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캡슐 식품 규제 전면 재설계…‘약처럼 보이는 식품’ 구조 차단
“성분 아닌 복용경험이 오인 핵심”…산업계 제품기획 전면 수정 불가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제(알약)·캡슐 형태 일반식품에 대해 제형 제한, 표시 기준 강화, 의약품 유사 명칭 금지 등을 묶은 '복합 규제 패키지'를 추진한다. 외형·명칭·복용 방식이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일반식품이 확산되면서 소비자 오인 문제가 반복된 데 따른 조치로, 제품 설계 단계부터 유통·광고까지 전주기 관리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17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취재와 복수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 표시 보완이 아니라 '제형-표시-명칭-유통'을 동시에 조정하는 구조적 개편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식약처 측은 "이번 개선은 특정 성분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처럼 인식되도록 만드는 외형·복용 방식 전반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있는 설계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축은 정제·캡슐 형태 허용 범위의 재설정이다.
현행 제도는 원칙적으로 일반식품의 정제·캡슐 형태 제조를 금지하면서도 일부 예외를 인정해 왔지만, 최근 피스타치오 추출물, 효모 추출물, 당류 등 일반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복용 형태와 패키지를 의약품처럼 설계한 제품이 증가하면서 제도 취지가 흔들렸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제 형태는 △입안에서 녹이거나 씹어 섭취하는 캔디·초콜릿·추잉껌 등 기호식품 △물 등에 용해해 음용하는 제품 △조리 시 풍미 부여 목적의 조미식품 △야외활동 시 당분·염분 보충을 위한 당류가공품 등으로 한정된다. 캡슐 형태 역시 조리용 식용유지류 등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특히 멜라토닌, 글루타치온 등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성분을 포함하면서 복용 방식까지 유사하게 설계된 제품군은 사실상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 성분이 아니라 '복용 경험' 자체가 의약품과 유사하게 설계되는 점이 오인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제형 규제와 함께 표시 기준도 강화된다.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에는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 문구를 주표시면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며, 위치·글자 크기·가독성 기준은 '식품등의 표시기준' 개정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표시·광고 판단 기준의 전환이다. 단순히 특정 단어 사용 여부가 아니라 제품명, 디자인, 광고 메시지, 복용 방법 안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있을 경우 부당 표시·광고로 판단한다는 '종합 판단 원칙'이 명확해진다.
명칭 규제도 병행된다. 식약처는 의약품 제품명뿐 아니라 유사 명칭까지 식품 등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음절 구성, 발음 유사성, 의미 연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의약품 제품명 및 유사 명칭 목록을 구축·관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식약처는 위해 우려 성분을 '국내 반입차단 대상'으로 지정하고, '해외직구 위해식품 차단목록'에 등재해 통관 단계에서 차단하는 한편 온라인 판매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개인통관고유부호를 활용한 자가소비 목적 제품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제도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개편은 국회와 소비자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정제·캡슐 형태 기타가공식품이 의약품처럼 인식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해당 제품군이 GMP 의무 및 광고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가 오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형식적 구분에서 인지 기반 규제로의 전환'으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성분이나 분류 기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규제 판단의 핵심으로 이동했다"며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형·명칭·패키지 전략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추가 검토를 거쳐 관련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제형 허용 범위 조정, 표시 기준 강화, 명칭 규제가 동시에 추진된다는 점에서 단일 규제 보완이 아닌 구조적 재설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일반식품과 의약품·건강기능식품 간 경계를 '형식'이 아닌 '인지' 기준으로 다시 긋는 작업이다. 제도 설계는 시작됐지만, 실제 시장에서 오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향후 집행 기준과 적용 강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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