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다보스' 세계경주포럼 시동…"APEC 효과 이어갈 것"
APEC 개최 계기 '마이스도시' 자리매김
시설 사후활용 '정상회의장 기념관' 조성
세계경주포럼 역사, 문화, 경제협력 주제
연20억 투입 글로벌 메가 이벤트로 육성
'新명소' 금리단길·불리단길 활성화 추진
"황리단길에 집중된 관광수요 분산할 것"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정상회의가 시설 좋은 호텔에 잠자러 오는 것은 아니잖느냐며 그럴 거면 서울에서 여는 게 낫다는 반박으로 시작했죠. 그러고는 애초 지방 개최의 취지를 살려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대한민국이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은 ‘경주’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주낙영 경주시장(사진)은 11일 동천동 시청 집무실에서 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주의 ‘APEC(에이펙) 도전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건 범정부 차원의 지원에 경주의 역사·문화적 상징성이 정상회의의 가치와 의미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디가 됐든 큰 무리 없이 행사를 치렀겠지만, 첫 지방 도시 개최라는 실험적인 시도에 나서면서 좀 더 ‘각별한’ 행사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남은 경주의 과제는 ‘APEC 레거시’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 시장은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도별 경주시 방문객](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Edaily/20260318060312389uaoa.jpg)
▷도시 곳곳에 여전히 APEC의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APEC을 계기로 도로 등 인프라가 크게 개선됐다. 지금은 비수기라 한풀 꺾이긴 했지만, 방문객도 크게 늘어 지난해 사상 처음 5000만 명을 넘어섰다. APEC 이전 93만 명 수준이던 외국인 관광객도 2년 새 50% 가까이 늘어 지난해 140여만 명까지 늘었다.”
▷유치부터 개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가장 아쉬운 건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개최지는 1년 반 전에 결정됐지만 본격적인 준비는 특별법이 제정된 2024년 12월 이후에야 시작했다. 준비 기간이 채 1년도 안 된 셈이다.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처럼 두고두고 활용할 상징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APEC을 계기로 새로운 시설이 확충되지 않았나.
“국립경주박물관 내 ‘천년미소관’과 경주엑스포공원 내 ‘경제전시관’,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인근 ‘국제미디어센터’를 새로 들어섰다. 부지 소유와 건물 사용 권한이 문체부, 경북도에 있는 천년미소관은 공연·체험 시설, 경제전시관은 8월 개관을 목표로 이달부터 ‘APEC 정상회의장 기념관’ 조성에 착수한다. 면적 6000㎡ 규모의 국제미디어센터는 68억 원을 들여 내년 4월까지 하이코와 연결 통로를 만들고 리모델링해 전시·회의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용 시설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유지·운영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최고 난도’의 정상회의 개최로 마이스 도시로서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신규 행사 유치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확신한다. 올 5월 세계 50개국 500여 명 관광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태관광협회(PATA) 연차 총회를 여는 것도 장차 관광·마이스 수요를 늘리기 위한 포석 중 하나다. 전략적으로 지역 대표 산업인 원자력과 자동차 부품 등 에너지, 미래 자동차 분야로 행사 수요를 늘려 나갈 생각이다.”
▷외부 행사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 기반의 토종 국제행사 육성도 필요하지 않나.
“당연하다. ‘한옥문화박람회’와 ‘세계국가유산산업전’ 등 기존 행사 외에 글로벌 역사와 문화, 경제 협력 등을 주제로 한 ‘세계경주포럼’ 창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 창립총회를 열고 내년부터 연 20억 원가량을 투입해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대표가 참여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 같은 글로벌 메가 이벤트로 만드는 게 목표다.”
▷포스트 APEC 전략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반짝 효과’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장기 효과가 기대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많다. 얼마 전 중국을 다녀왔는데 만나는 인사들마다 ‘경주’, ‘황남빵’을 얘기하더라. 이런 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APEC 효과 아니겠나. 특히나 고무적인 건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인구 890명이 순수하게 유입되고 신생아가 50명 넘게 태어나면서 인구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황리단길에 이어 금리단길, 불리단길 활성화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첫 재임 때부터 조성한 황리단길은 연 1200만 명이 찾는 명소로서뿐만 아니라 구도심 재생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몰리면서 혼잡도가 높아지고 양극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황오동 구도심 ‘금리단길’과 불국사 앞 진현로 일대 ‘불리단길’을 활성화해 황리단길에 몰린 수요를 지역 전체로 분산할 계획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거리만 늘어나 명소로서의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처음 점집만 즐비했던 황리단길도 외부에서 하나둘 모여든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시는 방향이나 콘셉트를 제시하기보다 이들이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로, 주차장 조성 등 행정·재정적 지원에만 집중했다. 금리단길, 불리단길도 청년 등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수용하고 활용할 계획이다.”
이선우 (swlee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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