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부나켄-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은빛 날개’의 비상[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9)

2017년 여름 인도네시아 부나켄 해양국립공원에서 항해하던 중에 날치 떼를 만났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위를 수놓은 은빛 날개의 비상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크기가 30㎝ 정도인 날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순간 속도는 시속 50~60㎞, 한 번 날아오르면 400m까지도 이동한다. 이들이 날아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되곤 하지만, 수면 근처에 머물다가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그런데 날치는 외부의 자극 때문에 날아오르기도 한다. 밤바다를 항해할 때면 불빛에 자극을 받은 날치들이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모습이 왕왕 관찰된다. 날치의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어부들은 밤에 그물을 쳐놓고 횃불을 밝혀서 날치를 잡아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날치가 난다 해서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헤엄치다 상체를 수면 위로 들고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강하게 쳐 몸을 공중으로 띄운 뒤,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펼쳐 글라이더처럼 활공한다. 이들은 활공하는 도중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날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상아리와 사투를 벌이기 전 노인이 날치를 먹으면서 원기를 회복하는 장면이다. 극한 상황에서 노인은 날치를 ‘꼬득꼬득’ 씹어 먹지만 사실 날치는 텁텁한 육질과 싱거운 맛으로 식용으로는 별 인기가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임산부의 고기라 하여 난산에 대비해 출산 예정 달에 날치 살을 태워 술과 함께 먹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구워 먹거나 말려 먹기도 했는데 산모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약재로 쓰인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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