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박사, ‘복분자’로 고향 고창에서 일 내는 중 [디지털농업 I 청년이 미래다]

이상희 2026. 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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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콩 농사짓는 정소영 씨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디지털농업’ 3월호 기사입니다.

농촌진흥청 연구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과감하게 버리고 부모의 복분자 농사를 잇기 위해 귀농한 정소영 씨. 그녀는 단순한 귀농을 넘어 부모가 일군 복분자 농장을 6차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6만 6000㎡(2만 평)의 논콩을 추가 경작함으로써 규모화에도 도전했다. 10개년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는 그녀를 만나봤다.
전북 고창은 전국 최대 규모의 복분자 주산지로, 매년 6월 중하순이면 본격적인 수확이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농촌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제때 수확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연작장해와 병충해가 심해져 수확량이 감소하는 등 재배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소영 농업회사법인 나라정 대표.

이런 상황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복분자 농사를 짓는 부모의 뒤를 잇기 위해 2020년 귀농한 이가 정소영 씨(36·농업회사법인 나라정 대표)다.

“복분자는 흔히 남성 정력제로 알려져 있지만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에요. 효능을 경험한 분들은 꾸준히 섭취할 만큼 인기가 높죠. 하지만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 수확을 일일이 수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더구나 저희가 재배하는 재래종 복분자는 덩굴줄기에 가시가 있어 수확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상기후로 개화기에 냉해가 심하고 고사율도 높아 점점 재배 면적이 줄고 있지만 농사만 잘 지으면 오히려 가격이 좋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농진청 연구원직 내려놓고 귀향…부모 농사 이어
정씨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농촌진흥청에 입사해 해외 연구원으로 캄보디아에서 근무하는 등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박사 과정까지 밟으며 논문 작성과 실험 같은 연구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직업적 성취감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 무렵 고향 고창에서 오래도록 복분자 농사를 짓던 어머니가 병원을 자주 오가면서 농업을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씨는 어머니의 건강 문제와 농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 직장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인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어머니와 상의 없이 돌연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오자 이를 반대한 부모와 한 달 내내 논쟁을 벌이는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향에서 청년 농업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귀농 후 정씨는 1년 동안 어머니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복분자 재배 실무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복분자 농사는 특별한 비법이랄 것이 없어요. 고사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묘를 고르고, 토양 관리와 세심한 생육 관리가 중요하죠. 복분자는 뿌리가 수평으로 퍼지는 천근성인 데다 뿌리가 약해 초보 농부에겐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에요. 하지만 부모님이 베테랑 농부이니 재배 기술은 이미 갖춘 셈이었어요.”

복분자는 수확한 당일 냉동해 원물로 판매하거나 가공한다.

정씨에 따르면 복분자는 꺾꽂이모(삽목묘)를 심고 2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다. 수명은 키우기에 따라 10년까지도 지속되지만 노지 작물로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아 재배 기술에 따라 보통 5~7년간 생존한다. 개화 시기는 3월 말~4월 초로, 이후에 열매가 맺히는데 최근 봄철 냉해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확기는 고창을 기준으로 6월 15일경으로 2주 동안 수확을 마쳐야 한다.

3만 평 규모 복분자·논콩 복합영농 체제 구축
“복분자는 과피가 얇아 살짝 만지기만 해도 물러지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수확 당일 바로 냉동해 원물로 팔거나 원액과 발효액으로 가공해요. 또한 서양 베리류와 달리 복분자는 물에 씻지 못하기 때문에 개화기부터 열매가 달린 기간에는 방제 약제 살포를 제한하고 있어요. 대신 주변에 살포하며 열매 섭취에 문제가 없도록 하죠.”

이 밖에도 땅심을 키우기 위해 복분자 원액을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과 바실루스·효모균·유산균·광합성균 같은 유용미생물(EM)을 공급한다. 

복분자 농사 규모는 3만 3000㎡(1만 평)로 직접 재배하거나 계약재배한다. 여기에 더해 정씨는 농지은행을 활용해 논콩 재배를 시작했다. 9900㎡(3000평)로 시작한 논콩 농사는 현재 6만 6000㎡(2만 평)로 늘어 복분자 농사까지 총 9만 9000㎡(3만 평) 규모로 농사짓고 있다.

“논콩 재배 품종은 기계화가 가능한 <선풍>이에요. 지역 농가에서 주로 재배하는 <대원>을 관행 방식으로 재배하면 수확량이 3.3㎡(1평)당 0.8㎏에 불과하지만 선풍은 최대 1.8㎏까지 수확할 수 있는 다수확 품종이죠. 하지만 최근 논콩 생산이 과잉돼 지난해엔 경작지의 10%를 콩나물용 콩인 <아람>으로 전환했어요. 선풍보다 가격이 좋아 올해는 40%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논콩 농사는 지역 농가와 들녘공동체를 조직해 공동 영농하고 있다. 파종기와 드론·콤바인을 이용해 파종부터 방제·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는 것.

가공·유통 혁신으로 총매출 2배 성장
귀농 후 정씨는 농산물 직거래에만 머물던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6차 산업으로의 확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2023년 농업회사법인 나라정을 설립해 복분자 젤리와 콜라겐(스틱) 등 가공품을 개발하는 한편 고객층 확대를 위해 카페도 열었다.
2023년 농업회사법인 나라정을 설립하고 카페도 열었다. 카페의 널찍한 창을 통해 논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부모님이 복분자 가공품을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18년간 운영했어요. 이곳을 확장해 카페를 새롭게 연 거죠. 쉽게 말해 직매장과 카페가 공존하죠. 이전에는 주 고객층이 50~60대였다면 논이 보이는 카페를 통해 고객 연령층이 낮아졌어요. 지금도 40~50대가 많지만 카페 때문에 20~30대 방문이 늘었어요.”

가장 큰 변화는 복분자 가공품을 사기 위해 직매장을 찾던 것에서 벗어나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전 연령층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성과로 새롭게 개발한 복분자 가공품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복분자 농축액 함유량을 최대치로 올린 고급화 전략으로 매출 신장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복분자 가공품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전경.

“현재 생산한 복분자의 30%는 원물(냉동)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공해요. 가공품 중 신제품인 젤리와 콜라겐(스틱)이 40%, 복분자 원액과 발효 원액이 60%를 차지하죠. 온라인 판매도 새롭게 시작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고창마켓에서 전체 판매량의 8%를 소진하고 있어요.”

정씨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전에 비해 전체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정씨는 대외 활동에도 열심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조직된 청년 모임인 ‘고창청년벤처스’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의 ‘2030 자문단’, 고창청년정책협의체에서 활동하며 지역 청년 농업인들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정씨는 “최종 목표는 고창을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이 꼭 들르고 싶어 하는 복분자 테마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라며 “농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역 연대 활동도 적극 이어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소형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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