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없는 혁신은 없어…AI 버블, 도약 기회로 삼아야”

박현 기자 2026. 3. 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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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생성형 AI, 특정 분야에서 박사급 넘는 AGI 도달
‘AI 행동계획’에 인프라·산업·사회 등 과제 대부분 담아
고용 없는 성장 따른 부의 재분배 방안은 논의 진행중
한국 AI 경쟁력, 미·중 다음 3위권 그룹의 선두
3위권 그룹과 협력·연대 통해 덩치 키우기 목표
자율권 확보 ‘소버린 AI’ 추진, 100점 만점에 90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인공지능(AI)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면서 경제·사회·문화는 물론 군사·안보 영역까지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19세기 후반 전기 기술을 토대로 한 2차 산업혁명이 인간 사회 전 영역을 뒤흔든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인공지능 정책은 기술을 넘어 산업·사회, 군사·안보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10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 수석을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만나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전략을 들었다.

하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5년 네이버에 입사해 2020년 네이버 인공지능랩 소장을 지냈다. 2023년부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혁신센터장으로 연구와 글로벌 생태계 전략을 총괄했으며, 세계적 인공지능 학회에 50편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AI 전쟁’ ‘AI 전쟁 2.0’ ‘2025 AI 대전환’ 등 저서를 통해 인공지능 대중화에도 앞장서 왔다.

하 수석은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일부 생성형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 박사급을 넘는 ‘범용인공지능’(AGI) 수준에 이르렀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이미 평균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확정된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대해선 “인프라·산업·공공·기술·사회·글로벌 등 핵심 요소를 폭넓게 담았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 없는 성장으로 생기는 부가가치와 부의 재분배를 어떻게 설계할지”는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과제로 남겨 별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투자 버블 논란에 대해선 “버블 없는 혁신과 도약은 없다”며 “지금의 인공지능 버블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AI미래기획 수석의 핵심 미션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임기 말 ‘성공’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고 싶은가요?

“인공지능(AI)이 앞에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핵심 미션입니다. 에너지·반도체·모빌리티·조선·원전·우주 등 과학기술 전반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축은 역시 인공지능이고요. 평가 기준은 단순히 인공지능 모델을 몇 개 만들었느냐가 아닙니다. 2030년쯤 한국이 얼마나 튼튼한 에너지 기반과 인공지능 인프라(데이터센터,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영향력)를 갖췄는가,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얼마나 스스로 개발하고 산업·사회·공공·국방 분야의 혁신으로 연결했는가가 핵심 지표가 될 겁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기술과 인프라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는가까지 포함해서요.”

―최근 발표된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야심 찬 프로젝트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과제는 거의 다 담겼다고 봅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8개 분과가 인프라, 산업, 공공, 기술, 사회, 글로벌까지 중요한 요소들을 폭넓게 반영해 필요한 내용은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거대한 사회 변화를 더 긴 호흡에서 다루는 부분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 변화는 분명히 언급돼 있지만, 로봇 확산으로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부가가치와 부의 재분배를 어떻게 설계할지까지는 담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은 왜 빠졌나요?

