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프라 제자리걸음] <하> 14시간 ‘얌체 주차’ 막을 수 없다⋯ 충전구역 단속 ‘사각지대’

김상욱 기자 2026. 3. 1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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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친차 法, 전기차 충전없이 ‘주차’만 가능
“신고 까다롭고 단속 어려워⋯ 커지는 충전 갈등”
서울시 한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김상욱 기자.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충전구역에 전기차를 장시간 점거하는 이른바 ‘얌체 주차’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 없이 전기차 충전구역을 주차 공간으로 점유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이용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 단속 대상은 아니다. 현행 규정은 내연기관 차량의 주차만 ‘충전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전기차는 충전 구역에서 주차가 가능하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충전 방해행위)에 따르면 일반 전기자동차의 완속 충전 방해 기준 시간은 14시간, 급속 충전은 1시간이다. 문제는 충전이 아닌 주차가 기준이다.

게다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건물·공중이용시설·공동주택 등에는 전기차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을 함께 설치하도록 돼, 전기차 주차구역과 충전구역이 사실상 동일하다. 충전하지 않아도 전기차라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이유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법을 근거로 단속을 진행해, 전기차가 충전 없이 충전구역에 주차하는 행위는 법령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 관계자들은 “충전 여부와 상관없이 점유를 기준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법령에 따라 해당 구역이 충전구역인 동시에 주차구역으로 전기차는 충전하지 않아도 주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구역이 주차 공간으로 활용되면서부터다. 전기차 완속 충전은 차종에 따라 최대로 충전하기까지 통상 8~12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심야 시간을 이용해 충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더욱이 주차난이 심한 아파트에서는 충전 없이 전기차를 세워두는 경우 회전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작 충전이 필요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프라 부족을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완속 충전 14시간을 초과한 전기차에 대한 과태료 부과 역시 신고 절차가 까다롭다. 먼저 전기차의 장시간 점거를 신고하려면 시간대별 사진 3장을 나눠 제출해야 한다. 신고 전기차를 최초 촬영 후 5~9시간 뒤에 한 번 더 찍고, 14시간이 지난 뒤 촬영한 사진까지 총 3장이 필요하다. 사실상 저녁 시간을 통째로 신고를 위해 쏟아야 하는 구조라, 일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현장에서 충전 갈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93만9756대에 달하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전기차 수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기차 100만대’ 돌파는 시간문제가 됐다.

업계 안팎에서도 제도 개선과 함께 운영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지자체에서 단속을 하는 것도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고 현재 사진을 찍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고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전기차 충전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신고를 통한 포상금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전기차 충전기 평균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실제 하루에 충전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문제점이 과거에 지적됐다”며 “주차요금과 충전요금을 연동해 부과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욱 기자 kswpp@viva100.com