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로프 들이밀며 “개 잡는 연습하자”…‘화마’보다 무서운 소방관 괴롭힘

심새하 2026. 3.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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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2022년 노원소방서에 입사한 소방교 김 모 씨.

신고를 접수한 노원소방서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 없었던 다수의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며 '목격자가 없다'는 엉터리 통계를 만들었고, 김 씨의 괴롭힘을 진술한 목격자를 향해서도 "다른 사람은 못 봤다고 하는데 너만 봤다고 한다. 진짜냐?"며 진술 번복을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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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2022년 노원소방서에 입사한 소방교 김 모 씨.

하지만 그곳에서 김 씨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나 진짜 000(가해자) 때문에 죽을 것 같아"
- 피해자 김 모씨와 피해자 모친의 대화 중 -

도대체 김 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 "암 전조증상이 뭐야?"…투병 사실 폭로와 조롱

근무 중 몸에 이상을 느낀 김 씨. 검진 결과 '암'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투병 사실을 소방서 내에 알리고 싶지 않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가해 동료 소방관 2명에게 김 씨의 아픈 과거는 그저 놀잇감에 불과했습니다.

"내 몽우리를 만져봐라. 암도 걸려본 애가 알지 않겠냐"

- 25년 6월 가해자 발언 중-

암 투병 사실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가해 소방관들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계속 김 씨의 암 병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피해자가 구급출동을 마치고 복귀하면 "턱 밑에 멍울이 생길 리가 없다, 너도 암 걸렸을 때 이랬냐. 나 좀 봐줘라 " 등 조롱을 이어갔습니다.

■ "개 잡는 연습하자"… 훈련 로프로 협박도

김 씨를 향한 괴롭힘은 단순한 조롱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훈련시간엔 더 물리적인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소방관들은 안전한 구조를 위해 당길수록 점점 더 조여드는 튼튼한 '올가미 매듭'을 훈련에 사용합니다.

사람에게 사용하면 자칫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가해 소방관들은 모욕적인 말과 함께 '올가미 매듭' 로프를 김 소방교의 목에 들이밀었습니다.

"부하직원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들을 했습니다. '올가미 매듭 좀 너 목에 대보라', '실제로 매듭을 목에 해보라'고...."

"(가해자들이) 대장님께 '개 잡는 출동 연습하게요. 개 잡을 때 처럼 얘한테 하면 되지 않나. 생각보다 (매듭이) 짱짱하다.'라고 말했어요"

- 동료 직원 사실관계 확인서 중 -

■ '레드휘슬' 신고하자… "글 삭제해달라"

이러한 괴롭힘은 4년 넘게 이어졌고, 결국 김 씨는 신고 시스템인 '레드휘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소방서의 조직적인 침묵 강요와 무시였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노원소방서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 없었던 다수의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며 '목격자가 없다'는 엉터리 통계를 만들었고, 김 씨의 괴롭힘을 진술한 목격자를 향해서도 "다른 사람은 못 봤다고 하는데 너만 봤다고 한다. 진짜냐?"며 진술 번복을 압박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응당 취해야 할 조치 의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특별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매뉴얼' 상 형사 고소가 이뤄지면 내부 조사를 중지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해야하지만, 소방서는 매뉴얼을 무시하고 징계를 강행하려 했습니다.

서울특별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매뉴얼


피해자를 향해서도 신고 삭제 종용과 함께 "일거리 줘서 고맙다"는 조롱만 던질 뿐이었습니다.

결국, 가해자들을 향한 처분은 '경징계와 경고', 욕설과 괴롭힘의 양정은 '경고와 교육' 수준에 그쳤습니다.


■ "원점 재조사하라"…거리로 나온 소방관들

보다 못한 동료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는 그제(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과 피해자로부터의 영구 격리와 함께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소방서 감찰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또,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기구에서 사건을 원점 재조사하고 피해자에 대한 노원소방서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소방에 입문할때도 그랬듯이 지금도 소방에 입문하는 후배들 역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특별한 일을 하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정말 많은 관심과 부푼 꿈, 설레임을 가지고 입사합니다.

"욕설과 폭언, 무시, 비아냥, 성차별이 아닌 동료로서 소방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현장에서 안전하게 잘 활동할 수 있게 성심을 다해서 도와주고, 함께 해줘야 합니다. "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종수 서울소방지부장 -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뜨거운 곳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

화마보다 무서운 동료의 괴롭힘으로부터, 이를 묵인한 조직의 방관으로부터 정작 자기 자신을 구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자료제공: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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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하 기자 (say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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