“원래 포함하려 했지만, 이런 의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실행 계획’이기 때문에 특정 부처에 무언가를 하라고 권고하는 문서인데, 사회 전체의 큰 변화를 수반하는 사안을 공론화 없이 밀어 넣어선 안 된다고 본 거죠. 공론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정부 임기 내에 계획 자체를 못 낼 수도 있으니, 먼저 합의 가능한 과제들은 담고 사회 구조 변화 같은 핵심 쟁점은 별도로 논의를 시작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부가 한쪽에 집중되고 고용은 줄어들면, 이재명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기본소득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습니다. 다만 과거 대통령께서 제시했던 기본소득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의 사회·노동 구조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의 AI 시대 기본소득이 적합한지, 더 나아가 로봇세 도입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이 맞는지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위원회 내부 몇 사람이 모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패키지에서 별도로 떼놨고, 국회·정부·이해관계자들과 시간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미국에선 클로드 코워크 출시를 계기로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공포가 커졌습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의 아틀라스 로봇 공개를 계기로 일자리 감축 우려가 큽니다. 정부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기존 일자리의 보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이며, 그에 맞춘 구체적 정책 패키지(재훈련, 소득안전망 등)는 어느 수준까지 설계돼 있나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부 대체되는 직업군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크게 변할 것입니다. 즉, 인공지능 혹은 로봇과 사람이 협업을 해서 업무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민 인공지능 소양 교육 혹은 활용 교육이 중요합니다. 대체되는 일자리를 위한 리스킬링(Re-skilling), 즉 재교육, 그리고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역량 향상을 위한 업스킬링(Up-skilling) 교육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과기부·노동부·교육부·산업부·중기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학계, 교육계, 기업들과 협력해서 인공지능 시대가 불러올 일자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을 AI 행동 계획에 포함해 두었습니다. 또한 일자리 변화 문제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 직업군에 대한 실제 종사자들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정책과제를 수행했고 이를 더 많은 직업군으로 확대해서 진행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좀더 근본적인 사회구조 변화와 소득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AI전략위에서 사회분과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국회와 함께 대응책 논의를 2월부터 시작하며 공식적인 공론장을 만들어 논의 중입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현재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인공지능 경쟁력은 어느 수준에 있나요?

“지난해 토터스미디어 기준으론 5위입니다. 미국·중국이 1·2위고 그다음은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한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비슷한 권역이에요. 이 나라들은 서로 장단점이 있어요. 싱가포르는 전력과 인프라를 외부에 많이 의존하지만 사회 혁신과 규범, 스타트업 생태계는 놀라울 만큼 잘 갖췄죠. 반면 한국은 ‘아랫단’이 강합니다.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배터리, 데이터센터, 메모리, 클라우드 운용 능력 모두 세계 최정상급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력도 미국과 중국 다음 수준이고요. 산업용 로봇 밀도와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도 높아 ‘피지컬 인공지능’ 전환 속도가 빠를 겁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실질적인 경쟁력 면에서 3위권 그룹에서도 앞서 있다고 봅니다.”

―현 정부는 ‘AI 3강’을 공약했는데,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이것은 ‘3위를 하자’가 아니라, 미국·중국에 비해 격차가 큰 단독 3위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3위권 국가들이 가진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며 연대해야 표준 논의 등에서 발언권이 생깁니다. 동시에 개도국으로 인공지능을 전파하고 우리 시장도 넓힐 수 있습니다. 격차만 계속 벌어지는 3위는 의미가 없고, 3위권 연대를 이끄는 리더가 되자는 취지입니다.”

―각국 이해관계가 달라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까요?

“이미 아랍에미리트연합, 싱가포르와는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합의했고, 캐나다·프랑스도 계속 연락이 옵니다. 3위권 국가들은 미·중이 너무 앞서 있어 혼자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고, 서로 어떤 부분은 맡고 어떤 부분은 협력할지 구체화해 가는 단계입니다.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나 모델 하나가 아니라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활용까지 이어지는 전 공급망이 얽혀 있습니다. 심지어 희토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하면 ‘윈-윈’이 되는지 국가 간에 조율해 나가는 게 과제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인공지능 지배를 노리고 있는데, 이런 중견국 연대를 꺼리지 않을까요?

“그런 의도는 중국도 비슷합니다. 방법이 다를 뿐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AI를 포함한 첨단기술에서 격차를 만들겠다고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100% 종속시키기는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건, 중견국들이 중국 쪽에 붙는 시나리오입니다. 미국과 생각이 비슷한 다수의 중견국들이 서로 협업하되, 미국이 일정 부분 영향력을 유지하는 구도가 중국과의 블록화보다 낫다고 보는 거죠. 한국은 GPU와 공급망에서 미국과 협력하되, 중국과도 메모리가 아닌 게임 AI 같은 비민감 분야에선 협력하는 식으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3위권 국가들의 협업 자체를 막으면 이 나라들에 대안이 없어지고, 오히려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에 빨려 들어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이 그걸 정면으로 반대하긴 어렵습니다.”

