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연구실] 자석에 붙는 '철' 넣었더니… 자석 밀어내는 '괴력' 초전도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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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이종수 교수팀이 자석을 가까이하면 강하게 달라붙는 '철'을 넣었는데, 신기하게도 자석을 밀어내는 힘은 일반 초전도체보다 오히려 20%나 더 강력해진 새로운 합금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종수 교수는 "이번 발견이 차세대 양자 컴퓨터 소자와 고성능 초전도 자석 등 에너지 및 정보 기술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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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자성 역이용한 신개념 합금 초전도체 탄생
세계 최초 '자기에너지 120% 증폭' 발견
양자 컴퓨터 오류 잡을 열쇠

이 물질은 외부 자기장을 단순히 막는 수준을 넘어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독특한 능력이 있어, 오류 없는 미래형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수 교수는 "이번 발견이 차세대 양자 컴퓨터 소자와 고성능 초전도 자석 등 에너지 및 정보 기술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미래의 꿈의 컴퓨터인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양자 컴퓨터는 아주 작은 소음이나 진동에도 기억을 잃어버리는 '붕괴 사고'가 잦아 계산 오류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물질 상태를 활용하면, 어떤 방해에도 정보를 끝까지 지켜내는 '마요라나'라는 신비한 입자를 관찰하고 다룰 수 있다. 마치 주변이 시끄러워도 공부에만 집중하는 학생처럼, 외부 소음에도 절대 정보가 깨지지 않는 '철벽 방어' 양자 소자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양자 컴퓨터의 고질병인 오류 문제를 해결해, 우리가 상상만 하던 초고속 컴퓨팅 시대를 앞당길 혁신적인 변화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니오븀(Nb), 탄탈륨(Ta), 티타늄(Ti), 지르코늄(Zr)에 '철(Fe)'을 정교하게 섞은 '고엔트로피 합금'을 연구했다. 고엔트로피 합금이란 여러 원소가 무작위로 섞여 있으면서도 매우 단단하고 부식에 강한 특수 금속을 말한다.
보통 철은 강한 자성을 띠어 초전도 현상을 방해하는 '불청객'으로 통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전자들이 서로 강력하게 밀어내는 힘인 '강한 쿨롱 상호작용'을 이용했다. 철 원자들을 특정 구조 안에 가두고 이 힘을 조절하자, 철의 자성이 초전도를 파괴하는 대신 오히려 주변의 자기에너지를 더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실험 결과, 이 합금은 영하 약 267.6도(5.5K)라는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시작했다. 이때 물질 내부의 작은 자석(스핀)들이 외부 자기장과 정반대 방향으로 아주 강력하게 정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외부 자기장을 100% 밀어내며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만든 합금은 내부 스핀의 힘이 더해지면서 자기에너지를 120% 이상으로 증폭시켜 주변에 축적했다. 이는 기존 고체물리학 교과서의 이론적 한계를 넘어선 수치로, 자성과 초전도가 서로 방해하지 않고 완벽하게 공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순간이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학교 연구진을 중심으로 포항공대(POSTECH), 국민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이 함께 참여한 대규모 협동 연구의 결과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분석하며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성과는 재료 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6년 3월호의 내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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