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관리’ 쪽으로 기운 中… 韓·中 공조 ‘전략적 신뢰’가 관건 [심층기획-신국제질서, 한반도의 선택]
美·中회담 연기 변수… 北·美대화 난망
北 ‘적대적 두 국가’ 명문화 가능성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전제로 배수진
中 백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 빠져
트럼프 2기 전략 문서에서도 누락
비핵화 압박보다 현상 유지에 무게
韓 ‘END 구상’·中 ‘쌍궤병행’ 접점
“양국 신뢰 회복·전략 대화 활성화
주고받는 실리적 로드맵 구축 필요”

최근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더욱 분명히 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내용이 헌법에 명문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남 정책 기조로 고착화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북한은 ‘비핵화 전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미국을 협상 상대로 한정한 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로 언급하며 손을 내민다 해도, 실제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오전 출근길에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미국이 해야 할 조치를 묻자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 전환 그리고 자신들의 헌법에 명문화한 핵보유국 지위를 지금 조건으로 걸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그런 바탕에서 고심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중국의 북핵 정책은 기본 원칙의 유지와 현실적 조정이 병행돼 왔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강화 원칙을 일관되게 표명해왔지만 대북 제재 이행이나 압박 수위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안정 유지를 우선시하며 일정한 완충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중국의 북핵 접근은 비핵화 압박보다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현상 유지와 정치적 타협에 무게를 두는 흐름을 보인다.
1992년 한국과 수교한 이후 중국은 이른바 ‘한반도 3원칙’을 고수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 해결이 그것이다.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당시 중국은 이를 ‘제멋대로(悍然·한연)’ 한 핵실험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채택에 동참하는 등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한연’은 중국이 과거 적대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던 표현으로 외교적 수사 가운데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2025년 말 발표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군축 및 비확산 백서’(군비백서)에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군비백서는 1995년과 2005년에 이어 20년 만에 나온 세 번째 보고서로, 앞선 두 보고서가 10년 간격으로 발간된 것과 달리 발표 시점 자체가 전략적으로 고려됐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공조하는 건 어려운 문제지만 실마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원 명예원장은 긴장 완화를 통한 협상 환경 조성과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의 병행을 강조해 온 중국의 북핵 접근법이 이재명정부의 ‘END 구상’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단계적 로드맵을 통해 남북의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말한다.
이 원장은 지난 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포럼에서 “END 구상은 ‘한반도 비핵화’ 대신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라는 유연한 전략을 사용하면서 한·중 간 대북 공조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다”며 “중국은 공개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는 점에서 추가 7차 북핵 실험을 막고 북핵 실험 동결, 감축과 같은 단계에서 비공개적 방식으로 한국의 요구에 호응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 역할론’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한·중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에서 양국 간 신뢰관계는 상당히 약화했고 서로 소통 기제도 없었다. 현재 구체적 협력이나 실질적 소통의 수준이 대단히 낮아 북핵 문제를 논할 만한 공간은 상당히 좁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가 현 정부 들어 복원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북핵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만큼 신뢰가 쌓였는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김 소장은 “중장기적 전략을 공유하는 심층적 대화, ‘전략 대화’를 활성화하고 한국과 중국이 주고받을 수 있는 이익을 명확히 한 로드맵을 구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연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핵 보유는 일본 군비 증강의 명분이자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수 있는데, 한·중은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강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를 한국은 북한 비핵화로 보지만,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내 전략자산 전개 반대로까지 보는 인식 차는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한·중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감안해 최소한의 공통적 인식의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억 벌던 손으로 고기 썰고 호객”…연예인 자존심 던진 ‘지독한 제2막’
- “연예인은 고급 거지” 300번 실직 체험 황현희, 100억 만든 ‘독한 공부’
- “13억 빚 정리 후 작은 월세방이 내겐 우주”…김혜수·한소희의 ‘용기’
- 보일러 없던 월세방서 ‘2000억’…배용준, 욘사마 버리고 ‘투자 거물’ 됐다
- “45만 월세의 반란” 박군, 30억 연금 던지고 ‘15억 등기부’ 찍었다
- 냉동실에 오래 둔 고기 하얗게 변했다면 먹어도 될까
- ‘200배 수익설’ 이제훈, 부동산 대신 스타트업 투자한 이유
- 정비공 출신·국가대표 꿈꾸던 소년이 톱배우로…원빈·송중기의 반전 과거
- “언니 변호사, 동생 의사” 로제·송중기 무서운 ‘집안 내력’ 보니
- “포르쉐 팔고 모닝 탄다… 훨씬 편해”…은혁·신혜선·경수진이 경차 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