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윤 않은 채 원칙 없는 컷오프…이정현표 혁신공천, 감동 없는 이유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추진한 현역 단체장·중진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여파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를 ‘혁신 공천’으로 이름 붙였지만, 당내에선 “윤어게인 공천 아니냐”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이 ‘절윤’하지 않아 쇄신에 부합하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준이 모호한 컷오프를 밀어붙이며 논란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민의힘에선 이정현표 공천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됐다. 이 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하고 부산시장 후보에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하려 한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박 시장과 주 의원 간 양자 경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주 의원에 더해 부산 지역 의원 전체, 당 지도부가 “경쟁을 거쳐야 본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추진하려는 대구 중진 의원 컷오프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의원에 더해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 대상으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초선 유영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에서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어떤 지역보다 공천 과정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구 중진 컷오프와 관련해 “혁신 공천에 1mm의 후퇴도 없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현역 컷오프, 중진 페널티를 통한 ‘물갈이 공천’은 당을 막론하고 선거마다 쇄신 차원에서 실시돼왔다. 이로 인한 공천 잡음은 일정 수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추진하는 컷오프는 그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쇄신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내세워 김영환 충북지사에 이어 박 시장과 대구 중진 의원 컷오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단체장과 중진 의원은 기득권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이날 김두겸 울산시장·김진태 강원지사·박완수 경남지사는 단수 공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최민호 세종시장·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도 단수 공천했다. 대구와 함께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경북의 경우 이철우 경북지사와 임이자 의원(3선)이 별도의 페널티 없이 경선에 진출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 광역단체장들에 대해 누구는 컷오프하고, 누구는 단수 공천하고, 누구에게는 출마를 요청하면서 원칙 없이 이 위원장의 감정에 따라 이뤄지는 공천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같은 양지인데 경북은 제외하고 대구 중진은 컷오프 하겠다고 하니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구시장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공관위 내 영남권 현역 의원뿐 아니라 청년·외부 인사 공관위원들 사이에서도 “널뛰기 공천”이라며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역들의 상황이 달라서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는 당이 12·3 내란과 단절하지 않은 채 지지율은 17%까지 내려앉으면서 쇄신 의지를 보여줄 참신한 인물 자체가 없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앞서 국민의힘은 과학기술 전문가, 기업인 등의 영입을 시도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중진 의원 컷오프 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 전 위원장은 윤어게인 코드에 부합하는 인사고, 부산시장으로 단수 공천하려 한 주 의원 역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이다. 충북지사 후보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자체가 쇄신하지 않고 있는데 공관위가 어떻게 공천으로 혁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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