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일성 지시로 제주 4·3 사건?…태영호 전 의원의 여전한 왜곡

고민주 2026. 3.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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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2년 전 '제주4·3을 김일성 지시로 촉발된 사건'이라고 주장해 제주 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는데요. 이후 1심 법원은 태 전 의원 측의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태 전 의원 측이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더니, 여전히 역사를 왜곡하며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진상보고서의 신뢰성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주4·3유족회 회원 규모와 유족 결정 현황까지 요구하며 소송의 핵심 쟁점과 무관한 사안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습니다. 태영호 전 의원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김일성의 개입, 북한 중앙당의 개입설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태영호/전 국민의힘 의원)

지난 2023년, 태영호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제주 사회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유족들은 '4·3 사건 북한 지령설'은 근거가 없으며, '해묵은 색깔론'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제주 4·3희생자유족회 등 6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유족과 제주도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4·3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의 노력을 흔드는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4·3 유족회 등은 태 전 의원의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됐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지난 2023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복되는 4·3 왜곡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담긴 소송이었습니다.

■ 1심 재판부 “4·3 왜곡 발언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재판은 2년 6개월여 동안 이어졌습니다. 긴 재판 끝에, 법원은 지난해 12월 태 전 의원이 4·3 유족회의 명예를 훼손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판단의 핵심 근거로 정부의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를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태 전 의원의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거나, ‘북한 중앙당 개입설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태 전 의원의 표현은 국가의 공식 진상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태 전 의원의 발언으로 유족회가 오랜 시간 이어온 4·3 진상규명 노력에 대해 일반 국민의 인식이나 사회적 평가에 혼란이 초래됐을 여지가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고영권 변호사는 판결 선고 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문제라 생각한다"며, "허위 사실, 부당한 비난으로부터 개인과 단체의 명예를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항소한 태 전 의원…정부 공식 조사 결과도 '부정'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뒤, 태 전 의원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는데요. 항소한 태 전 의원 측은 정부의 공식 결과도 부정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확인한 태 전 의원 측의 항소이유서에는, 단순히 “판결이 부당하다”는 수준을 넘어 1심 판단의 토대가 됐던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 결과 자체를 문제 삼는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태 전 의원 측 주장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정부의 추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과 출간이 예정된 만큼, 현재의 정부 조사보고서 내용을 완전한 진실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가 태 전 의원 발언의 허위성을 인정한 가장 중요한 근거가 바로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였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정부 보고서의 권위부터 흔드는 겁니다.

■태 전 의원, 항소심 재판부에 '구석명 신청'…"끝까지 역사 왜곡 시도"


태 전 의원 측은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구석명 신청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구석명 신청'은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주장이나 증거 가운데 불분명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재판장에게 그 점을 밝히도록 요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태 전 의원 측이 요구한 내용은 유족회의 회원 총수와, 이 가운데 제주 4·3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이 몇 명인지 등입니다.

하지만 유족회 측 소송대리인은 이런 요구는 이미 1심에서 판단이 끝난 사안을 되풀이하는 데다, 사건의 핵심 쟁점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반박 의견서를 제출하며 재판부에 구석명 신청 기각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유족회 측은, 개별 회원의 자격이나 희생 경위를 따지는 것은 단체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와 무관하고, 오히려 유족회의 성격을 이념적으로 재단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 선고 뒤에도 태 전 의원 측은 4·3의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왜곡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4.3을 왜곡·폄훼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 보름 뒤면 제78주년 제주 4·3추념식이 열립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는 4·3 유족들의 주름 사이에 언제쯤 따뜻한 봄바람이 전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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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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