―미국과는 안보 동맹과 반도체 등 전략산업 네트워크로, 중국과는 시장·공급망으로 긴밀히 연결된 한국의 특수한 위치를 감안할 때, 우리의 대미·대중 인공지능 전략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인공지능과 공급망 환경이 워낙 역동적으로 변합니다. 트럼프 1기, 바이든 행정부, 또 트럼프 2기 때의 상황이 다 다르죠.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하게 우리나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다’가 원칙입니다. 핵심 공급망은 미국과의 관계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맞춘 전략을 기본으로 하되, 동시에 우리의 경쟁력을 최대한 키워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3위권 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우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죠. 대통령께서 유엔 등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전 세계 인공지능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면서 우리 리더십을 키우는 것, 이게 기본 전략입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 시점이 대개 2030년대 초반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는데,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같은 전문가는 이르면 2027년으로 봅니다. 수석께서는 AGI의 출현 시점을 언제쯤으로 예상하십니까. AGI의 출현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우리의 대응도 빨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이런 점까지 감안해서 작성된 것인가요?

“이미 현재의 일부 생성형 인공지능은 과학 분야 등 특정 분야에서 인간 관련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수준을 넘는 AGI 수준에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평균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같은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도 만들었고 이 부분에서는 미국, 중국을 이은 3위 국가로 Artificial Analysis나 Epoch AI 와 같은 글로벌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정받고 있습니다. 과학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해 K-문샷 사업 추진도 연초에 발표했습니다. 이를 넘어 국가 초지능 연구기관에 대한 내용도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AGI를 넘어 ASI(초지능 인공지능) 시대 경쟁력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미국은 전력난을 겪고 있고 중국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국의 현재 수준은 어떤가요?

“현재 발전량 자체는 부족하지 않지만, 문제는 송전입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어서, 앞으로 2~3년, 길면 5년 동안 가장 빠르게 전력을 확보할 방법은 태양광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15년 후 전력 수요를 보고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고, 2035년 전후 상용화될 소형모듈원전(SMR)도 준비 중입니다. 단기에는 태양광과 송전망 확충과 함께, 수도권 과밀을 줄이기 위한 지산지소 전략으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과 데이터센터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 지역 발전과 연계하는 것이 ‘5극3특’ 전략의 핵심입니다.”​

―삼성전자가 용인에 짓는 반도체 공장의 전력·송전망 문제는 어떤가요?

“생각보다 전력은 많이 확보됐고, 삼성전자가 자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의 계획 속에서 2030년 전후에는 수소 발전까지 고려해 설계 중이고, 10기가와트(GW)가 넘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나 대부분은 확보되었습니다. 다만 장기적 수요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송전망을 준비해야 하고요. 정부의 역할은 국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최적의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은 그 정부 정책을 고려해서 개별 기업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판단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으로 가면 핵심 인재들이 가려 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유능한 인재들이 지역을 꺼리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와 삶의 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정주 여건을 서울보다 더 좋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문화시설·우수 초중고·병원 등을 확충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며, 전기요금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는 패키지를 준비 중입니다. 좋은 직장, 교육, 문화가 함께 갖춰지면 인재 유치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입니다.”​

―수석께서는 그동안 ‘소버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버린 인공지능의 최소 요건은 무엇이고, 한국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시나요?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말을 잘 이해하는 인공지능 정도로 설명했지만, 이제는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 인프라부터 활용, 글로벌 리더십까지를 포괄한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주권이란 모든 걸 직접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조달·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과 통제권을 말합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기술을 100% 자급할 수 없더라도,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수입이 필요한 요소는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원천 기술과 산업·공공 적용을 선제적으로 더 투자해서 키우면 인공지능 주권이 강화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인공지능 주권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주권을 100점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은 몇 점이라고 보시나요?

“그래픽처리장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요소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90점 정도로 평가합니다.”

