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노동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편집실에서]

2026. 3.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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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202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3월 8일 전 세계는 여성의 인권 신장과 성평등을 기념하기 위해 보라색 물결로 물든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주제는 ‘베풀수록 커진다(#GiveToGain)’이다. 성평등이 단순히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때 모두가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선 매년 이맘때면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왜 여성은 남성보다 적게 받는가.

2024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 여성들은 남성 노동자가 100만원을 벌 때 71만원만 손에 쥐는 셈이다. 199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3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OECD 평균 격차는 약 11%다.

이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의 차이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여성은 경력 초반에는 남성과 비슷한 출발선에 서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벌어진다. 통계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고 있으며, 재취업 시에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나 돌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가리킨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의 임금 격차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는 공고한 벽으로 남아 있다. ‘유리천장’ 역시 여전히 단단하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관리자와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사회가 교육 수준에서는 이미 성평등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대학 진학률만 보면 여성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노동시장에 들어온 뒤 여성에게 더 좁은 경로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변화의 조짐도 있다. 육아휴직 제도가 확대되고,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경력 단절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시각,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당연시하는 문화, 조직 내 승진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성별 임금 격차는 숫자의 불균형을 넘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우수한 여성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탈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인적 자원 손실이다.

올해 여성계가 내건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는 슬로건처럼, 이제는 성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노동의 가치를 가리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성평등은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빵과 장미’는 정당한 임금 명세서로 이어져야 한다.

이주영 편집장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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