인프라 기술 싸움에서 누가 먼저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배터리 산업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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