―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강하지만, 인공지능 모델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90점은 좀 과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리포트의 ‘노터블 AI’ 섹션을 보면, 대부분 미국·중국의 모델이지만 한국도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통해 5개 컨소시엄 모두 등재됐습니다. 미국·중국을 제외하고 등재된 나라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도이고, 두 나라는 각각 1개씩인데 한국은 5개입니다. 이 때문에 기술력 기준으로는 미국·중국 다음, 3등은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부가 조금만 밀어줘도 기업들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목적의 저작물 활용 과정에서 창작자의 저작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저작권은 사실 훨씬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전략위에서 정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책처럼 저작권이 명확하고 원래부터 거래가 되는 작품들은, 학습 데이터로 쓰되 오히려 그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가자는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블로그 같은 건 애매합니다. 저작자는 분명 있지만 거래되는 것도 아니고, 빅테크들도 사실상 몰래 크롤링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회색지대 데이터는 기업들이 제한없이 학습에 쓸 수 있게 하되, 원작자가 빼달라고 하면 빼줄 수 있게 하고, 그리고 이 데이터들도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창작자들도 인공지능을 써서 창작을 해야 하니까, 인공지능 도구를 싸게 제공하고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해서, 새로운 창작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중동 전쟁 사례에서 보듯,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이 늘면서 안보 필요와 안전·윤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졌습니다. 한국에는 어떤 가이드라인이나 틀이 있나요?

“국방부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같은 국제 회의체가 있는데 재작년에 우리가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군사 목적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 활용은 제네바협약처럼 글로벌 차원의 규범 논의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의사결정이 필수이며, 살상에 직접 쓰여선 안 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있지만, 최근 미국이 이 원칙을 흔들고 있는 면도 있죠. 저는 이를 ‘인공지능 억지력’이라고 부릅니다. 핵 억지력과 마찬가지로, 군사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쓰겠다는 원칙을 말하려면 그만한 역량과 발언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방 분야 인공지능 도입과 이를 통한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어떤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국방·무기 분야에 책임 있게 활용할지에 대한 국제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경쟁에서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클라우드, 프런티어 모델 개발에서 우위, 중국은 저가·오픈소스 모델과 신흥국 시장 확산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보실 때, “최종 승자”라는 개념이 유효한 게임인지, 아니면 영역별로 다른 승자들이 공존하는 구조가 될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한 나라가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은 없을 겁니다. 그런 구조라면 이미 한 나라가 세계를 통일했겠죠.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게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인류의 다른 기술들과 좀 달라서 데이터를 통해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가치관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는 상황을 어느 나라가 허용을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보면 영향력 차이는 있을지언정 적당한 소수의 인공지능이 분야별로 강약이 있는 형태로 유지되지 않을까. 그래서 제가 연대를 계속 강조를 하는 겁니다.”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올해 1월 에세이 ‘기술의 사춘기’에서 2027년쯤 등장할 강력한 인공지능을 “약 5000만명의 천재들이 모여 사는 디지털 국가”에 비유했습니다다. 그러면서 자율성에 따른 위험, 파괴를 위한 오용, 권력장악을 위한 오용, 경제적 혼란 등을 우려하며, 정부는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다리오의 글은 자주 봅니다. 애초에 이 분야의 위험과 윤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 온 사람이라, 중국의 인공지능 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논쟁을 많이 불러일으켰죠. AI는 잠재 성장률이 떨어진 한국 경제에 큰 기회이고 이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차를 세우려고 있는 게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차들이 안전하게 원래 목적지로 그리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겁니다. 신호등이 없으면 도로가 엉망이 되듯, 인공지능에도 그런 의미의 안전 기준과 규범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보니 ‘인공지능 안전’이 마지막 항목에 한 단락 정도만 담겨 아쉬움이 들던데, 한국은 이 부분이 부족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도 인공지능 안전연구소를 빠르게 세웠고, 다만 이제는 이 연구소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단계라고 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공지능 안전연구소가 구체적인 역할을 정교화하고,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죠.”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투자 규모 대비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나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투자 버블 논란에 대한 견해는?

“인공지능 버블론은 메모리 기업들과 엔비디아 실적들이 공개될 때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때에 비해 기업들의 재무성과가 안정적이고 이미 인프라 중심으로 상당한 비즈니스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 향상 부분도 결국 기업과 직원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 그리고 혁신적인 활용 사례가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뿐입니다. 물론 인공지능 기업들의 비용부담 문제가 있으나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들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버블없는 혁신이나 도약은 없죠. 버블을 지렛대로 삼아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휩쓸려 갈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결론은 인공지능에 버블이 있으나 버블을 잘 활용해서 우리의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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