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노동자는 왜 ‘밥하는 아줌마’로 불려왔을까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6. 3. 1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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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밥 짓는 여자들

정다정 지음, 산지니 펴냄

“학교급식 노동자는 왜 ‘밥하는 아줌마’로 불려왔는가.”

지난 1월29일,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학교급식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전까지 급식 노동의 안전문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2021년 이후 폐암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가 178명에 달하는데도. 지은이는 학교급식 노동자 16명과 인터뷰를 해 이들의 노동과 삶을 조명했다. 급식 보조 인력으로 일하며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급식 노동자 어머니를 둔 그는 급식 노동이 어떻게 무시되고 평가절하되어왔는지 기록한다. 동시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말하며,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삶을 전한다.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잭 엘하이 지음, 채재용 옮김, 히포크라테스 펴냄

“전쟁은 종종 국경에서 시작되지만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은 국경 없이 전염된다.”

뉘른베르크 재판 준비가 한창이던 1945년 8월,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군의관인 더글러스 켈리 대위가 파견된다. ‘수감자들이 최종 처분을 받을 때까지 재판을 치를 수 있도록, 그들의 정신 상태를 유지시키는 일’이 그의 임무였다. 이와 별개로 그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전범 22명에게 공통되는 결함을 찾는 걸 목표로 삼았다. 뜻밖에도 그는 나치 독일의 2인자 헤르만 괴링의 카리스마에 빠져든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지은이는 사료를 바탕으로 더글러스 켈리의 재판 당시 경험과 삶을 재구성해 논픽션을 써냈다. 이 논픽션을 원작으로 영화 〈뉘른베르크〉(2025)가 만들어졌다. 러셀 크로와 라미 말렉이 괴링과 켈리 역을 맡았다.

 

여성, 자전거, 자유

마리아 E. 워드 지음, 이민경·변유선 옮김, 유유 펴냄

“피해야 할 것 역시 알아야 한다.”

표지에 텍스트가 이토록 많은데, 이렇게나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189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전거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성에게는 예외였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보기 흉한 행동으로 취급되던 시절, 저자는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 관련 정보를 모아 책을 썼다. 자전거의 작동 원리부터 자전거에 올라타는 법, 속도를 내는 법, 자전거 관리법 등 ‘열렬한 자전거 애호가’로서 그러모은 지식을 한 권에 담았다. 자전거를 금지한다는 것은 이동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여성의 이동은 왜 중요한가. ‘자립의 도구’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관문’으로서 자전거가 새롭게 다가온다.

 

삶에게 웃으며 말 거는 법

크리스 더피 지음, 박재용 옮김, 어크로스 펴냄

“우리에겐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음식 평론가’ 게리는 미국의 초등학생이다. 학교급식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게리에게 교사가 그 내용을 칼럼으로 써서 학교신문에 실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쓴 글 중 하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요리는 이탈리아가 원산지라는데 실제로 보면 골판지 같다. 소스 맛도 치즈 맛도 안 난다. 최소한 페퍼로니라도 올려줬어야 한다.” 불평불만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교사가 이 책의 저자다. 〈코미디뷰로〉 선정 ‘최고의 코미디언 100인’에 꼽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기도 한 그가 유머의 핵심 원리와 코미디의 공식, 나쁜 농담을 피하는 방법을 말해준다. 유머가 어떻게 우리를 더 좋은 삶으로 데려가는지 깨닫게 된다.

 

계약과 주권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공진성 옮김, 마농지 펴냄

“계약을 통한 정치공동체 형성은, 공포에 의해 유도된 합리적 손익계산에 근거한다.”

17세기 영국 철학자인 토머스 홉스는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는 냉정한 가정 위에 자신의 ‘국가론’을 구축했다. 인간은 ‘모두가 서로의 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고, 그것이 바로 ‘국가’라는 관점이다. 개인들은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권리’를 국가에게 양도하는 대가로 국가의 보호를 보장받는다. 국가가 보호 의무를 방기하면 시민의 복종 의무도 사라진다. 이러한 홉스의 사상은 내전과 종교전쟁으로 처참했던 당대의 지적·사회적 환경에서 충격적일 만큼 급진적인 정치철학이었다. 저자는 철학·정치·신학·역사를 아우르는 분석을 통해 홉스 사상을 추적하면서 근대국가의 사상적 기원을 밝혀낸다.

 

쇳돌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굵직한 역사 속에서 가지치기된 잔가지 같은 이야기들을 함부로 버리고 싶지 않다.”

강원도 양양광업소는 국내 유일의 철광석 광산이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그곳의 첫 민주노조 위원장이자 마지막 위원장이었다. 광산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속에 속한 노동과 삶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견디는’ 삶은 이름 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그 지워진 역사를 기록할 책임을 느꼈다. ‘배운 사람’의 숙제이자 숙명이었다. 자문화기술지로 시작한 이야기는 가족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광산 가족’의 삶으로 이어진다. 책 제목인 ‘쇳돌’은 광산 폐광 후 서울 혹은 서울 근처로 이주한 광산 노동자들의 모임 이름이기도 하다. 변두리, 경계, 아래로부터 누락된 역사와 ‘막장 드라마’가 치열하게 다시 쓰였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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