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비에 이후를 노린다"…제네릭이 아니라 ‘포지셔닝’ 전쟁

임태균 기자 2026. 3. 18. 06: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질특허 만료 앞둔 로베글리타존…단일제 경쟁 넘어 ‘처방 구조 재편’ 신호탄
종근당 듀비에. 약사공론 DB.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로베글리타존)'를 둘러싼 경쟁이 단순한 제네릭 진입 국면을 넘어, 치료 전략과 시장 포지셔닝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는 2027년 3월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후발 제약사들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경쟁의 본질은 '누가 먼저 출시하느냐'보다 '어떤 역할로 시장에 들어오느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풍제약, 다산제약, 동국제약 등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승인받으며 제네릭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전략은 과거 블록버스터 제네릭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를 통한 선점 구조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네릭 개발은 '속도전'에서 '차별화된 진입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듀비에의 경우 조성물 특허가 식약처 의약품특허목록에서 삭제되면서 허가특허연계 제도를 통한 우판권 확보가 불가능해졌고, 이는 제네릭사 입장에서 특허 공략의 유인을 크게 낮췄다. 

다만 특허청에는 여전히 조성물 특허가 유효하게 존재해, 신풍제약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는 등 일부 기업은 여전히 '리스크 최소화' 차원의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다른 제약사들은 특허 대응보다는 시장 진입 시점과 영업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듀비에 시장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듀비에는 연간 160억~200억 원 수준의 안정적인 처방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치료 옵션이 다양화된 당뇨병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특정 환자군에서 선택되는 '포지셔닝형 약물'에 가깝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TZD 계열이라는 기전적 특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SGLT-2 억제제나 GLP-1 계열 치료제 등이 확장된 환경에서는 처방의 맥락이 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네릭사들이 직면한 과제도 단순하지 않다. 가격 경쟁만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기존 처방 흐름을 어떻게 흡수하거나 재편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저렴한 대체재'로 접근할 경우 처방 전환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네릭사들이 특정 환자군을 겨냥한 마케팅이나, 병용요법 내 위치를 강조하는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리지널사인 종근당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전제로 대응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종근당은 듀비에 단일제에 더해 메트포르민, 시타글립틴, 엠파글리플로진 등을 결합한 복합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로베글리타존 기반 치료군' 자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 허가받은 3제 복합제 '듀비엠폴서방정'을 포함해 총 6개 제품으로 확대된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제품 다각화를 넘어, 다양한 병용요법 시나리오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향후 시장 경쟁이 단일제 가격 경쟁이 아닌 '치료 조합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당뇨병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제 병용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복합제는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 측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제네릭이 단일제 영역에서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더라도, 전체 처방 구조를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듀비에를 둘러싼 경쟁은 '제네릭 출시 이벤트'가 아니라, 당뇨병 치료제 시장 내 TZD 계열 약물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네릭사에게는 단순 진입을 넘어 새로운 포지셔닝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오리지널사에게는 복합제 중심의 생태계를 유지·확장해야 하는 과제가 각각 주어져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쟁은 과거처럼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의 문제"라며 "결국 듀비에 제네릭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처방 구조와 치료 전략을 둘러싼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