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빨리 떠나야 이득이 되는 나라[취재 후]

“아이고 어디 서울하고 비교해서 됩니까. 여기는 지방인데.”
서울과 지방 광역시 대장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10년 새 2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쓰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50억원씩 하는 것은 이제 그러려니 해도, 지방 아파트가 7억~8억원씩 한다는 소식에는 혀를 차는 취재원이 많았다. ‘서울은 마땅히 오를 만하고, 지방이니 별 볼 일 없으니 당연하지 않냐’는 투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체 일자리의 52%, 좋은 일자리의 60%가 집중된 곳, 대기업 본사 10곳 중 8곳이 있고,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의 80%가 몰려 있다. 서울은 그래서 언제나 가장 비쌌다. 그래도 지금처럼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던 적은 없다. 지방 대장 아파트를 팔면 서울 변두리라도 기웃거릴 수 있었고, 빚을 내고 웃돈을 보태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가 오르면 키 맞추기를 하듯 지방 아파트도 올라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한 주민의 말처럼 “대구 아파트 두 채 팔면 서울에 한 채 구할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지방 자산 격차를 취재하면서 만난 지역의 많은 주민에게 서울은 지방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이 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땅에서 나고 자라 똑같이 공부하고 취직해도 지방에 터 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극복할 수 없는 자산 격차가 생긴다. 누가 먼저 서울로 상경하느냐에 따라 이 격차는 더 커지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격차는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대물림을 끊는 방법은 상경해 그 세상에 편입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가 앞으로 지방소멸을 점점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에 머물수록 자신도 자식 세대도 더 가난해지니, 지방을 떠나 상경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발전 공약을 벌써 쏟아내고 있다. 메가시티 구상부터 광역철도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지방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이득이 된다는 현실을 뒤집지 못하면 국토 균형 발전은 앞으로도 선거철의 구호로만 남을 것 같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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