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미래에셋까지 흔드는 가상자산 2단계 법…쟁점 3가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 논의가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식 발의를 앞두고 열릴 예정이던 당정협의회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입법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4년 7월 시행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이 이용자 보호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과 유통, 거래소 지배구조 등 시장 구조 전반을 규율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쟁, 거래소 내부통제 이슈 등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대주주 지분 제한? 거래소 ‘비상’
최근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대체거래소(ATS) 수준을 참고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민간 플랫폼을 넘어 사실상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하는 만큼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지배력이 집중될 경우 운영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분산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됐고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이를 일부 수용해 대주주 지분 상한을 개인(특수관계인 포함) 20%, 법인 34% 수준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 기간은 법 시행 후 3년이 거론된다. 법 제정 후 1년 뒤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까지 약 4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당장의 부담은 크지 않지만 해당 기준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 두나무는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며 거래가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구조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 19.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10%, 네이버 17% 수준으로 조정되지만 대주주 지분 상한이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에 적용될 경우 약 66%가량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거래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 규모의 매각이 필요하고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지분 약 67%를 보유한 바이낸스는 법인 지분 상한이 적용될 경우 30% 이상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코빗 역시 미래에셋컨설팅의 인수가 완료될 경우 상당한 지분 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지분 92% 취득을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신고서를 제출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정치권 갈등이 변수다. 야당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미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처분하도록 하는 방식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도 위헌 소송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해당 규제가 시행될 경우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가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나왔다. 대체거래소의 사례가 왜 기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며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누가 이를 인수할지를 둘러싼 각종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를 키운 창업자의 지분을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선례로 남을 경우 신생 산업에서 창업 의지가 위축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51% 룰’ 여전히 갈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도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발행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은행 지분이 51%를 넘는 컨소시엄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은 이미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고 자금세탁 방지나 이용자 보호, 위기 시 유동성 관리 등에서 검증된 주체라는 이유에서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은행 중심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발행 주체를 기존 금융권으로 한정할 경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은 발행 주체를 특정 금융회사로 제한하지 않고 금융위원회 인가와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요건을 갖춘 국내 법인에 발행을 허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핀테크 기업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해온 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관련 상표권 출원과 인력 확보 등 사전 준비를 마쳤지만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실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규제 방향이 불투명한 만큼 해외 시장에서 먼저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빗썸 ‘유령 코인’ 후폭풍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로 긴장하고 있다. 최근 빗썸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6개월 일부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과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제한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표이사 문책 경고, 보고책임자 면직처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태료 규모는 4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제재는 지난 2월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맞물리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자산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당시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보상금인 원화 62만원 대신 비트코인 62만개가 이용자들에게 잘못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빗썸이 실제 보유한 물량보다 약 13배 많은 비트코인을 내부 장부상 지급한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코인’이 생성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직후 점검에 착수했으며 최근 현장검사를 약 한 달 만에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거래소에 대한 감독과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두나무는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FIU는 지난해 2월 두나무에 대해 고객확인 의무 위반 약 530만 건, 거래제한 의무 위반 약 330만 건 등 총 860만 건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35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오는 4월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가상자산 규제 강도와 감독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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